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안정세인데…폭염·가뭄·고수온에 추석 물가 ‘불안’
입력 2026.08.13 10:51
수정 2026.08.13 10:52
채소 가격 안정·사과, 배 생산량 증가 전망
폭염·가뭄 지속 땐 추석 성수품 품질 변수
정부, 추석까지 주요 품목 최대 50% 할인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채소가 진열돼 있다. ⓒ뉴시
폭염과 가뭄, 고수온이 추석 장바구니 물가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과 수급은 아직 안정세지만 이상기후가 장기화하면 사과·배 등 성수품의 상품성이 떨어지고 가축·양식어류 피해가 늘어 가격 불안을 키울 수 있어서다.
13일 관계부처 합동 ‘폭염·가뭄 등 대비 농축수산물 가격·수급 안정방안’에 따르면 경남과 전남에서는 폭염으로 농작물 햇빛 데임과 생육 저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품목별 피해 면적은 단감 1125.7㏊, 벼 572.5㏊, 콩 38㏊, 배 33.3㏊, 깨 21.7㏊, 고추 19.6㏊ 등이다. 아직 전체 생산량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폭염이 계속되면 생육 부진과 품질 저하,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사과를 고르고 있다. ⓒ뉴시
채소 가격 안정세지만…전국 저수율 46.9%
배추와 무 등 여름 노지채소 작황은 현재까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산지인 강원 평창·강릉·태백 등에 지난 8~10일 비가 내리고 최고기온도 25℃ 이하로 내려가면서 작황에 특별한 변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서 확인한 12일 기준 8월 평균 소매가격은 배추 상품 한 포기가 4315원으로 지난해 8월보다 35.1%, 평년보다 30.5% 낮았다. 무 상품 한 개는 1908원으로 지난해와 평년보다 각각 25.1%, 33.7% 저렴했다.
과일 생산량 전망도 양호하다. 올해 사과 생산량은 48만7000t으로 지난해보다 8.7%, 배는 20만t으로 1.0%, 단감은 9만6000t으로 6.7%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사과와 배 등 추석 성수품은 전체 생산량뿐 아니라 상품과와 대과 비중이 가격을 좌우한다. 폭염과 가뭄으로 햇빛 데임과 과실 비대 부진이 이어지면 선물용 과일의 상품성이 떨어져 가격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저수지 1914곳의 평균 저수율은 46.9%로, 평년의 68.8% 수준에 그쳤다.
평년 대비 저수율이 70% 이하로 떨어져 위기경보가 내려진 저수지는 986곳이다. 이 가운데 269곳은 ‘심각’ 단계다. 심각 단계 저수지는 경남이 116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평년 대비 저수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지도 전국 22곳에 달했다.
가뭄이 길어지면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작물 생육과 과실 비대가 부진해져 상품성과 수확량이 떨어질 수 있다. 지난 12일 기준 경남에서는 농경지 2121㏊가 가뭄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중인 고등어. ⓒ뉴시스
가축 약 100만마리 폐사…고수온 피해도
축산 분야에서는 지난 7일까지 돼지 5만4299마리와 가금류 94만4234마리 등 총 99만8533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전체 사육 마릿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돼지 0.4%, 육계 0.6%, 산란계 0.08%로 현재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일부 축산물 가격이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12일 기준 8월 잠정 평균 소매가격은 계란 30구가 7388원으로 지난해보다 4.2%, 평년보다 9.2% 높았다. 돼지고기는 100g당 2881원으로 지난해보다 2.8%, 평년보다 9.7% 올랐다. 추석을 앞두고 축산물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폭염 피해까지 확대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적은 비와 폭염이 맞물리면서 동·남해역의 수온도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 7월 부산·울산·경남과 광주·전남의 평균 강수량은 101.5㎜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7% 감소했다.
지난 10일 기준 전국 35개 해역 가운데 31곳에는 28도 이상의 고수온 특보가 내려졌다.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는 183만마리로 전체 양식어류의 0.5% 수준이다.
광어와 우럭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폐사 물량 가운데 시장에 출하할 수 있는 크기의 비중도 약 10%여서 당장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8~9월 표층수온이 평년보다 1도 안팎 높을 것으로 전망돼 추가 피해 가능성이 있다.
기상 여건 외에 국제유가 흐름도 추석 물가의 변수로 꼽힌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변동성이 커진 국제유가는 7월 하순 고점을 기록한 뒤 하락했다가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29일 배럴당 90.74달러에서 이달 4일 79.36달러로 떨어졌지만 11일에는 88.91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지난달 31일 84.67달러에서 이달 5일 75.22달러까지 하락한 뒤 11일 83.20달러로 반등했다. 이날 두바이유는 배럴당 88.99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은 농기계와 어선 운항, 시설 냉방에 필요한 연료비뿐 아니라 냉장·냉동 보관과 운송비 부담을 키운다. 당장 농축수산물 가격을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지만 높은 유가가 이어지면 생산·유통비 상승을 거쳐 추석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정부, 비축물량 풀고 최대 50% 할인 지원
정부는 배추·무와 과수, 과채류에 22억원 규모의 약제·영양제를 할인 공급하고 농업용수가 부족한 지역에는 급수차량 등을 투입한다.
축산 분야에서는 방역차량 550대를 활용해 축사 살수를 지원하고 폭염 취약 농가 1만8978곳을 집중 관리한다.
수산 분야에서는 고수온 대응장비 보급 예산을 지난해 58억원에서 올해 94억원으로 확대했다. 광어·우럭·전복 등의 조기 출하와 고수온 해역 긴급 방류도 추진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중동전쟁 장기화와 역대급 폭염, 일부 지역의 가뭄이 겹치며 고용과 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전쟁과 이상기후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민생경제의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며 “수급 상황에 따라 배추·무 등 비축물량을 적기에 공급하고 추석 성수기까지 주요 농축수산물에 대해 최대 50% 할인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