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세제개편안'에 文악몽 소환…국민의힘, '부동산 민심' 흔들기 본격화
입력 2026.08.05 00:30
수정 2026.08.05 05:36
"李,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더니"
국힘, 송곳 심의로 '정부안' 저지 예고
성난 '수도권 부동산 민심' 잡을 기회
"서울 내 많은 주택 영향…반발 클 듯"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7월 1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기 위해 상춘재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국회 심의 과정을 거쳐 보완될 가능성이 높지만, 정부 기조가 규제에서 '증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수도권 부동산 민심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범여권 일부에서도 우려가 나오는 만큼, 국민의힘은 부동산 민심을 확보하기 위해 송곳 심의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4일 이 대통령을 향해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세금폭탄을 선택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21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이 "저는 기본적인 방향을 이제는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 대통령이 '증세'를 집값 안정화 방안으로 놓지 않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진보 정권이 세금 부과와 소유 제한 등 수요 억제 정책을 펼쳤지만 결국 수요와 시장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증세를 활용한 수요 통제는 피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증세'로 집값을 잡는 방법은 사실상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불과 올해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금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데, 이걸 규제의 수단으로 전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웬만하면 최대한 미루려고 한다"고 말한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부동산 세재개편안에 대해 야권은 '증세'를 통한 집값 잡기의 일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안에는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10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면서 서울 준고가 아파트의 보유세가 1년 새 최대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실거주 전환으로 전월세 매물이 줄고 세금 인상분이 임대료에 전가돼 임대차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세제개편안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집주인이 낸 세금은 결국 세입자의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납세 고지서가 세입자 앞으로 날아오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평생 땀 흘려 마련한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게 만드는 나쁜 정책인데, 이미 국민은 문재인 정권에서 똑같은 경제 실험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보유세를 높이려면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마저 무시하고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 강화하기로 선택한 최악의 증세"라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조차도 최소한 이처럼 공약 파기 수준으로 180도 입장을 선회하지는 않았다"고 직격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조세 정상화' 방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거주용 1주택은 최대한 보호하되, 일정 가액 이상의 주택과 비거주·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정상화하는 원칙이 마련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가 20억원 이상 아파트가 밀집한 수도권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민심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 탓에 여당 일부에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신속한 공급 대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문제는 당장 대책을 세운다고 해도 실제 공급까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관위 국조특위 및 6.3 특위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현재 민주당 일부에선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패배로 확인된 부동산 민심이 이번 정부안으로 인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분위기다. 민주당 서울 지역 의원들은 오는 6일 간담회를 열어 적정성 여부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표면적으론 '조세 정상화' 방안이라고 강조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듬겠다는 말을 덧붙이며 자세를 낮추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2028년 4월 23대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정부·여당의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세제개편안은 국회서 논의가 필요하고 보완돼야 하지만, 만약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 말 고지서를 받는 국민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로부터 불과 몇 개월 뒤가 총선인 만큼, 부동산 민심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과세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에서 확인됐다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당시 5년 동안 28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부동산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취득세를 대폭 인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성난 부동산 민심 여파는 20대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이번 세제개편안도 지난 2022년 대선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만큼, 이른바 '부동산 트라우마'를 자극해 민심 확보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이미 과세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 당시 충분히 경험했다"며 "보유세를 올리고 양도세를 조정한다 해도 공급 없이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와 국민의 호소에 왜 귀를 닫고 있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내 지도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세제개편안이 제출되면 송곳 심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차원에서도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보는 만큼 각 상임위 단계에서 날 선 공방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재경위 차원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원내에서도 정기국회 때까지 세제개편안을 두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세제별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여당 일부에서도 세제개편안에 대해 우려가 표명되고 있다. 특히 이제 와서 공급 대책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 당정 간 충분한 조율이 없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안 영향으로 수도권 고가 주택뿐 아니라, 앞으로 서울 시내에 있는 많은 주택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도권 민심이 크게 반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당 입장에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민심을 계속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