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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칼 잘못 다루면 칼자루 쥔 손이 먼저 결딴난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12.07 09:00 수정 2020.12.07 07:56

공수처가 한 첩에 낫는 약인가

민주당 무슨 일인들 안 벌일까

과도한 권력이 정권을 망친다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 위로 적색 신호등이 들어와 있는 모습.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곧 책임이다. 권력의 행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확고한 인식이 전제된다. 그걸 행사함에는 자성과 조심과 겸손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까닭이 그 점에 있다. 행사한 권력에 대해 훗날 책임을 추궁 당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걸 써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은 칼로 비유되곤 한다. 남을 상하게 하는 칼이다. 그걸 잘못 쓸 때는 자신이 상처를 입게 된다. 양날의 칼이라고 지칭되는 게 그 때문이다. 사실은 양날의 칼이라기보다는 손잡이에도 날이 선 칼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칼자루를 쥔 자신의 손이 먼저 결딴나고 만다.


공수처가 한 첩에 낫는 약인가


문재인 정권의 유력자라는 사람들의 무모함은 황당할 정도다. 공수처야 말로 만악을 척결할 유일의 방안인 것처럼 우겨대는 것부터가 그렇다. 검찰에 수사권 기소권이 독점된 탓에 괴물 집단이 되었다는 게 검찰개혁론의 요지다. 검찰의 힘을 빼야만 국민의 인권이 지켜지고 민주법질서가 공정하게 행해질 수 있다고 한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선왕(宣王)은 아버지 위왕(威王)에 이어 학자들을 우대하고 그들의학문연찬을 적극 지원한 군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의 조정에 출사한 학자 중에 애자(艾子)라는 사람이 있었다. 후세에 숙맥선생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어수룩했던 모양인데 어느 날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조정에 나갔다. 왕이 물었다.


“그대는 무슨 걱정되는 일이 있는가?”


“예, 실은 제 어린 것이 병에 걸렸습니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거기에 가 있습니다.”


“아, 그런 일이라면 진작 내게 이야기하지. 내게 좋은 약이 있어. 그 약이면 단 한 첩으로 나을 수가 있지.”


애자가 그 약을 얻어 갔다. 그 약을 진시(辰時)에 먹였는데 두 시간 후인 사시(巳時)에 아들이 죽고 말았다. 그 며칠 후 선왕은 조정에서 다시 애자가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봤다. 왕이 연유를 물었더니 애자가 아들 잃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왕이 장례비를 보태주려 했으나 애자는 사양하면서 대신에 꼭 하나 얻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그게 뭔가?”


“예, 다른 건 다 필요가 없고 전에 대왕께서 말씀하시던 단 한 첩으로 낫는 그 약을 주시면 좋겠습니다.”(이주홍 역편, 중국풍류골계담, 애자잡설)


민주당 무슨 일인들 안 벌일까


문 대통령은 ‘한 첩에 낫는 약’이 바로 공수처라고 한다. 그것만 출범하면 악의 제국 ‘검찰’은 와해되고 이 나라는 인권이 만개하는 낙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마지않는다. 물론 국민은 그게 망상이거나 허언(虛言)이라는 것을 안다. 어쩌면 그 약을 먹는 즉시 민주정치가 사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만병통치약 선전을 계속하고, 그의 충실한 참모나 충성스런 권력주변 조력자들은 그 약을 국민에게 먹이지 못해 안달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집권세력의 심리상태를 말해 주는 전형적인 예다.


“많은 분들께서 공수처 때문에 문자를 보내주고 계십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수처는 출범합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관련, 야당에 비토권을 부여한다고 그렇게 강조하고 다짐하던 민주당의 행태가 이렇다. 야당이 비토권을 행사하니까 그걸 무력화시키는 쪽으로 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이 비례정당을 만들기로 하자 거칠게 비난하면서 자기들은 절대로 만들지 않는다고 공언하고선 바로 위성 비례정당을 만들었던 민주당이다. 무슨 일인들 안 벌이겠는가.


검찰을 무력화시키고 그 힘을 공수처와 경찰에 나눠주겠다는 게 정권 측 ‘검찰개혁’의 요체다. 검찰이 늑대의 행태를 보여 왔다면 유순해지도록 조련을 하는 게 해법일 텐데 정권 측은 호랑이를 데려와 늑대의 힘을 제어하겠다는 엉뚱한 발상을 했다. 당장은 정권 측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정권 자체의 위험성을 동시에 높이고 만다. 한 첩에 낫는 약이 단 번에 죽는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권 측의 불순한 의도는 이미 자신들에 의해 넘칠 정도로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본심을 드러내 보였다. 그 전날 대전지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두 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해서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고 썼다.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과도한 권력이 정권을 망친다


이미 윤 총장에 대해서는 정권측이 맹렬히 사냥을 벌여 왔다. 우 의원은 법원에 대해서까지 협박을 가한 셈이다. “월성 원전 조기 폐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국가적 결정”이라며 검찰과 법원을 싸잡아 공격했는데 그 인식이 어처구니없다. 그건 국가적 결정이 아니라 문 대통령 정부의 결정일 뿐이다. 게다가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조기폐쇄 결정 과정의 위법성이지 정책 그 자체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 의원은 검찰과 법원을 겁박했다.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일에 적법절차를 따지는 것 자체가 불경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민주당의 공식 입장도 다르지 않다. 강선우 대변인은 같은 날 “언제부터 검찰이 에너지 정책의 결정권자이자 책임자 역할을 맡게 된 것이냐”고 따지는 논평을 냈다. 검찰이 감히 대통령의 뜻을 거역하느냐는 힐난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공수처가 출범한 이후 어떤 영향력을 미치려할 지는 불문가지다. 정권 보위 기관으로서의 공수처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이들에게는 균형 감각이라든가 책임의식 같은 것은 아예 없어 보인다. 염치도 선거 직후 내팽개쳐버린 인상이다. 그런 게 아니라면 당내에서 일어난 불상사, 예컨대 이낙연 민주당 대표실의 부실장 사망사건(자살했다고 알려진)에 대해 일단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 아닐까?


개각에서도 정권 측의 무성의·무책임·비례(非禮)는 그대로 드러난다. 부동산 시장의 질서를 마구 헝클어버림으로써 서민들의 주거난을 가중시킨 김현미 장관은 경질된 것으로 책임을 다 졌다는 듯 사과 한 마디가 없다. 지난 1년 내내 온 나라 안을 시끄럽게 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건재한 것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가 경영’이란 어떤 것인가?


여전히 ‘한 첩에 낫는 약’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 오히려 안쓰럽기 까지 하다. 정권을 망치는 것은 과도한 권력과 오만이다. 이 점에서 공수처는 극약이 될 수도 있다. 잊지 말 일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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