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관세 127.5%도 부족…美 자동차 업계 "中 브랜드 진입 반대"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8.13 11:15
수정 2026.08.13 11:15

美 딜러업계, 중국차 봉쇄 촉구…"中 브랜드 진입 반대"

5년간 中 전기차 침투율 韓 31.1%p↑·유럽 16.7%p↑

관세 넘어 커넥티드카·우회진출까지 차단

위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중국 자동차의 글로벌 시장 공세가 거세지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의 경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고율 관세와 커넥티드카 규제 등을 통해 중국 브랜드의 시장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딜러업계까지 중국차의 미국 진출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차가 빠르게 침투한 유럽과 한국 시장을 지켜본 미국 자동차 업계가 선제적인 ‘중국차 봉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국제자동차딜러협회(AIADA)와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는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정부 정책과 입법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특히 해외 자동차 브랜드 딜러를 대표하는 AIADA가 특정 국가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 진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AIADA에는 미국 전역의 약 9400개 딜러사가 소속돼 있다.


마이크 대로우 AIADA 회장은 이달 4일 공식 성명을 통해 “AIADA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차량을 생산하거나 판매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을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입법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AIADA는 이달 초 'No China Autos' 캠페인도 시작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미 정치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초당적 입법 활동에 힘을 싣겠다는 취지다.


미국 자동차 유통업계가 중국 업체를 경계하는 배경에는 중국 자동차의 빠른 해외시장 확장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강력한 관세·비관세 장벽에 막혀 중국차가 사실상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과 유럽, 일본 등 다른 주요 시장에서는 불과 5년 사이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22만177대 가운데 중국산은 7만4728대로 33.9%를 차지했다. 2020년 2.8%에 불과했던 중국산 비중이 5년 만에 31.1%p 높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4.2%에서 20.9%로 16.7%p 상승했다. 일본은 사실상 0%에서 25.6%까지 치솟았다.


반면 미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2020년 0.1%에서 지난해 0.3%로 0.2%p 높아지는 데 그쳤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124만3850대 가운데 중국산은 4154대에 불과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두 자릿수씩 상승한 것과 뚜렷한 차이다.


중국산 전기차 수입 관세율 ⓒ데일리안

시장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각국의 중국차 규제 강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적용하는 관세는 최고 세율 기준 127.5%에 달한다. 기본관세 2.5%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100%, 232조에 따른 25%의 추가 관세를 합산한 수준이다.


EU도 기본관세 10%에 제조사별 상계관세를 더해 최고 45.3%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중국산 승용차 관세는 8%에 그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승용차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돼 WTO 협정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일본은 승용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중국산 전기차에 127.5%의 관세 장벽을 세운 미국의 시장점유율이 0.3%에 그친 반면 관세가 8%인 한국에서는 중국산 비중이 33.9%까지 올라왔다는 점에서 규제 수준에 따른 시장 침투 속도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 셈이다.


AIADA에 따르면 최근 중국 브랜드의 유럽 시장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유럽 판매는 올해 6월 전년 동월 대비 118% 증가했고 시장점유율은 10.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멕시코에서도 지난해 판매된 신차 5대 중 1대가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이었다.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크다. AIADA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막대한 정부 지원과 과잉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저가 차량을 대량으로 해외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전자제품과 태양광 패널 등에서 활용했던 대규모 생산과 수출 전략을 자동차 산업에서도 반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자동차 딜러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NADA 역시 중국 자동차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정부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NADA는 올해 2월 자동차 딜러업계 컨퍼런스와 4월 뉴욕 국제 오토쇼 등을 통해 중국 업체에 대한 규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잇달아 밝혔다.


마이크 스탠튼 NADA 최고경영자(CEO)는 "NADA 이사진의 95%가 중국 업체를 미국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행정부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며 "중국 업체의 진입이 미국 자동차 산업과 국가,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 자동차를 막는 또 다른 이유는 국가안보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 연계된 커넥티드카 기술을 통해 차량 위치와 운행 정보, 사진·영상 등 민감한 데이터가 수집될 경우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중국 및 러시아와 연계된 특정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차량은 2027년식 모델부터 미국 내 판매가 제한되고 관련 하드웨어 규제도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가격이나 관세 문제가 없는 차량이라도 중국산 소프트웨어·하드웨어가 적용됐다면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 구조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중국 업체의 우회 진출 가능성까지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업체가 멕시코 등 제3국에서 차량을 생산하거나 현지 기업과 합작해 기존 규제를 우회하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중국 자본과 연계된 기업이 생산한 커넥티드 차량의 미국 시장 진입을 추가로 제한하는 입법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중국차 장벽을 구축했음에도 자동차 유통업계까지 추가적인 봉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0.3%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들어온 중국차 때문이라기보다 유럽과 한국 등에서 나타난 중국차의 빠른 시장 잠식을 미국에서 반복하지 않겠다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 산업에는 미국과 한국의 극명한 차이가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33.9%까지 상승해 조사 대상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높았다.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도 2020년 1314대에서 지난해 7만4728대로 5년 만에 약 57배로 늘었다.


미국이 중국차의 시장 진입 자체를 막는 동안 국내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와 전기버스를 중심으로 중국 업체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됐다. 향후 중국 브랜드들이 승용 전기차 라인업과 판매망을 본격 확대할 경우 국내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유통업계까지 경쟁 압력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차의 시장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음에도 추가적인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도 중국 자동차 산업의 빠른 성장과 해외시장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