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방한에 SK·HD현대 주목…테라파워 SMR 상용화 동맹
입력 2026.08.13 13:14
수정 2026.08.13 13:14
테라파워 美 첫 상업 규모 나트륨 원자로 건설 착수…상용화 본격화
SK 2억5000만달러 투자 이어 한수원도 지분 참여
HD현대는 원자로 용기·핵심 설비 공급…반복생산 체계 구축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 1월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서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인 빌 게이츠와 만난 모습.ⓒHD현대 인스타그램 캡처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이자 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오는 14일 한국을 찾는다. 테라파워가 미국에서 첫 상업 규모 나트륨 원자로 건설에 들어간 가운데 게이츠는 국내 핵심 협력사인 SK와 HD현대 등을 만나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특히 정기선 HD현대 회장과는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만난 데 이어 다시 회동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게이츠는 14일 방한해 한성숙 국무총리와 면담하고 국내 기업 관계자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정 회장과는 테라파워의 SMR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SK 측과도 AI·SMR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 협력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한에서 주목되는 것은 테라파워의 사업 단계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점이다.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의 4세대 원자로 '나트륨(Natrium)'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건설하는 첫 나트륨 원자로는 345MW급으로 설계됐으며 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해 필요할 때 출력을 최대 500MW까지 높일 수 있다.
테라파워는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건설허가를 받았다. 상업 규모 첨단원자로가 NRC 건설허가를 받은 사례로 테라파워는 이를 미국의 첨단원자로 상용화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이어 4월23일 나트륨 원자로 건설 착수를 공식 발표했다. 테라파워는 첫 발전소의 2030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도 기술개발과 투자 중심에서 실제 상용화·공급망 구축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SK는 투자·사업개발…HD현대는 제조·공급망
SK는 테라파워의 핵심 투자자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의 7억5000만 달러 규모 자금 조달에 참여해 총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SK는 테라파워의 2대 주주로 올라선 이후 SMR 사업 개발과 상용화 과정에서 협력해왔다.
올해 1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테라파워 지분 일부를 인수하면서 국내 원전 공기업도 테라파워 투자자로 참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부 지분을 매각한 뒤에도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HD현대는 투자와 함께 원자로 제조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11월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어 2024년 12월에는 HD현대중공업이 테라파워가 와이오밍주에 건설하는 345MW급 나트륨 원자로의 원자로 용기 제작을 수주했다.
지난해 3월에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대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첫 원자로에 필요한 설비 제작을 넘어 향후 여러 기의 나트륨 원자로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협력이다.
올해 5월에는 테라파워와 HD현대중공업이 나트륨 원자로 공급에 대한 기본 합의서(FA)를 체결했다. HD현대중공업은 나트륨 원자로 인클로저 시스템(RES)의 핵심 설비를 제작·공급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향후 후속 계약과 물량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나트륨 원자로 반복 생산을 위한 공급망 구축에서 HD현대의 역할이 구체화된 것이다.
정 회장과 게이츠는 지난해 3월 미국에서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대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같은 해 8월 서울에서 만나 협력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도 SMR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동에서는 기존 협력의 후속 사업과 SMR 공급망 확대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테라파워의 국내 협력망에는 SK와 HD현대 외에도 두산에너빌리티·현대건설·한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보호용기와 원자로 지지구조물, 노심동체구조물 등 핵심 기자재를 제작하고 현대건설은 발전소 건설·EPC 분야에서 테라파워와 협력하고 있다. 한수원은 테라파워 지분을 확보하며 투자와 원전 사업 분야에서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한편, SMR은 AI 데이터센터와 산업시설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보고서에서 SMR에 대한 공공·민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대형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SMR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도 2030년대 SMR 보급을 목표로 정부 지원과 공급망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