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중독] 스마트폰 속의 카지노…청소년 일상 파고든 사이버도박
입력 2026.05.14 12:00
수정 2026.05.14 12:00
청소년 도박, SNS 및 텔레그램 등 기반 침투…범죄 연쇄 구조로
6년간 도박범죄 검거 청소년 1656명…촉법 소년 전체 12.4% 차지
6개월 도박 지속률 19.4% 달해…범죄 인식 없이 도박 접근 우려
법조계 "SNS서 소득 자랑 게시물 과다 노출…남과 비교하는 구조"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함.
사이버도박이 빠른 속도로 청소년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과거 성인 오락실이나 불법 도박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도박은 이제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 등 폐쇄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청소년 생활권 안으로 침투했다. 특히 또래 사이에서 사이트 주소를 공유하고, 단체 채팅방으로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 확산하면서 청소년 스스로 도박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구조도 등장했다.
문제는 단순 참여를 넘어 범죄의 연쇄 구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 사이에서 불법 사채를 쓰거나 절도·학교폭력 등에 연루되기도 한다. 일부는 사이트 홍보, 계좌 모집, 환전 대행 같은 역할까지 맡으며 범죄 조직 하부 구조에 편입되는 양상도 보인다. 스마트폰 속에서 시작된 '놀이'가 현실 범죄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14일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청소년 도박 범죄 적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사이버도박을 비롯한 도박 범죄로 검거된 만 18세 이하 청소년은 지난달 30일 기준 192명에 이르렀다. 이중 도박 범죄를 저질러 적발된 만 10세 이상 13세 이하 촉법소년은 34명으로 전체 도박 범죄로 적발된 청소년의 약 17.8%에 달했다. 청소년 도박 범죄가 단순 증가를 넘어 저연령화 양상까지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간을 확대해 최근 6년간(2020년~2026년 4월30일) 도박 범죄로 검거된 만 18세 이하 청소년은 1656명에 이르렀다. 특히 이중 도박 범죄를 저질러 적발된 만 10세 이상 13세 이하 촉법소년의 경우 최근 6년간 205명으로 전체 청소년 도박 범죄 검거 인원의 12.4%를 차지했다.
청소년 도박 확산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SNS 환경이 지목된다.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청소년 접근이 쉬운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홍보에 나서면서 사실상 진입 장벽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텔레그램 단체방이나 SNS 오픈채팅방에서 사이트 링크를 공유하고 추천 코드를 뿌리는 방식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청소년 1만34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확인된다. 도박 홍보물을 접촉하는 주된 매체로는 '인터넷 배너 광고 및 팝업광고'가 38.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33.6%로 뒤를 이었고 SNS 게시물을 통해 도박 홍보물을 접촉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19.3%에 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청소년의 도박 중독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평생 도박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4.0%였지만 조사 기간 기준 6개월 도박 지속률은 19.4%에 달했다. 단순 호기심이나 일회성 경험을 넘어 반복적 이용 단계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온라인 도박 중에서는 카지노 게임이 34.9%로 6개월 지속률이 가장 높았고 오프라인 도박 6개월 지속률 순위에서는 복권이 24.3%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도박 방식 역시 게임과 유사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청소년들이 범죄 행위라는 인식 없이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개월 동안 도박을 지속한 이유로는 '돈을 따는 것이 재미있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55.4%로 가장 높았다. '가족·부모와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비율도 16.4%였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어울리고 싶어서'라고 답한 비율도 13.8%에 이르렀다. 단순 금전 욕구뿐 아니라 또래 문화와 관계 형성 욕구까지 맞물려 청소년 도박이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태어나 스마트폰을 생애 첫 휴대전화로 사용하는, 이른바 '스마트폰 세대'라고 진단한다. 자연스럽게 SNS를 통해 사회를 접하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게시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큰돈을 빠르게 벌 수 있다는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윤민선 변호사(법무법인 새별)는 "요새 청소년들은 근로소득으로 돈을 버는 거에 대한 회의감이 어렸을 적부터 크다"며 "자신의 소득을 자랑하는 게시물이 많은 SNS에 청소년이 많이 노출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결국 도박에 빠지게 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