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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협 성접대 사건, 초유의 나라망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8.09 08:08
수정 2026.08.09 08:09

지난 6일 대학축구협회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된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코리아풋볼파크 일대 모습.ⓒ 연합뉴스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부당한 감독 선임 논란 등 불공정 축구행정 의혹에 대한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과거의 감사 결과가 뒤늦게 알려졌는데 이것이 엄청난 국내외적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6년에 이뤄진 문화체육관광부 축구협회 감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이 이제야 알려진 것이다.


당시 문체부는 스포츠비리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내부고발에 따라 대한축구협회 조사에 들어갔는데 그 결과, 2011년과 2012년 사이에 벌어진 1억1000만원 상당의 횡령 혐의를 적발했다고만 알려졌었다. 검찰조사 결과 대부분의 혐의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이 나오면서 축구협회 회장만 배임혐의로 벌금형을 받고 마무리됐던 사건이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것은 너무나 놀랍게도 당시에 축구협회의 성접대 혐의가 제기됐었다는 것이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약 1년간 국내에서 개최된 월드컵 및 올림픽 예선 3경기, 평가전 4경기 등 총 7개 경기에서 외국인 심판과 경기 감독관 10여 명에게 성접대가 제공됐다고 한다.


이러한 성접대에는 축구협회의 법인카드가 사용됐고 사원·대리·과장·국장·부회장에 이르는 공식 결재라인을 통해 결재까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당시 문체부는 “조직적으로 심판들을 접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용의주도하게 심판뿐만 아니라 심판들을 감독하는 감독관에게도 성접대를 했다고 한다.


성매매 비용을 결제한 심판국 직원 A씨는 "안마 비용은 성매매 비용까지 포함된 금액"이라며 "외국인 심판들이 공항이나 숙소 등에서 먼저 요구해서 접대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런 진술과 법인카드 두 장의 카드사용 내역 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로 처리됐고 아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그대로 묻혔다는 것이다.


만약 그때 제대로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서 문제의 근원이 발본색원됐다면 축구협회의 조직문화가 합리화·투명화될 수도 있었겠다는 만시지탄이 나온다.


이제서야 알려진 지난 2016년 감사 결과를 보면 문제는 성접대만이 아니다. 2011년 3월~2012년 3월 사이에 축구협회 임직원들이 골프장·유흥주점·노래방·안마시술소·피부미용실·백화점·주유소 등에서 불투명하게 2억1600만원을 법인카드로 썼다고 한다.


당시 축구협회장은 3회에 걸쳐 부부 동반으로 해외 출장을 갔고 공금을 변칙 처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축구협회장이 퇴임 후에 협회 정관상 급여 지급이 금지된 비상근 자문역을 맡았을 때 매월 500만 원의 보수와 월 200만 원 한도의 법인카드, 업무용 차량 및 전담 기사까지 지원 받았다고 한다. 부양 가족이 없는 직원에게 가족수당이 지급되기도 하고 공개채용이 원칙인데도 불구하고 6명의 비공개 특별채용이 있었다고 한다. 직급의 무단 상향 조정도 있었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일반적인 사회 조직에서는 이렇게 방만한 행태는 나올 수가 없다. 축구협회의 조직문화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스포츠 단체의 독립성을 내세워왔다. 이런 독립성의 원칙은 정치 권력의 부당한 개입을 막으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독립성이 보장된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축구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행정은 당연히 자율적으로 해야겠지만 자금 문제나 도덕적 문제, 채용 등의 공정성 문제는 당연히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고 사회적 감시도 받아야 한다.


축구협회 사태를 보면 아무런 감시도, 견제도 받지 않겠다는 독립 기관들이 결국 그 안에서 썩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선관위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지 않은가.


이번 축구협회 사태는 우리 내부의 논란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초유의 나라망신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이 아시아권에서는 축구 강국이기 때문에 이번 일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크다. 성접대를 받았다는 심판들이 일본·중동·중앙아시아인들이고 접대 기간에 한국과 대결한 나라들이 중동 국가들과 중국 등이어서 더욱 큰 국제적 관심사가 됐다.


안 그래도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팀의 놀라운 성과에 대해 ‘심판매수’라며 폄하하는 시선이 있어왔다. 최근까지도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또 심판을 매수했나보네’라는 비난이 나왔다. 그런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폄하라면서 반박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 ‘한국은 심판을 매수하는 나라’라는 고정관념이 뿌리 내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축구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국가 이미지 자체에 타격일 수 있다. 한국이 투명한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힘들게 쌓아왔는데 거기에 큰 흠집이 날 수 있는 것이다.


축구협회는 과거의 법인카드 관행을 일신해서 현재는 성접대 같은 일은 절대 불가하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다행인데, 그것과 별개로 이번 사태를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를 더욱 선진화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농단과 부패할 자유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외국인 심판들이 먼저 성접대를 요구했다는 축구협회 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외에서의 접대 의혹도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만약 심판 접대가 국제적 관행이었다면 이건 국제 축구계의 신뢰 문제로도 이어질 사안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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