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추 깨진 한국증시, 美中日 공습 따라 ‘휘청’
입력 2019.08.01 06:00
수정 2019.08.01 11:27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 5인 증시 진단 “악재 누적·매수 취약”
“반도체 경쟁력 손실 위기…G2 분쟁 해결 시그널 보여야 반등”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 5인 증시 진단 “악재 누적·매수 취약”
“반도체 경쟁력 손실 위기…G2 분쟁 해결 시그널 보여야 반등”
코스피 지수가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 글로벌 리스크에 치여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적변수에 연일 휘청이는 가운데 국내 기업 실적 악화, 경기 침체 등 기초체력이 취약해진 점도 지수를 끌어내렸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 5인은 대내외 악재가 얽힌 관계로 당분간 증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경기 부진·대외 악재로 매수세 실종…밸런스 무너졌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4.13포인트(0.69%) 내린 2024.5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중 한때 2010.9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동반 매도 물량을 쏟아내 2020선까지 밀리면서 하락 마감했다. 이날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sK하이닉스 신용등급 하락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한국 증시 부진에 대해 “우리 내부에 가장 큰 요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에 따른 매수세 실종으로 균형이 무너지면서 추세 하락 폭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우리 기업들 실적이 상반기 상당히 부진했고 앞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흐름이 있어야 하는데 대외적인 경기여건이나 거시환경 등은 그렇지 않다보니, 이익 전망에 있어 부정적인 면이 강해지고 자연스럽게 주가가 내렸을 때도 저가매수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누군가의 공격적인 매도에 따른 영향보다는 매수세 실종에 의한 밸런스 무너짐이 추세 하락을 더 크게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문제는 현재 주식시장의 상황이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기업들의 경영·재무활동 탈바꿈으로 가치 변화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정치나 외교, 정책 문제 등 경제 외적변수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 이외에는 뚜렷한 포지션 전략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그간의 악재가 누적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일지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박 센터장은 “현재 증시 침체는 그동안 악재였던 일본과의 무역 마찰 심화 문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고, 또 연준의 강력한 완화정책 기대감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작용했다”며 “악재들이 누적된 가운데 수급 쪽으로도 매수 부분이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라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투자전략에 대해선 “지금은 전략을 짜기보다 일본과의 관계, 연준의 스탠스 등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연준의 강한 완화정책 관련 코멘트인데 이 경우 유동성에 대한 보강이 기대돼 증시도 좀 진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당분간 바닥 다지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저점인 1985 수준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저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 센터장도 증시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기업 실적·경기 부진과 함께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 투자심리가 악화된 점을 꼽았다.
조 센터장은 “2분기 실적시즌을 맞아 주가가 좀 더 하락하고 있는데, 최근 외국인 매도가 겹치고 국내 기관들 수급까지 헤지펀드 관련 문제 등으로 꼬이면서 하락이 매도를 불러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지수가 워낙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여기서 많이 빠진다고 보지는 않지만,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아서 급하게 반등이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라며 “물론 소폭 반등은 나오겠으나 박스권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코스피 예상밴드는 2000~2150으로 제시했다.
신지윤 KTB 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도 “우선 지수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은 “어차피 주가라는 게 실적의 함축인데 사이즈별로는 중소형주가 조금 더 부진하고 업종별로는 반도체 등 제조업이 약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위축된 기업 실적 전망이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심증적으로는 바닥권 진입, 그러나 확신할 수 없는 이유”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 센터장은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 해결이 이뤄져야 증시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현재 코스피가 심증적으로는 바닥권에 근접한 지수지만 이것을 ‘바닥’이라고 확신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평가했다.
양 센터장은 먼저 “단기적으로 지수가 2100~2200 사이 박스권에서 움직이다가 최근 박스권 하단 쪽을 뚫고 내려왔는데 한일 분쟁이 중심축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양 센터장은 “심증적으로 2000~2050 정도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바닥권에 근접한 게 아니냐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히스토리컬하게 주가순자산비율(PBR)만 놓고 봐도 우리가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는 밴드”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지수에서 반등이 강하게 나타나지 못하는 이유, 이게 바닥이라는 확신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한일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G2 문제가 당초 시장 예상과 달리 2년을 넘기고 있듯이, 정치 문제가 개입되면 더는 예측 영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양 센터장은 “한일 분쟁 역시 지난주까지만 해도 일각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참의원선거용으로 한국 수출 규제 등의 카드를 꺼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이 나와 지난 일주일 동안 시장에선 관망이 이어졌다”며 “하지만 이후 일본의 한국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가 이벤트용이 아닌, 매우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이란 느낌을 투자자들도 강하게 받았고 지금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든 것은 이번 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관련 발표”라고 짚었다.
그는 “과거 PBR이 0.8배를 밑돌았던 경우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우리나라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카드채 파동으로 금융기관이 부도가 났을 당시”라며 “현재가 0.8배 언저리임에도 미국발 금융위기, IMF 정도의 시스템 리스크는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지금 바닥이 맞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이 배제된다면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봤다. 일본 정부는 오는 2일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양 센터장은 “우리나라 산업 핵심인 반도체 경쟁력마저 손실될 경우 굉장히 위험한 흐름이 전개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2분기 기업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놓으면서 G2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만 3분기가 바닥이란 확신이 들 것으로 판단했다.
양 센터장은 “우리나라 지난해 교역 비중을 보면 중국이 23.6%나 차지한다”면서 “우리 증시는 중국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확실한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시그널은 G2 분쟁 해결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