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엔 나누고 불황엔 발 빼고…영업이익 N% 성과급 모순
입력 2026.08.14 14:09
수정 2026.08.14 14:11
SK하이닉스 통합노조 출범…PS 지급 방식 갈등 격화
대법원, 기존 PS 임금성 부정…새 제도는 재판단 가능성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뉴시스
영업이익에 연동된 성과급 제도가 확산되고 있지만 임금성 판단과 불황기 리스크(위험) 분담 원칙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SK하이닉스 통합노조는 13일 조합원 2474명을 확보하고 공식 출범했다.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자 직군과 사업장을 아우르는 별도 노조를 신설한 것이다. 출범을 앞두고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접촉이 이어지면서 양사 노조 공동 대응 가능성도 거론된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9월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상한을 없애고 매년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쓰기로 합의했다. 올해 초 지급률은 기본급의 2964%다.
사측은 올해 교섭에서 PS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고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과 적자 발생 시 임금을 일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노조는 두 제안 모두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과급의 법적 성격은 지급구조에 따라 갈린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인정되려면 사용자의 지급의무가 확정돼 있고, 지급하는 금품이 근로 제공의 대가여야 한다.
매년 일정액을 보장하거나 개인·조직 평가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은 임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영업이익 등 근로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재무성과를 절대적 지급 조건으로 삼은 이익배분금은 임금성이 부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12일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기존 생산성격려금(PI)과 PS의 임금성을 부정했다. 노사가 해마다 별도 합의를 해야 해 회사의 지급의무가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지급액도 근로 제공보다 시장 상황과 자본 규모, 경영 판단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판결 대상은 지난해 노사 합의로 개편되기 전 제도다. 새 PS는 단체협약에 지급 근거와 영업이익 10%라는 산식을 명시했다. 노사는 이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회사의 재량이 줄고 지급의무 확정성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새 PS의 임금성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영업이익이 업황과 환율, 투자·경영 판단에 좌우되는 만큼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남는다. 향후 분쟁에서는 새 제도의 변경된 지급 구조를 토대로 임금성을 다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은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임금을 통화 이외의 수단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적자 시 조정 대상이 기본급이라면 과반노조 동의뿐 아니라 개별 연봉계약과의 관계도 따져야 한다.
N% 성과급의 근본적 문제는 호황기 이익을 배분하는 공식은 고정하면서 불황기 조정 원칙은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상한 없이 10%를 요구하면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임금·고용·지급 시기를 어떻게 조정할지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이익 공유’가 아닌 ‘호황기 보상’에 그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3년 7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당시 노사는 임금을 4.5% 올리되 분기 흑자 전환 때까지 인상분 지급을 미루기로 합의했다. 노조가 불황기 조정에 응한 전례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합의로 인해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기계적으로 연동하면서도 손실 국면에 적용할 장치에 대한 논의가 막히게 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과급 배분은 회사법적 자본 배분의 영역으로 노조법상 근로조건의 결정 사항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노동쟁의 대상이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된 것은 개정 노조법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근로자는 임금채권자로서 고정된 임금을 보장받는 반면, 주주는 잔여이익에만 참여하는 잔여청구권자”라며 “주주에게 주어지는 잔여이익에 근로자가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