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사관학교 통합이 쿠데타 예방책”이라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8.07 07:01
수정 2026.08.07 07:02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부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방부 업무를 토의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군사 쿠데타가 세 번 있었는데, 육군사관학교(육사)가 중심이었지만 한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구조적인 재발 방지책이 필요한데, 통합하면 쿠데타의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라는 취지로 국방부 장관에게 사관학교 통합의 조기 추진을 촉구하였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방부에서 강조한 사관학교 통합의 명분이었던 합동성 강화, AI 시대 적응, 저출산 현실의 반영 등은 핑계며 실제로는 “쿠데타 예방”이 목적이며 사관학교 통합이 아니라 “육사 폐교”가 목표임을 스스로 명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국방부는 사관학교 통합에 관한 논의의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 오는 26일 예정된 공청회부터 “쿠데타 예방을 위한 육사 폐교 시 예상되는 장단점 분석”을 제목으로 국방부의 계획을 발표하고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원래의 목적은 쿠데타 예방인데 합동성 등의 명분으로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한다면 그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그런데 육사 폐교만이 쿠데타를 예방할 수 있는가? 쿠데타 예방을 강화하려면 군인들에게 정치적 중립에 관한 교육을 더욱 강화하거나, 정당한 명령과 그렇지 않은 명령을 판별할 수 있도록 법무관들의 위상을 강화하거나, 평시 군사력 동원을 어렵게 하는 절차를 마련 하는 등의 다양하면서도 복합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정치권에 건의해 법제화해야할 사항도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국방부는 쿠데타 예방의 유일한 대책은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결론을 내린 후 밀어붙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만약 다수의 국민들이 쿠데타 방지를 위해서 육사를 폐교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군은 물론이고 육사출신들도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국방부는 합동성 강화 등을 위하여 사관학교 통합이 필요하다고 국민들에게 말해왔다. 국방부가 합동성을 암시하면서 사관학교 통합의 타당성을 물었지만 찬성은 국민의 49.1%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사관학교 통합에 관하여 55~75% 정도가 반대하고 있다. “쿠데타 예방을 위해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할까요?” 한다면 반대 여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사관학교 통합은 쿠데타를 예방하는 게 아니라 더욱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육사 출신의 군 수뇌부가 쿠데타를 하려고 해도 해사와 공사 출신의 군수뇌부들이 견제할 수 있었는데,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육군·해군·공군 수뇌부 모두가 선후배가 돼 더욱 강력한 쿠데타를 모의 및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군이 기동함과 동시에 항공기가 타격하고, 함포 사격이 감행될 수 있다. 그리고 쿠데타 예방을 위해 육사를 폐교한다면서 왜 해사와 공사도 폐교해 통합하는가? 해사와 공사는 들러리인가?


상당수 국민들이 인정하고 있듯이 육사 출신들은 지금까지 국가와 군의 간성으로서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고 자주국방을 이룩하는 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 부정부패가 적지 않았던 초기 군대를 현재와 같은 합리적 군대로 개혁한 것도 육사출신 장교들이었고 자주국방을 기치로 한 무기 국산화, 싸워 이길 수 있는 교리 발전, 활발한 군사이론 논의 등의 대부분은 육사 출신에 의해 주도됐다. 강재구 소령 같은 사람은 살신성인의 모범을 보였고 오명 장관은 대한민국 통신의 획기적 비약을 이끌었다.


다만, 다른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육사 출신 중에도 국가에 해악을 끼친 사람도 없지 않았다. 특히 전 윤석열 대통령의 주변에서 계엄을 방관한 인사 중에 육사 출신이 적지 않다. 이들은 처벌을 받고 있지만 육사 출신들은 이들을 부끄럽게 생각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결의를 다져야 한다. 육사 출신들의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 없지 않다.


이번 국방부 업무보고에서의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가장 필자의 마음을 어둡게 만든 것은 대통령의 개인적 감정이 국정운영의 방향을 좌우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어떤 연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대통령은 육사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것 같고, 이것이 육사 폐교 요구로 이어진 것 같다.


이전에 검찰에 의하여 피해를 받은 복수심으로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했다는 글을 읽은 기억도 난다. 작은 조직의 책임자도 자신의 개인적 감정을 업무에 적용하면 곤란한데, 기우이길 바라지만 대통령이 그렇다면 곤란한 것 아닌가?


헌법 제 66조에서 대한민국은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ㆍ영토의 보전ㆍ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제발 육사 폐교와 같은 감정적 정책에서 벗어나 북핵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집중해주기를 바란다.


글/ 박휘락 전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