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물가 추락' 짙어진 디플레 그림자…선 긋는 한은
입력 2019.12.18 08:30
수정 2019.12.18 07:45
올해 3분기 –1.6% 머물러…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
반도체 등 핵심 수출품 가격 하락 역풍…"우려할 수준 아냐"
올해 3분기 ·1.6% 머물러…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
반도체 등 핵심 수출품 가격 하락 역풍…"우려할 수준 아냐"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들의 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며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18일 한은이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와 함께 발표한 '최근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 마이너스 지속 배경' 자료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올해 3분기 -1.6%로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으로, 소비자에게 밀접한 물가만 측정하는 소비자물가지수와는 달리 국내에서 생산한 수출품과 투자재 등을 포함한 지표다. 흔히 GDP 물가라고도 불린다.
이 같은 GDP 디플레이터 하락률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2분기(-2.7%) 이후 제일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지난해 4분기 -0.1%를 나타낸 이후 올해 1분기 -0.5%, 2분기 -0.7% 등에 이어 네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됐다. 이 역시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4분기부터 1999년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록 이후 처음이다.
지출 측면에서 보면 소비 및 투자 등 내수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올해 1%대를 유지했지만, 수출 디플레이터는 반도체 수출 가격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6%대까지 떨어졌다. 생산에서도서비스업과 건설업 등 내수 산업의 디플레이터는 오름세가 이어졌으나, 제조업 디플레이터가 글로벌 수요부진 등으로 인해 반도체와 석유정제품을 중심으로 하락했다.
이처럼 대표적 물가 관련 지수인 GDP 디플레이터가 빠르게 추락하면서 디플레이션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은은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는 해석이라며 적극 방어하는 모습이다. 우선 한은은 GDP 디플레이터가 국내 물가 외에도 수출 물가를 포함하고 있고, 부가가치 가격을 측정한다는 점 등이 국내에서 거래되는 국산·수입 최종재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물가지수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거래 비중이 높고 수출 및 수입가격의 변동성이 큰 국가의 경우 국내 물가뿐 아니라 수출 물가를 내포한 GDP 디플레이터는 국내 물가 압력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유용성이 저하된다고 강조했다. 또 중간투입 및 수입재 가격 상승 시 기업이 시차를 두고 이를 최종생산물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 흐름인 만큼, 최근 시점에서는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GDP 디플레이터가 하락하는 경향이 심화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올해 0%대로 급락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점차 회복될 것이란 입장이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11월까지 기록한 수준인 0.4%에 머물겠지만 내년에는 1.0%, 2021년에는 1.3% 등으로 점차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 측 물가압력이 약하고 복지정책 기조도 이어지겠지만, 공급 측 물가하방압력이 완화되면서 올해보다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또 2021년에는 국내외 경기 개선과 정부정책의 영향 축소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보다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교역조건 악화에 주로 기인하고, 내수물가 상승률은 1%대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본은 디플레이션에 진입한 1990년대 중반부터 내수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대체로 마이너스를 지속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