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픽] 정원오, 발목 잡은 '주폭 논란'…'보수결집' 오세훈, 역전 기회 올까?
입력 2026.05.15 00:00
수정 2026.05.15 00:00
폭행 이유 두고 이틀째 '진실공방'
고삐 당기는 吳측…'맞대응' 사활 鄭측
"말려들었다"…사라진 '일잘러' 이미지
후보 경쟁력 입증 못하면 판세 흔들릴 듯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서울 공간 대전환' G2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과거 국회의원 비서관과 경찰을 폭행해 벌금형이 선고된 이른바 '주폭 사건'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폭행 이유를 두고 여야가 사활을 걸고 진실공방에 들어가면서, 정 후보의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 이미지가 가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세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포럼'에서 "원론적인 답변을 하자면, 여러 의혹이 제기됐으니까 지금까지 나온 상황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정 후보는 이날 같은 포럼에서 5·18 민주화운동 인식 차이가 아닌 여종업원 외박 강요 문제가 다툼 이유라는 야당의 주장에 "허위이며 조작"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정 후보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 후보는 1996년 7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는 "정치 관계 이야기 등을 나누다가 서로 정파가 다른 관계로 언성이 높아지면서 다툼이 됐다"고 명시됐다. 다툼은 해당 가게에 있던 지역 여당 국회의원 비서관과 정치적 견해 차이로 시비가 붙었고 폭행으로 이어진 것을 의미한다.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던 경찰관까지 폭행하면서 공무집행방해죄도 추가됐다.
정 후보는 "지난 일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단순 시비 때문에 폭행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6·27 지방선거와 5·18 관련 견해 차이 때문에 벌어진 싸움이라고 해명하며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은 "추잡한 폭행 전과를 5·18 민주화운동으로 포장해 국민을 속였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1995년 10월 20일 양천구의회 본회의에서 장행일 구의원이 양재호 양천구청장을 상대로 해당 사건 경위를 묻는 내용이 담긴 속기록을 근거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인식 차이가 아닌 여종업원 외박 강요 문제가 다툼의 원인이라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 후보 외 사건 당사자와 피해자도 입장이 엇갈리면서, 여야 진실공방은 과열되고 있다.
정 후보는 중앙 정치에 등판한 이후 당내 경선을 거치면서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경쟁자인 박주민·전현희 의원으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았지만, 끝내 과반 득표를 거둬 대세론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번 '주폭 논란'은 앞선 칸쿤 출장과 도이치모터스 협찬, 아기씨당(굿당) 등 논란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의혹에 불과했던 논란과 달리, 폭행으로 확정 판결을 받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폭행 전과'는 선거 국면에서 민감한 소재인데, 여기다 야당이 '2차 성매매'를 암시하는 공세까지 펼치자 정 후보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여종업원 외박 강요 의혹과 주폭 사건 피해자 녹취를 공개한 김재섭·주진우 의원은 민주당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당했다. 주폭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정 후보 선대위뿐만 아니라, 민주당 차원에서도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며 맞받아치고 있지만, 판세를 뒤집을만한 소재라고 판단한 야당은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오 후보 선대위의 신주호 청년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술에 취해 여성 종업원과의 외박을 요구하는 등의 성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사안에 어찌 5·18 민주화 운동을 들먹일 수 있는가"라면서 "서울시장은커녕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통해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될 퇴출 대상"이라고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인 정청래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린 서울 공천자대회에 참석해 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와 물을 마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 후보 측은 야당에 공세에 맞서 사건 당사자인 김석영 전 양천구청장 비서실장의 증언까지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정치권에선 정 후보 선대위의 전략이 미숙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야당의 일방적 주장은 당연히 반박해야 하지만, 오히려 '맞대응'에 초점을 맞춘 탓에 정 후보의 기존 이미지를 강화할 기회를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6·3 지방선거가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론을 파고든 핵심 공약이 아직까지도 부재한데, 맞대응에만 매몰됐다는 것이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과거 서울시장 선거 당시 생태탕 의혹이 제기됐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도 "정 후보한테 더 큰 문제는 '일잘러'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이 이미지로 대세가 된 것인데, 아직까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야당의 공세에) 말려드는 순간 결국 남는 것은 경찰관 폭행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차라리 무대응이 나을 정도로 일잘러 이미지인데도 맞고만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구도가 쉽게 바뀔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핵심 공약과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당선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가 논란 대응에 매몰된 틈을 오 후보가 파고들어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현직 서울시장인 오 후보는 사실상 도전자 위치에 서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보수 심판론'이 이번 지방선거를 관통하면서 4선 서울시장도 쉽지 않은 선거가 됐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공식 후보 등록을 한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통해 "'정권에 힘을 몰아주기 위해서 여당에 지지 의사를 표시하겠다'는 시민·유권자 숫자가, '정권을 견제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시민들 숫자보다 아직까지는 더 많다"고 말했다.
다만 오 후보의 도전자 위치가 정 후보를 상대론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격자인 오 후보가 지지율 역전을 위해 모든 수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중도층 표심에 호소력이 있는 유승민 전 의원과의 접견을 통해 선거 유세 지원을 약속받았다. 나아가 김정철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 시사뿐 아니라, 더 큰 연대라는 전략 속에서 중도·보수 규합에도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정 후보의 폭력 전과는 물론, 부동산 공약 표절, 양자토론 회피 등 공세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도 모두 동원되고 있다. '무대응'이 약점으로 꼽히는 전략이지만, 정 후보 측이 일일이 대응하면서 오 후보 입장에선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부자 몸조심' 때문에 활동 반경과 선택지가 좁은 정 후보의 약점을 파고든 전략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상황에서 정 후보 측이 다급하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반대로 오 후보에게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는 행태까지 보이는데, 우리도 질 수 없는 만큼 끝까지 치고 나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특임교수는 "오 후보도 정 후보처럼 '일잘러' 이미지인데, 보수 결집만 초점을 맞춘 것이 적절한 전략인지 모르겠다"며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것도 들여다보면, 정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다시 올라갈 여력이 있지만, 문제는 제대로 된 공약과 정책을 보여줄 수 있는지다"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