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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먹은 집밥이 보약” 6주 휴식기가 만든 유해란 메이저 우승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6.29 20:41
수정 2026.06.29 20:41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유해란. ⓒ AP=연합뉴스

“내가 무슨 메이저냐며 욕심을 내려놓으려 했는데, 아직도 진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여자 골프의 차세대 에이스 유해란(25)이 미국 무대 진출 이후 그토록 염원하던 첫 메이저 왕관을 썼다.


유해란은 29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유해란은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리더보드 최상단을 사수했다.


이로써 유해란은 지난 5월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LPGA 투어 통산 4승 고지를 밟았다. 무엇보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와 함께 우승 상금 195만 달러(약 30억원)의 잭팟을 터뜨리며 톱클래스의 위용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우승 직후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유해란은 연신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유해란은 “정말 꿈만 같다. 내 골프 인생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라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라며 “이제 다음 대회부터 내 이름 앞에 ‘메이저 챔피언’이라는 특별한 수식어가 붙는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환하게 웃었다.


사실 그에게 메이저 무대는 큰 유혹이자 마음의 짐이었다. 유해란은 “메이저 트로피가 너무 갖고 싶었지만 우승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스스로 ‘메이저 우승 없이도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 없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 애썼다”며 “주변에서 메이저 우승에 대해 물어볼 때도 속으론 욕심이 나면서도 겉으론 ‘내가 무슨 메이저냐’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번 우승의 숨은 원동력은 과감한 ‘쉼표’에 있었다. 지난달 중순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마저 건너뛰며 6주간의 장기 휴식기를 가졌다. 지독한 레이스 속에서 골프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어머니가 해준 집밥으로 재충전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유해란. ⓒ AFP=연합뉴스

기록 면에서도 이번 우승은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첫날 공동 70위에 머무르며 선두와 무려 10타 차까지 벌어졌던 유해란은 2라운드부터 폭발적인 몰아치기로 기적 같은 순위 상승을 이뤄냈다.


메이저 대회에서 1라운드 10타 차 이상의 열세를 뒤집고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64년 캐럴 만(미국) 이후 무려 62년 만에 나온 역대 두 번째 대기록이다. 유해란은 “1라운드가 끝났을 땐 컷 통과가 목표였는데, 2라운드부터 샷감이 살아나며 ‘어쩌면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 선수들의 끈끈한 동료애도 빛났다. 마지막 18번 홀 퍼트가 떨어지며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준우승을 차지한 윤이나(-11)를 비롯해 톱10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김아림, 김세영 등 한국 선수들이 일제히 그린으로 쏟아져 나와 샴페인 샤워를 퍼부었다.


유해란은 “늘 언니들에게 많이 배우고 도움을 받는데 오늘도 18번 홀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고 저절로 웃음이 났다. 언니들 덕분에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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