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캐나다 "12척 체제 못 버텨"…잠수함 수주 승부처는 '정비'
입력 2026.06.29 11:14
수정 2026.06.29 11:15
캐나다 정부 "현 지원체계, 12척 감당 어려워"…정비인프라 새로 구축해야
장관 "유지보수가 라이프사이클 비용의 70%"…의회 증언록에 남긴 경고
한화오션, 양안 MRO 인프라 선점…캐나다 정부가 공백 인정한 분야 공략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한화오션
캐나다가 잠수함 평가 배점의 절반을 유지보수에 배정한 배경이 공식 문서로 확인됐다. 캐나다 정부가 스스로 "현재 지원체계만으로는 신형 잠수함 12척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는 잠수함 자체보다 앞으로 수십 년간 이를 유지·정비할 산업 기반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 평가 요소라는 의미다.
캐나다가 유지보수를 이처럼 중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존 4척 규모였던 잠수함 전력을 최대 12척으로 세 배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수함 숫자는 세 배로 늘어나지만 정비시설과 전문 인력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만큼, 캐나다는 평가 배점의 절반을 유지보수 역량에 배정했다. 캐나다는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한 노후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최대 12척 규모의 차세대 함대로 대체하는 캐나다 순찰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가 최종 2개사로 압축된 상태로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될 전망이다.
캐나다 국방투자청(DIA)이 지난 3월 발행한 잠수함 유지보수 정보요청서(RFI)에는 "현재까지의 분석 결과, 빅토리아급 잠수함 지원체계는 신형 잠수함 최대 12척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명시됐다. DIA는 이 RFI를 통해 수주 업체 결정 전에 유지보수 체계를 별도 사업으로 먼저 설계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이 같은 우려는 장관급에서도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스티브 퍼(Stephen Fuhr) 국방조달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 하원 국방상임위원회(NDDN) 공식 의사록에서 "나의 가장 큰 걱정은 인프라"라며 "사업이 인프라보다 앞서 나가면 장비가 도착했을 때 이를 유지·정비하거나 수용할 인프라가 없는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무엇을 구매하든 유지보수가 총 라이프사이클 비용의 약 70%를 차지한다"며 "해외에서 구매해야 한다면 캐나다 기업들이 유지보수에 완전히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기회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오션 특수선해외사업단장 정승균 부사장(왼쪽)이 지난달 27~28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CANSEC 2026’ 전시회 내 한화오션 부스에서 빅터 피델리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에게 최신예 잠수함인 KSS-III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한화오션
캐나다 정부는 이 같은 판단을 정책으로 제도화했다. 지난 2월 발표한 첫 국방산업전략(DIS)에서 함정 유지보수(ISS)를 '주권 역량'으로 공식 지정하고, 외국산 잠수함을 도입하더라도 유지·정비를 가능한 한 캐나다 내에서 수행한다는 방향을 명문화한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수주전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정부-업계 공식 채널에서도 제기됐다. 공공서비스조달부(PSPC) 산하 해양산업자문위원회(MIAC) 2024년 10월 회의록에는 업계 참석자들이 "플랫폼이 노후화될수록 정비 부담이 극도로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잠수함 인프라 미래 계획을 정부에 공식 경보해야 하는지 질의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PSPC는 유지보수 재원 검토를 공식 후속 과제로 채택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이 위원회에는 General Dynamics, Thales, BAE Systems Canada 등 방산 대기업 임원과 국방부 해양장비 담당 준장급 인사가 배석한다.
캐나다 국방부 2026-27 회계연도 업무계획서에도 "누적된 정비 미흡분을 해소하는 데 수년간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PSPC는 올해 현재 빅토리아급 잠망경 교체 사업에 대한 공정감시를 별도로 진행 중이다. 차세대 잠수함 선정을 앞두고도 기존 함대 정비가 계속 투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캐나다 정부가 정비 인프라 공백을 공식 인정하자 양사 모두 현지 인프라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화오션은 지난 4월 캐나다 최대 건설사 PCL Construction과 에스퀴말트(브리티시컬럼비아주)·핼리팩스(노바스코샤주) 양안을 거점으로 한 유지보수 인프라 구축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TKMS도 지난 1월 캐나다 최대 조선사 Seaspan과 MRO 시설 구축 협력을 맺은 데 이어, 2월에는 건설사 EllisDon과 잠수함 정비·훈련 시설 설계·건설 협정을 추가로 체결했다.
캐나다 정부 문서와 의회 증언, 정책 자료를 종합하면 이번 사업은 '누가 더 좋은 잠수함을 만드느냐'보다 '누가 향후 수십 년간 캐나다 잠수함을 함께 유지·정비할 수 있느냐'를 가리는 경쟁에 가깝다. 한화오션과 TKMS가 캐나다 현지 유지보수 인프라 구축에 잇따라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