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자영업자 생존은 뒷전인가 [기자수첩-유통]
입력 2026.06.22 07:00
수정 2026.06.22 07:00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2027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요구안 발표 민주노총-한국노총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고용계와 노동계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협의를 두고 자영업자와 영세업자, 소상공인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노동계가 2027년 최저임금으로 요구한 시간당 1만2000원은 올해 1만320원보다 16.3% 오른 액수다.
노동계가 이같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필요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점심 값'과 '대기업 성과급'이다.
고물가 기조 장기화에 따른 점심값 수준이 현 최저시급보다 높다는 점, 최근 반도체 활황에 따른 대기업 성과급 지급이 노동자들 간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일면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분명한 논리적 모순과 비약이 있다.
'점심 값보다 최저임금이 높아야 한다'는 논리라면, 영화표가 1만5000원이니 시급도 그 이상이어야 한다. 특정 품목이나 현상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대기업 성과급이 노동자 간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논리도 근거가 부실하다. 한 쪽의 보상이 다른 쪽의 손실을 의미하지 않기에 성과급 자체를 양극화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비약에 가깝다.
실물경제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처한 상황만 봐도 노동계의 이번 요구가 얼마나 현실과 괴리가 있는 주장인지 알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자영업자 3명 중 2명이 한 달에 가져가는 수익은 160만원 미만에 그쳤으며,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2024년 기준 자영업자의 월평균 수익은 191만원이었다.
만약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2000원으로 확정될 경우, 고용주가 직원 한 사람에 지급해야 할 월급은 250만8000원(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이다.
다만 이는 이론상의 추산일 뿐, 실제 구인 현장에서는 평균 시급 1만3000원 이상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고용주는 사실상 최소 272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최저임금제의 궁극적 목적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위함'이다.
이에 따라 국가는 노사 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한다.
그러나 561만명의 자영업자는 국가의 보호 대상이 아닌 법적 강제 대상에 불과한지, 또 이들의 생활안정과 고용의 질적 향상은 국민경제의 발전에 고려 대상이 아닌 지 물음표가 붙는다.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말하면서 고용을 떠받치는 자영업자의 현실은 외면한다면, 결국 보호하려던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설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양측이 서로의 희생 위에 올라서는 구조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되묻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