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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만 빠져나가는 ‘원자 크기 그물망’…KAIST, 분리막 설계 기준 제시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8.13 10:20
수정 2026.08.13 10:20

가교 연결 완성도 73%

투과도·수소·질소 선택도 함께 향상

100시간 연속 운전에도 성능 유지

관련 연구 이미지 ⓒKAIST

여러 기체가 섞인 혼합가스에서 수소를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고분자 분리막의 새로운 설계 기준이 제시됐다. 분리막 안에 만든 초미세 통로의 수보다 통로가 끊김 없이 연결된 정도가 수소 분리 성능을 좌우한다는 연구 결과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배태현 교수 연구팀이 옹스트롬(Å) 수준의 수소 이동 통로를 고분자 분리막 내부에 만들고, 연결 상태를 수치화한 ‘가교 연결 완성도(BCD)’를 제안했다고 13일 밝혔다. 1Å은 10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0만분의 1이다.


고분자 분리막은 얇고 넓게 만들기 쉽지만 기체가 지나는 작은 공간을 원하는 크기로 제어하기 어렵다. 균일한 구멍을 설계할 수 있는 금속유기골격체(MOF)와 공유결합유기골격체(COF)는 결함 없는 대면적 제작이 쉽지 않다.


연구팀은 고분자 사슬을 ‘가교제’로 이어 두 소재의 장점을 결합했다. 고분자가 실이라면 가교제는 실과 실을 잇는 매듭에 해당한다.


기존 지표는 매듭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줬지만, 매듭의 양쪽 끝이 모두 연결돼 온전한 통로를 만들었는지는 구분하지 못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BCD는 완전히 연결된 가교의 비율을 나타낸다.


개발한 분리막 ‘ms-oDMB-DB50’의 BCD는 73%였다. 수소 투과도와 수소/질소 선택도는 원재료인 DB50보다 함께 높아졌다. 불완전한 가교가 비선택적 통로로 작용할 수 있어 가교의 양보다 연결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크기가 서로 다른 기체를 탐침으로 사용해 분리막 안에 3Å 이하의 공간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산화탄소가 접근하지 못하는 공간에 지름 2.6Å인 헬륨이 들어갈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분리막은 100시간 연속 운전에도 수소 분리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 인장강도는 39.2MPa로 기존 최고 성능 수준의 고분자 분리막보다 약 2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설계 원리를 다른 고분자 분리막에 적용하면 분자의 크기와 특성에 맞는 초미세 통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 정제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포집과 천연가스 정제 등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홍주 박사가 제1저자, 최수현 연구원이 제2저자, 배태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7월 23일 게재됐다.


이홍주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고분자 내부의 작은 통로가 얼마나 완전하게 연결돼 있는지가 수소 분리 성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더 정교한 고성능 분리막을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태현 교수는 “레고 블록을 맞추듯 고분자를 촘촘하게 연결해 수소만 빠져나갈 수 있는 초미세 그물망을 만들었다”며 “향후 수소를 보다 효율적으로 분리·정제하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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