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최저치' 내려앉은 엔화…한국 경제 미칠 파장은
입력 2026.07.29 07:05
수정 2026.07.29 07:05
엔화 가치 15년 만에 '반토막'
원화 약세 땐 수입 물가 상승 압력
차입 기업은 비용 부담 완화 수혜
日 금리인상 변수…환율 변동성↑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슈퍼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자동차·철강 등 일부 수출 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와 원화 동반 약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본산 부품과 원자재 수입 비용 절감 등 일부 긍정적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전날(28일) 오전 8시 30분 기준 163.73엔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장중 163.98엔까지 치솟으며 1986년 12월 이후 3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011년(75엔선)과 비교하면 15년 만에 엔화 가치가 반토막 난 셈이다. 원·엔 환율 역시 100엔당 890원대까지 주저앉으며 엔저 심화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엔저 장기화가 국내 수출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일본 기업들의 달러 기준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자동차와 철강, 화학, 기계, 전기·전자 등 일본과 경합하는 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저렴해진 엔화 영향으로 '엔테크'(엔화+재테크)와 일본 여행 쏠림 현상이 이어지며 내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엔저 장기화는 자동차·철강·화학·기계·전기전자 등 일본과 경쟁하는 주요 수출 산업의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원화까지 동반 약세를 보이면 수입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는 복합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일본산 원자재와 부품, 설비를 들여오는 기업은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엔화 표시 부채를 보유한 기업 역시 환차익과 함께 상환 부담을 덜 수 있는 만큼 엔저의 수혜가 기대된다.
아울러, 일본 여행과 소비 수요가 늘면서 관련 업종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히려 우리 기업들은 일본에서 부품을 많이 수입하는 만큼 비용 절감 측면의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 영향은 일부 산업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며 최근에는 실물보다 금융시장 측면의 영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최근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현상에도 주목했다.
그는 "최근 5년 정도를 보면 원화와 엔화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엔화가 달러 대비 저평가되면 원화도 함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환율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과 당국의 시장 개입 여부가 꼽힌다.
양 교수는 "일본은 물가는 오르는데 명목임금 증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지난 6월 금리 인상 이후 당분간은 동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올해 안이나 내년 상반기 중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일본 당국의 환율 개입이나 통화정책 변화로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 수입물가와 외화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물가와 금융시장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엔저는 우리 경제의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거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