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경제적 왕따’ 만든다…거래 제3국도 강력 제재
베선트 美 재무, 기자회견…핵·석유 연계 단체 등 60곳 정조준
즉시 시행하지 않고, 시한도 제시하지 않아…“적응 기간 중요”
이란 “美 제재 철저히 대비하고 있어…걸프만 원유 수출 중단”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대이란 신규 제재 조치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이란을 세계 경제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대규모 경제 압박 작전을 개시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금융기관까지 정조준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를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켜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송 병목인 호르무즈해협을 열게 만들기 위해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오늘 이란과 그 조력자들을 상대로 전례 없는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의 모든 자금줄을 끊어 “경제적 질식” 상태로 몰아넣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앞서 지난 19일부터 이번 조치를 ‘경제적 D-Day’라고 예고해왔다.
미 재무부는 이란의 제재 회피와 수익 창출에 이용되는 디지털 자산과 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화하기로 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특정 제재 대상과 거래한 제3국에 대해서도 제재를 부과하는 것으로 ‘제3자 제재’라고도 불린다. 이어 핵·미사일 기술 확보와 사이버 작전, 석유 수익 창출을 지원한 전 세계 약 60개 단체와 개인, 선박을 새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베선트 장관은 “재무부는 이란이 석유를 밀수하고 제재를 회피하는 데 사용해온 모든 거점과 중개자, 네트워크를 파악했다”며 “이란 정권을 지탱하는 모든 경제적 생명선을 끊어 이란이 홀로 남을 때까지 압박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이 이날 제3국에 곧바로 전면적인 2차 제재를 부과한 것은 아니다. 그는 각국과 기업에 이란과의 거래를 끊을 ‘시정 기간’(cure period)을 주겠다면서도 “우리에겐 무한한 인내심이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주 안에 이란과 거래하는 한 대형 금융기관을 제재하겠다고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정상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란과의 특정 거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주 이란과 모든 무역·금융 거래를 중단한 아랍에미리트(UAE)의 결정을 두고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 은행도 제재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베선트 장관은 “누구도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중국은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80~90%를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이 수십년간 중국과 러시아 등을 통해 미국 제재를 우회해온 만큼 실제 압박 효과는 미국이 중국 등 이란의 주요 교역국을 얼마나 동참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베선트 장관은 앞으로 더 많은 제재가 발표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고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이번 제재가 이란 경제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 CNN 방송도 “미국은 이란과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기를 거부하는 국가들에 대해 치명적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실제 대규모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떠한 행위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손은 묶여 있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이란 강경파인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위원도 “트럼프의 ‘경제전’이 계속될 경우 테헤란은 걸프만에서의 모든 원유 수출을 중단하고 미국의 새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의 행위를 사실상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거들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는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미국이 제재 측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모두 했다”며 “이번 조치가 새로운 압박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 발발 이후 외화를 비축해왔다며 필수품과 의약품 수입에 필요한 외화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