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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과야?’ 분노만 키운 홍명보 사퇴 기자회견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6.29 07:51
수정 2026.06.29 08:22

홍명보 전 감독. ⓒ 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치욕을 남긴 홍명보 전 감독이 마지막 순간까지 축구팬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최고의 스쿼드를 보유하고도 48개국 체제의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34위)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진정성 있는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진행된 사퇴의 자리는 오히려 국민을 기만하는 오만함의 극치로 얼룩졌다.


기자회견의 막은 대중적 신뢰가 두터운 박항서 단장의 대리 사과로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축구협회가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급조한 형식적인 반성문에 불과했다.


뒤이어 등장한 홍명보 감독의 태도는 실망 그 자체였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곤 믿기 힘들 만큼 당당함으로 일관했다. 패장으로서의 고뇌나 미안함 대신, 마치 시상식 무대에 오른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특히 “모든 판단 기준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라며 패배를 포장한 자기합리화는 축구팬들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했다.


사퇴 발표 직후에는 급하게 자리를 떴다. 홍 감독은 준비해 온 사퇴문을 읽은 후 언론의 질문을 단 하나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전술적 무능과 처참한 실패 원인에 대해 철저한 해명이 이뤄져야 할 공적 자리였음에도, ‘사퇴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심지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후련하다는 듯 걸어 나가는 뒷모습은 생중계로 지켜보던 이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국민과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린, 오만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더군다나 감독 한 명을 제물 삼아 몸통을 감추려는 대한축구협회의 ‘꼬리 자르기’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 축구의 시스템을 뿌리째 흔들어놓고도 협회 수뇌부 중 그 누구도 전면에 나서 책임을 통감하거나 해명하지 않았다.


두 번의 기회와 협회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고도 최악의 오점만 남긴 채 너무도 당당하게 떠난 홍명보 감독, 그리고 그 뒤로 숨어버린 축구협회. 그들의 오만함 속에 북중미 월드컵의 참사는 한국 축구의 가장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됐다.



홍명보 전 감독. ⓒ 연합뉴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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