조희대 '李 패싱' 대법관 서면 제청 파장 계속…靑, 대응 고심
靑, 대법관 제청안 처리 고심…"대통령 임명권 침해"
김성수 임명 절차 진행·손봉기 반려 '분리 대응' 관측
조희대 "법의 지배 가치 소중"…권한 행사 강조 해석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희대 대법원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조율 없이 대법관 후보자 2명을 서면 제청한 것을 두고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내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임명해 달라고 이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제청한 가운데 청와대는 제청을 반려하는 것 등을 포함해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2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대한민국 헌정사에 없던 초유의 사태"라며 "협의가 없었고 유례없이 일방적으로 통보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로서는 다른 관례와 법률을 충분히 먼저 검토한 뒤 입장을 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이번 서면 제청에 법적인 문제가 있느냐"는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법적인 문제는 과정을 더 따져봐야 겠으나, 기존의 관행에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며 "대통령의 임명권이 일정 정도 침해됐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언급 및 자진 사퇴 압박과 함께 법원조직법 개정, 법원행정처 폐지 등 사법개혁 카드를 꺼내며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사전 협의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김 판사의 임명 절차는 진행하고, 이견이 켰던 손 판사에 대해선 제청을 반려하거나 재제청을 요구하는 '분리 대응'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법관 공백에 따른 비판 여론은 방어하면서, 관례를 깨고 기습 서면 제청을 감행한 조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정조준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지난 21일 유튜브방송 '오마이TV'에 출연해 재제청 요구 가능성에 대해 "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장의 사전 협의 없는 대법관 제청이나 대통령의 반려, 재제청 요구는 매우 이례적인 일인 만큼, 청와대는 관례와 법적 정당성, 여론의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분위기다.
손 판사의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국회로 보내 표결로 부결시키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대통령 패싱'을 수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여권 내부에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용훈 전 대법원장,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최종영 전 대법원장도 퇴임 예정 대법관 후임 제청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조율된 상태에서 제청이 이뤄졌다.
한편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연 '제34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축사에서 "사법제도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법의 지배'라는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고 밝혔다. 제청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법에 따른 권한 행사를 강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