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철 이사장 “사전안전체계 바탕 여객선 공영제 성공 이끌 것”
입력 2026.06.20 07:00
수정 2026.06.20 07:00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신임 이사장
전문가 지휘하는 경영자 역할 강조
반복되는 해양사고, 전수조사·집중점검
“내부 축적 전문성, 제대로 발휘하게”
안영철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해양안전은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위험을 발견하고 차단하는 것이다.”
지난달 취임한 안영철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이사장은 KOMSA의 미래 방향을 묻자 ‘사전예방형 안전관리 체계’라는 표현을 가장 먼저 꺼냈다. 기후경제와 공공정책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공단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와 첨단기술을 연결해 새로운 해양안전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안 이사장이 취임한 시점은 KOMSA에 여러 변화가 겹치는 시기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 반복되는 해양사고, 여객선 공영제 준비,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부산 이전 논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KOMSA를 단순한 검사·관리기관이 아닌 ‘예방 중심의 해양안전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후경제 전문가에서 해양안전 기관장으로
안 이사장의 이력만 놓고 보면 해양 분야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기 쉽지 않다. 그는 금융경제학과 국제재정, 국제금융을 공부했고 독일 유학 시절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재정적 대응을 연구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환경오염 문제가 주요 관심사였지만 유럽은 이미 기후변화를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이 오히려 현재 공단 업무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한다. 공공기관의 역할은 미래 위험을 예측하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며, 해양안전 역시 결국 미래 위험을 관리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해양안전 분야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해양기상 예측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태풍과 강풍,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해양교통 환경 역시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안 이사장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경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를 지휘하는 경영자가 되겠다”
일부에서는 해양안전 분야 비전문가가 기관장을 맡은 데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안 이사장은 “KOMSA는 고도의 현장 전문성이 필요한 기관이다. 각 업무는 오랜 경험과 기술적 판단이 축적돼야 하는 분야”라며 “이사장 개인이 모든 기술적 판단을 대신하는 방식보다는, 내부에 축적된 전문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본사 전경.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안 이사장이 취임 후 업무 파악에 공을 들였다. 본부별 업무보고가 한 번 시작되면 두 시간 넘게 이어질 정도로 세세한 설명을 듣고, 묻기를 반복했다. 관련 자료를 미리 읽어가며 공부도 했다. 전국 지사와 센터를 직접 방문해 현장도 살폈다.
그는 “선박검사 전문가, 운항관리 전문가, 연구인력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안전 체계로 작동하도록 조율하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공단 조직 운영 철학과도 연결된다. 안 이사장은 수직적인 지시 체계보다 전문성을 가진 본부장과 실장들이 자율성과 책임을 갖고 움직이는 분권형 조직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AI와 데이터로 만드는 ‘사전예방형 안전관리’
안 이사장이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그는 현재 KOMSA가 보유한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 선박검사 데이터, 운항관리 정보, 전자점검 시스템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KOMSA는 이미 전임 이사장 시절부터 AI 기반 위험성 평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항해 조건과 선령, 운항 이력, 기상 정보, 사고 기록 등을 분석해 어선 위험성 지수를 산출하고 맞춤형 사고 예방 정책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생성형 AI를 활용한 민원 상담 서비스 고도화, 선박검사 온라인 서비스 확대, 카카오맵 여객선 길찾기 연계 서비스 등도 추진되고 있다.
안 이사장이 구상하는 미래상은 단순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다. 사람이 현장에서 판단하고 AI가 그 판단을 지원하는 구조다. 그는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더 빨리 발견하고 더 정확한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AI 동아리를 만들었다. 특정 과제를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AI 활용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향후 KOMSA 전체 전략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어선원안전감독관 활동 모습.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반복되는 해양사고, 근본 처방이 필요”
KOMSA가 풀어야 할 과제 가운데 가장 어려운 건 해양사고 감소다.
최근 5년간 해양사고 발생 선박 가운데 반복사고 선박 비율은 약 27%에 달한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비율이 40%를 넘어서고 있다.
안 이사장은 “반복되는 사고를 개인의 부주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유형의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면 국가와 공공기관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소형어선 기관사고를 주목하고 있다. 혼자 조업하는 소형어선은 조업과 운항, 기관 관리를 모두 한 사람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이 크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전수조사와 집중점검이 필요하다는 게 자신의 생각이다.
최근 해양사고 사망·실종자의 상당수가 작업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해상 추락, 양망기 끼임, 로프 사고 등은 선박 자체의 결함보다 작업 환경과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KOMSA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국어 안전 지침을 배포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확대 시행되는 어선 갑판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 제도 현장 정착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공영항로 운영, 국민 이동권 책임진다
KOMSA는 내년부터 여객선 공영제를 담당한다. 공영항로는 수익성이 낮아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기 어려운 항로를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다. 섬 주민들에게는 사실상 생명선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안 이사장은 “공영항로를 단순한 교통사업이 아니라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일”이라며 “섬에 산다는 이유로 국민의 이동권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관점에서 공영항로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KOMSA는 여객선 공영제 전담 추진단을 구성해 선박 상태 점검, 항만 시설 확인, 매표 시스템 구축, 승객 동선 관리 등 운영 전반을 준비하고 있다.
안 이사장은 “공영항로 운영이 공단 규모를 키우는 사업이 아니라 책임과 위험을 함께 떠안는 사업”이라며 “선박 안전부터 승객 승하선 과정까지 모든 부분에 대한 책임이 공단에 주어지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영철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부산 이전 논의와 조직의 미래
정부가 추진 중인 해양수산 공공기관 부산 이전 역시 KOMSA 주요 현안 중 하나다.
안 이사장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했다. 다만 부산 이전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고 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핵심 기능의 안정적 운영이다.
안 이사장은 “여객선 운항상황센터와 MTIS 같은 시스템은 단 한 순간도 중단돼서는 안 되는 시설”이라며 “부산 이전이 추진된다면 행정 기능부터 단계적으로 옮기고 핵심 관제 기능은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안 이사장은 임기 동안 어떤 기관장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따뜻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꺼냈다.
그는 “따뜻함은 원칙이 없는 리더십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직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존중하면서도 업무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추진하는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따뜻한 이사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안 이사장은 공단 직원들의 전문성을 가장 큰 자산으로 평가했다. 동시에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개인의 삶과 건강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조직이라면 그 일을 수행하는 직원들의 안전과 삶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 자율운항선박 시대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해양안전의 개념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안 이사장이 제시한 비전의 핵심은 분명하다.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시대를 넘어 데이터와 AI, 그리고 현장 전문가의 경험을 결합해 위험을 미리 발견하는 예방 중심의 해양안전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구상하는 미래가 현실이 된다면 KOMSA는 단순 안전관리 기관을 넘어 미래 해양교통안전 모델을 제시하는 기관으로 진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해양안전은 단순히 사고를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복잡해지는 바다를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연안은 어선, 여객선, 화물선, 레저선박이 함께 이용하는 복잡한 해역이다. KOMSA의 다양한 기능이 하나의 체계로 잘 작동한다면, 그것이 곧 우리나라 해양안전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