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제주 실종' 사태에 책임론 도마…野, '보완수사권 복원' 관철될까?
정부·여당, '제주 실종' 파장에 저자세
李, 논란 확산에 '철저한 진상규명' 지시
공세 기회 잡은 국민의힘, 책임론 고삐
"여론전이 핵심"…보완수사권 복원 압박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경찰이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임의 종결해 논란이 불거진 '제주 실종'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여당의 '검찰 해체'에 따라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부실 수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보완수사권을 부활시켜 국민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여당은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탓에 현실화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제주경찰청은 24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인근에서 합동 수색 중 장미란(37)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장씨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지난 5월 오후 10시 장기 투숙 숙소에서 나선 곳에서 1㎞ 남짓한 거리로, 도보로 10여분 거리로 알려졌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이 장씨에 대해 실종신고를 접수하고도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임의로 종결 처리한 지 100여일 만에 발견된 것이다.
다만 야권에선 해당 사태가 하위 경찰관의 단순 일탈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사건을 '셀프 종결'하는 동안 내부 시스템이 걸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여당이 검찰 개혁의 마지막 과제로서 '보완수사권'을 폐지해, 경찰만이 수사권을 가진 탓에 '부실 수사'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 20여일이 지났다. 형소법 개정안은 보완수사권을 비롯해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건 인지 등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의 법적 근거를 삭제해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했다. 즉, 이제 검사는 수사권 없이 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것이다.
야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보와수사권 폐지 움직임을 드러냈을 때부터 우려를 표했다. 경찰의 수사권 독점을 견제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당이 무리하게 강행하는 만큼, 국민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장윤기 살인사건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사례가 검찰의 보완수사로 진상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경찰 독점 수사권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민주당은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형소법 개정안에 사건책임제 도입을 비롯해 보완수사 요구권 등 보완책이 포함됐다는 점을 들어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현행 제도보다 피해자 보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후속 입법과 제도 보완까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했지만, 결국 이 대통령은 야당의 우려에도 형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야당 입장에선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범여권에 맞서기에 역부족인 만큼, 여론전에 기댈 수밖에 없었지만 이마저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 일부에선 보완수사권 부활을 위한 형소법 재개정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여당이 법안 '보완'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형소법 재개정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제주 실종 사건으로 보완수사권 폐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은 분위기다. 여당은 앞선 장윤기와 돌려차기 사건으로 민심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도 강행했지만, 경찰이 '독점 수사권' 우려 속에서도 또다시 사건을 무마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민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여당 일부에서도 우려를 드러내는 실정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은 견제받지 않는 수사권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처참하게 보여줬다"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 폭주를 즉각 멈추고 형사소송법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 담당 경찰관을 잘 만나야 내 사건이 살아남고, 경찰이 덮으면 진실까지 묻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압박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공소기각 조항의 위헌성과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촉구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당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미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당론으로 추인하고 국회 본회의에 의결까지 거쳤다. 추진 과정에서도 당내 일부에선 신중론을 펼쳤지만, 강성 지지층의 검찰 개혁 필요성 의지가 확고한 탓에 강행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찰 불신과 함께 여당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자 자세를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진짜 염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아직 기회가 있기 때문에 경찰이 심기일전해서 다시 한번 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과연 경찰은 수사권을 전적으로 책임지면서 사건을 종결 처리할 역량과 도덕성, 법률 전문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국민의 불안감은 이 사건으로 인해 더더욱 커지고 있다"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 자꾸 급히 처리할 게 아니라 신중하고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제주 실종 사건의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사실상 정부에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지자, 논란 확산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제주 실종 사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경찰 조사 과정 전반에 걸쳐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사건 종결 및 지휘 감독 체계 전반을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반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제주 사건과 보완수사권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며 "남양주 스토킹 사망 사건도 경찰이 잘못된 부분이 많아서 관련된 담당자부터 지휘 라인까지 엄정하게 감찰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물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수사권을 독점한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선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는 형소법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범여권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관철하긴 쉽지 않지만 '제주 실종 사건'을 계기로 민심이 움직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그만큼 당은 이번 사건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고 보는 것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장윤기 사건에 이어 또다시 경찰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보완수사권을 폐지로 경찰만 믿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 우려는 더욱 커지는 것 같다"며 "당은 이 문제에 대해 가볍게 넘길 생각이 없지만,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탓에 우리의 의견이 관철되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책임론을 계속 제기하면서 끝까지 여론전에 집중할 생각"이라면서 "국민이 언젠가 힘을 보태줄 것이고 보완수사권만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