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 촉법소년 13세 하향…급격히 달라진 세태에 현행 체제 한계 인정
입력 2026.06.29 17:27
수정 2026.06.29 17:29
'살인·강도·성범죄 등' 중대범죄 한해 연령 낮춰 형사처벌
작년 검거된 촉법소년 2만1095명…4년 전 대비 81%↑
경찰 특별단속 결과 아동성착취 범죄 59%, 10대로 확인
AI 발전 맞물려 위조신분증 사용 등 범죄·일탈행위 만연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정부가 중대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기준을 하향하기로 결정했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범죄 수법이 교묘해진 데다 살인·강도·성범죄에 연루된 청소년의 수가 급증하며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단 주장에 힘이 실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는 살인·강도·성범죄 등 중대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오는 30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공론화할 것을 지시했다.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촉법소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데 따른 주문이었다. 현재 만 14세 미만은 형법에 따라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으로 분류돼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책임을 지지 않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 대통령의 촉법소년 공론화 주문 열흘 뒤 사회적 대화협의체가 출범해 의견을 모았다. 협의체는 전체회의 4회, 분과회의와 자문회의를 12회와 2회씩 개최하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공개 포럼을 두 차례 실시한 뒤 지난 4월 현행 '만 14세 미만' 유지 권고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 같은 협의체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하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지속한데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81%가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추는 데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의 우려처럼 실제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건수는 가파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검거된 전체 촉법소년은 2만1095명으로 4년 전인 2021년 1만1766명과 비교해 80.7%(9418명)나 급증했다.
범죄 유형별로 살펴보면 성폭력·절도·폭력 등 강력범죄의 증가세 역시 확연하게 관측된다. 이 기간 성폭력은 398건에서 739건으로 85.7%(341건) 증가했고, 절도는 5733건에서 1만110건으로 76.3%(4623명) 증가했다. 폭력은 2750건에서 5520건으로 100.7%(2770건)나 급증했다.
특히 AI 발전과 맞물려 이를 활용한 범죄가 심각한 수준으로 관측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3월23일부터 4월17일까지 한국·싱가포르·일본 등 아시아 7개국 경찰과 함께 아동성착취물 범죄 특별단속을 실시했는데 붙잡힌 아동성착취 범죄자의 58.7%(132명)가 10대로 확인됐다.
최근 텔레그램 '박제방 사건'은 10대들이 저지르는 디지털 성범죄의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4월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청소년성보호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10대 남성 A군 등 3명을 검거해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7개월 간 텔레그램에 비공개 채널 4개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채널은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거나 괴롭힐 목적으로 타인의 신상정보를 폭로하는 이른바 '박제방'으로, 채널의 총 참여자는 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촉법소년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압수수색이나 휴대폰 포렌식, 폐쇄회로(CC)TV 열람이 불가능해 수사에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연령 하향 시 압수물 확보에 숨통이 틔일 것으로 보인다.
10대들 사이에서 AI를 활용한 범죄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만연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례로 AI로 만든 가짜 신분증을 일탈에 활용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지난 20일 서울 금천구의 한 식당에서 청소년 3명이 위조된 모바일 신분증을 제시하고 술을 마시려다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법무부. ⓒ연합뉴스
향후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낮아지는 중대범죄의 구체적 범위에 관해 마련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촉법소년 관련 형법 개정안을 참고할 예정인데, 이들 법안은 살인, 강도, 강간·추행 등 성범죄, 집단폭행 등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현행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에 규정된 것으로 현재는 같은 연령의 청소년이 당시보다 훨씬 성숙하다"며 "특히 성범죄의 경우 소년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