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비수도권끼리 또 편가르기?… '세제 땜질'에 멈춰 선 고향사랑기부제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8.10 11:16
수정 2026.08.10 11:16

공제율 올려도 평균 기부액 13.3% 감소

'찔끔 인상'이 초래한 기부 유인 한계

기부 총액 늘리기보다 '지역 가르기' 집중

재정 열악한 시·군 실질적 이득 의문…기부 양극화 방지 대책 시급

고향사랑기부제 세액공제가 지역별로 차등 적용되면 공제 혜택이 큰 우대지역으로 기부금이 쏠릴 수 있다. 벌써부터 전액공제 확대가 빠진 개편안이 비수도권 내부의 새로운 모금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고향사랑기부제 세액공제 확대가 ‘20만원까지 전액공제’ 대신 비수도권 내 지역별 차등공제로 축소됐다. 기부금 증액을 유도하기 위한 보편적인 세제 혜택은 빠지고, 기부 지역에 따라 공제율을 달리하는 선별 지원만 남으면서 ‘반쪽짜리 개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들은 전액공제 한도를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10만~20만원 구간이 종전보다 10%p 상향되는게 그쳤다. 이 마저도 ‘비수도권 우대지역’으로 한정됐다.


이에 대해 박정현(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올해 1월 10만~20만원 구간 공제율을 44%로 올린 뒤에도 평균 기부액이 13.3% 감소했다”며 “부분적인 공제율 조정으로는 기부 증액을 유도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의원실은 전액공제 한도를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정부는 지역 차등의 경우 재정이 취약한 곳으로 기부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고향사랑기부금이 이미 답례품과 지역 인지도, 홍보 역량에 따라 일부 지방정부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세액공제율 차이까지 더해지면 기부자는 지역의 필요성보다 더 많은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을 돕겠다는 제도가 비수도권을 다시 우대지역과 비우대지역으로 나눠 새로운 기부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같은 금액을 고향사랑기부금으로 내더라도 기부 지역에 따라 돌려받는 세액공제액이 달라진다. 2027년부터 최고 우대 비수도권 지역에는 가장 높은 공제율이 적용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23만7500원 돌려 받으려면 ‘우대지역’ 찾아라


현재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율은 지역과 관계없이 동일하다. 10만원 이하는 전액 공제하고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44%, 20만원 초과분은 16.5%를 적용한다.


2027년부터는 지역을 수도권, 비수도권 광역시 등, 기타 비수도권, 기타 비수도권 우대지역 등 네 유형으로 구분한다. 실제 공제율 조합은 세 가지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시 등에 기부하면 현행 공제율이 유지된다. 기타 비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시 등 우대지역은 10만~20만원 구간 공제율이 44%에서 55%로 오른다. 기타 비수도권 우대지역은 20만원 초과분도 16.5%에서 27.5%로 상향된다. 국세 기준으로는 각각 40%와 50%, 15%와 25%다.


50만원을 기부하면 현재 세액공제액은 19만3500원이다. 개편 후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시 등에 기부할 때는 공제액이 달라지지 않는다.


기타 비수도권에 기부하면 20만4500원으로 1만1000원 늘어난다. 23만7500원을 공제받는 경우는 10만~20만원 구간과 20만원 초과 구간에서 모두 우대를 받는 기타 비수도권 우대지역뿐이다. 현행보다 4만4000원 증가한다.


10만원 이하 기부자의 혜택도 달라지지 않는다. 행안부 집계에 따르면 2025년 고향사랑기부금은 1515억원, 139만2000건이다. 이 가운데 98.4%가 10만원 이하에 집중됐다.


고향사랑기부제 세액공제 개편안에서 20만원까지 전액공제하는 방안이 빠지고 일부 공제율 인상만 반영됐다. 기부 증액을 유도할 다리가 중간에서 끊겼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전액공제 빠진 '반쪽 절충안'… '지방 살리기' 기부금 증액 동력 잃나


박정현 의원실의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현황과 과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모금액은 298억10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48억8000만원보다 14.5%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경북 산불 긴급모금 102억원이 포함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경북을 제외한 분석에서는 기부자 수가 19만3529명에서 23만5125명으로 21.5% 늘었다.


같은 기간 모금액은 246억8000만원에서 260억4000만원으로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부자 1인당 평균 기부액은 12만8000원에서 11만1000원으로 13.3% 줄었다. 평균액은 모금액을 기부자 수로 나눈 근사치로 중복 기부자는 분리하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10만~20만원 구간 공제율이 16.5%에서 44%로 올라갔는데도 평균 기부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박 의원실은 이를 “부분 조정으로는 증액 행동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결과”로 내다봤다.


20만원을 기부하면 현행 세액공제액은 14만4000원이다. 2027년 최고 우대율을 적용해도 15만5000원이다. 20만원까지 전액공제할 때와 비교하면 각각 5만6000원과 4만5000원 부족하다.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는 지난 5월 전액공제 한도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즉시 올리고 장기적으로 50만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했다.


박 의원실은 “전액공제 한도를 20만원으로 올리면 연간 모금액이 약 1500억원 증가하고, 답례품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포함한 지방재정 확충 효과는 약 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세액공제율을 높이더라도 홍보 인력과 답례품 개발, 온라인 안내 역량이 부족한 지방정부는 기부 유입 효과를 충분히 얻기 어렵다. 지역 간 모금 격차를 줄이려면 취약지역의 기획·홍보 역량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기부 성패 가를 ‘우대지역 지정’… 차등 혜택이 가져올 또 다른 양극화


10만~20만원 구간 전액세액공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도입 시점은 불투명하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전액공제 한도를 20만원으로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정부 세법개정안과 병합 심사돼 통과하면 2027년 시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안에는 전액공제가 빠져 있어 이번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만으로는 20만원 전액공제가 시행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전액공제를 기부 총액을 늘릴 수 있는 직접적인 유인으로 보고 있다.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지난 3월 국회 토론회에서 “현재 10만원인 전액 세액공제 한도를 20만~30만원으로 확대하면 기부 문턱을 낮춰 실질적인 기부 총액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소득에 따라 주민세의 일정 범위까지 자기부담금 2000엔을 제외하고 공제한다.


벌써부터 ‘지역별 차등공제’는 또 다른 쟁점을 낳고 있다. 취약지역으로 기부를 유도하는 효과가 예상되지만 공제율이 높은 우대지역에 기부가 집중되면 비수도권 내부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보람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고향사랑기부제연구단장은 “지역 간 모금 격차를 줄이려면 군과 인구감소지역의 모금·기금사업 기획 역량을 지원해야 한다”며 “세액공제율만 높여도 홍보 인력과 답례품 개발 역량이 부족한 지방정부는 기부 유입 효과를 충분히 얻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고향사랑기부제의 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지역 간 불평등이 심화되는 경로를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답례품 경쟁과 특정 지역 쏠림을 주요 관리 대상으로 꼽았다.


우대지역은 서울과의 거리, 인구, 경제·사회 여건 등을 반영해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서 결정한다. 구체적인 지역 명단과 선정 지표, 지정 기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비슷한 여건의 인접 지방정부가 서로 다른 공제율을 적용받을 가능성도 시행령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한 지방행정 전문가는 “세액공제 확대 효과는 10만원 초과 기부자가 실제로 늘어나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지역별 모금액뿐 아니라 평균 기부액과 10만원 초과 기부 비중, 우대지역과 비우대지역의 모금 격차를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세제개편은 국민의 따뜻한 고향사랑기부와 기업의 과감한 지방 투자가 지원 필요성이 큰 지역으로 거침없이 이어지도록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역 여건에 맞춘 차등화된 세제 혜택을 통해 인구 감소와 재정 열악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이 스스로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단단히 구축하도록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