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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갇힌 정책, ‘좋아요’보다 중요한 것 [기자수첩-정책경제]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6.22 07:00
수정 2026.06.22 07:01

현장·회의실 아닌 SNS로 간 정책

공식 협의 없는 ‘업무 지침’ 되기도

국민 아닌 대통령 향한 구애의 손짓

‘공유·좋아요’로 완성되는 정책 없어

사람들이 SNS을 하는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대통령 SNS 봤어?”


요즘 정부 부처 공무원들을 만나면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과거에는 국무회의 발언이나 공식 브리핑에서만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아니다. 생중계되는 국무회의는 물론 개인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중요한 정책 메시지가 전달된다.


부처 장관이나 기관장들도 마찬가지다. SNS를 좋아하는 대통령을 따라 각자 생각과 정책 구상을 꺼내놓길 주저하지 않는다.


국민으로서는 정부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지 이전보다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 책임자가 직접 정책 배경과 취지를 설명하는 만큼 전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도 줄어든다.


문제는 SNS 정책을 설명하는 수단을 넘어 정책을 결정하는 공간으로 변질될 때 발생한다.


SNS는 본질적으로 속도를 중시한다. 깊은 토론보다 즉각적인 반응이, 긴 설명보다 강렬한 한 문장이 주목받는다.


정책은 정반대 영역이다. 이해관계 조정과 전문가 검토, 부처 간 협의 등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최근 정부 부처 안팎에서는 기관장, 장관 SNS 글이 사실상 업무 지침처럼 받아들여진다. 때로는 공식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이 SNS를 통해 먼저 공개되기도 한다. 정책 검토 단계의 아이디어가 확정된 방침처럼 해석되는 일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치와 행정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선출직 정치인의 SNS 활동은 정치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면 행정을 책임지는 장관과 공공기관장은 다르다. 그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논쟁적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하면 기관 중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오해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임광현 국세청장 페이스북. ⓒ임광현 청장 페이스북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6·3 지방선거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 지역 정당별 득표 결과를 공유한 게시물에 댓글을 남겼다.


주 위원장은 댓글에 “시민의 권리 행사가 이렇게 돈의 질서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씁쓸하다”며 “내란을 일으켜도 상관없는 맹신인가, 맹목인가, 아니면 자기기만인가”라고 썼다.


주 위원장 댓글은 집값이 높은 서울 강남 3구 등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결과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주 위원장은 해당 게시글을 약 17시간 뒤인 5일 오전 삭제했다.


21일에는 임광현 국세청장이 SNS를 올렸다. 등록 임대 아파트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으로 ‘매물 잠김’이 심화하는 측면이 있으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임 청장이 말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가 아닌가를 논할 생각은 없다. 다만 세금 제도 개편이 과연 국세청 고유 업무인가는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국세청은 과세 기관이다. 제도에 따라 세금을 거둬들이는 곳이란 의미다. 제도를 설계·운용하는 기관이 아니라, 법에 따라 집행하는 부처다. 임 청장 SNS 내용은 국세청이 아닌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던져야 할 화두다.


임 청장이 올린 내용은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이 이미 장문으로 언급했던 메시지다. 대통령이 넉 달 전 이미 얘기했던 것을, 주무 부처도 아닌, 집행기관의 장(長)이 재차 꺼낸 이유는 뭘까? 혹시 정치인 출신 국세청장이 대통령께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한 행위 아닐까?


임 청장 취임 이후 국세청의 과세 행정은 항상 대통령 발언에 즉각 반응해 왔다. 대통령이 대형 베이커리 카페 가업상속공제 문제를 지적하면 세무조사에 나섰다. 법인차량 사적 유용을 꼬집으면 곧바로 기업 탈세를 들여다봤다. 이런 전적 탓에 임 청장의 이번 SNS 역시 ‘대통령을 향한 몸짓’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SNS는 훌륭한 소통 도구다. 하지만 도구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정책은 SNS의 ‘공유’와 ‘좋아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현장 의견을 모아 정책 관계자들이 회의를 반복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만들어져야 한다. 기관장들의 SNS가 누군가를 향한 보여주기, 구애의 손짓이라면 더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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