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중동노선, 북극 바닷길이 ‘대안경로’ 되나 [D-9 북극항로]
입력 2026.08.13 06:00
수정 2026.08.13 06:00
전쟁·해적에 정시성·안정성까지
호르무즈·홍해, 전쟁 위험 상시화
대안 경로 떠오른 북극항로
상업화 가능성 검증해야 성공
미국의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항구에서 붉은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수년간 이어진 군사적 긴장과 해적 등 위협이 세계 해상 물류 핵심인 수에즈 운하 신뢰성을 추락시키고 있다. 정시성과 안정성 문제가 고질적인 불안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경로 확보가 해운업계 과제로 떠오른다.
현재 해운업계는 중동노선의 대안으로 북극항로에 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이미 상업운항을 시작할 정도로 북극항로 개척에 앞서가고 있다. 한국 역시 오는 22일 시범운항 출항을 예정하면서 북극해의 잠재력을 시험하고 각종 위험 요소를 철저히 검증해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바닷길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예멘 후티 반군의 잇따른 민간 선박 공격 등 중동발 위험으로 심각한 정채 현상을 겪고 있다.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잇는 남방 항로 통항이 사실상 위험해지면서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를 비롯한 주요 선사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뱃길을 우회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에 따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운송 기간은 기존 대비 최소 10일에서 14일 이상 늘었다. 배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연료비와 인건비, 선박 대여료 등 전반적인 해상 물류비용도 대폭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지정한 날짜에 화물을 전달해야 하는 ‘정시성’이 무너지고, 사고 위험에 대비한 특별 보험료까지 불어나면서 해운시장 내에서 중동노선에 대한 불안감과 기피 현상은 최고조 상태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북극항로는 동북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장 효율적인 대체 경로로서 경제적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 항로를 거치는 것 보다 30%가량 거리가 줄어든다.
한화오션의 차세대 쇄빙연구선 조감도.ⓒ한화오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행한 ‘중국의 북극 화물항로 개척의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 따르면, 북극해 항로는 기존 남방 항로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붕괴된 공급망을 보완할 수 있는 핵심 전략 경로로 평가된다.
완제품에 비해 단가가 낮아 운송비 부담이 큰 광물 원재료보다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에너지 세이빙 장치 등 배송 시간에 민감한 고부가가치 화물 운송에 특히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북극항로 경쟁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북극항로를 통한 컨테이너 화물 상업 운항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중국의 화물선은 리튬이온 배터리 등을 싣고 저우산항을 출발해 북극해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항까지 단 20일 만에 주파한 바 있다. 일회성 시험 운항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정기 노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반면 한국은 북극항로 개척에서 뒤처져 있다. 정부는 2030년 북극 정기 서비스 항로 개통을 목표로 오는 22일 시범운항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시범운항을 통해 상업적 활용을 가로막는 모든 물리적, 환경적 장벽을 확인하고 대응책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극지방의 영하 50℃를 밑도는 기온과 유빙을 극복할 수 있는 특수 내빙선·쇄빙선 건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빙해역 에스코트 통행료 산정 문제도 외교로 풀어야 할 과제다.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을 역임한 남재현 해양수산부 차관은 “북극항로는 중동 항로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리스크는 물론 기술 발전으로 비용 측면에서도 북극항로는 갈수록 매력적인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남 차관은 “북극항로는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환경에서 항로 다변화를 통한 공급망 리스크 분산, 친환경·내빙·쇄빙 선박 기술 축적, 연관 신산업 육성, 국제 물류 질서에서의 위상 강화로 이어지는 국가 전략 자산”이라며 “북극항로는 단순한 신규 항로가 아니라, 주요 국가들이 선점 경쟁을 벌이는 전략적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