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태움’ 뿌리 뽑는다…괴롭힘 조사부터 근로감독까지 연계
입력 2026.08.13 10:30
수정 2026.08.13 13:57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13일 인천 인하대병원에서 대한병원협회·대한간호협회·노사발전재단·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일하고 싶은 안전한 병원 만들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고용노동부
병원 내 이른바 ‘태움’ 등 직장 내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조직문화 개선부터 신고·근로감독까지 연계한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대학병원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에 대한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도 확대한다.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13일 인천 인하대병원에서 대한병원협회·대한간호협회·노사발전재단·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일하고 싶은 안전한 병원 만들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병원 현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의료종사자가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직문화와 근무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에 따르면 2024년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에서 보건·복지 분야의 괴롭힘 경험률은 25%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에서도 보건·복지 분야가 전체의 16%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협약기관들은 ‘보건의료 일터혁신 협의체’를 구성하고 반기별로 이행상황을 점검한다. 현장 실태 파악과 조직문화·근무환경 개선, 신고·감독 연계 등 세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협업한다.
괴롭힘 실태조사부터 조직문화 특별진단까지
노동부는 지난 6월부터 보건업 특화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 중소 병·의원의 괴롭힘 발생 현황과 지원제도, 구제방안 등을 파악하고 의료계와 간호계의 현장 의견도 수렴한다.
간호인력에 대해서는 간호법에 따라 의료기관·직종·지역별 현황과 업무실태, 인권침해 실태, 간호사 양성·처우 개선 등에 관한 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병원 업종에 특화된 ‘일터혁신 상생컨설팅’도 집중 지원한다. 대한병원협회가 추천한 병원은 별도 심사 없이 진단·컨설팅에 착수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한다. 조직문화 개선 분야는 사업장 자부담도 면제한다.
저연차 간호사를 대상으로 위계적 조직문화 등 괴롭힘 잠재요인을 살피는 병원업 맞춤형 조직문화 특별진단도 실시한다. 병원 특성을 반영한 괴롭힘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의료현장에서 활용할 조직문화 개선 표준 매뉴얼도 마련한다.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도 강화한다. 현재 생명·안전 분야 보건업종을 우대 지원하는 ‘워라밸+4.5 프로젝트’를 활용하고, 기존 지원에서 빠진 대학병원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신규 간호사 이직 문제로 컨설팅을 신청한 인하대병원과 과거 같은 문제를 겪었던 삼육부산병원 사례도 공유됐다. 삼육부산병원은 간호사 근무체계를 개편하고 조직문화 개선 활동을 진행한 뒤 이직률이 크게 줄어든 경험을 소개했다.
괴롭힘 신고 병원 감독 연계…중소병원 14곳 점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의료종사자가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상담·지원체계도 강화한다. 복지부와 간호인력지원센터는 ‘간호사 SOS 지원창구’ 등을 활용해 피해 의료종사자를 지원한다.
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 등이 현장에서 파악한 문제사업장 정보를 노동부 근로감독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노동부는 현재 괴롭힘 신고가 접수된 병원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기획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14일까지는 최근 3년간 괴롭힘 신고가 다수 접수된 중소병원 14곳을 대상으로 노동관계법 전반을 점검한다.
복지부도 제1차 간호종합계획을 통해 적정 간호인력 배치 제도화 등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추진한다. 정부는 실태조사와 예방·컨설팅, 신고·감독을 연계해 병원 조직문화 개선과 의료종사자 보호를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이 존중받는 일터가 곧 환자의 안전으로 이어진다”며 “정부는 적정 간호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의료기관에서는 병원장 중심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환자를 살리는 소중한 손길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일터혁신 상생컨설팅과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 등을 통해 의료종사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