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넘어 ‘읽는 즐거움’으로…맞춤형 독서 환경이 필요한 이유 [‘시니어’ 독자②]
입력 2026.08.14 06:49
수정 2026.08.14 06:49
“전자책도 시도했지만…종이책이 더 익숙해”
책의 즐거움 전하는 노력 필수
은퇴 후 소설을 읽기 시작한 60대 남성 A씨는 “작은 글씨를 오래 읽는 것이 힘들어 지속적인 독서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운동, 독서 또는 각종 동아리 등을 통한 취미활동과 사회봉사 활동을 하곤 하는데, 이중 평소 관심이 있었던 독서 시간을 늘려보고자 했으나 노안으로 인한 불편함이 크다”고 말했다.
글자의 크기는 물론, 일부 책은 재질상 빛 반사가 심해 독서에 더욱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는 “제작에 주요 수요층의 특성이 고려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울 코엑스 별마당에서 책 읽는 사람들ⓒ뉴시스
이는 시니어 독자를 위한 ‘맞춤형’ 출간이 필요한 이유다. 글자의 크기와 행간을 넓히는 것은 물론, 종이의 재질과 책의 무게감까지. 노년층을 위한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
관련 노력은 이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2026년 큰글자책 보급 지원’ 사업 민간보조사업자 공모를 내며 공공도서관에 큰글자책을 보급하고 있다. “노년층과 저시력자 등 독서 취약계층의 도서 접근성을 높이고, 도서관 장서 구성을 다양화하는 데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 문체부는 큰글자책 보급과 함께 큰글자책 활용 프로그램 세미나 운영도 사업 내용에 포함됐다. 책을 공급하는 단계뿐 아니라, 실제 공공도서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도를 높일 것인지까지 함께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오디오북으로 책을 듣거나, 전자책으로 글씨의 크기를 키우는 등 새로운 장치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들에게는 녹록지 않다. A씨는 “전자책은 좀 나을까 해서 시도해 봤다. 그런데, 종이책이 익숙해 더 집중이 안 된다. 익숙하지 않은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자책 이용률이 59.4%로 종이책 이용률(45.1%)을 웃돌며 디지털 중심 독서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도 노년층의 비중은 극히 낮았다. 문체부의 2025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독자들 중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비율은 1%도 되지 않았다. 시장 확장을 위한 홍보 또는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교육 차원의 안내가 필요한 이유다.
기사 내용과는 연관 없음ⓒ클립아트코리아
전문가는 이에 앞서 “정부, 지역 공동체, 사회에서 고령자를 위한 독서 접촉면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기도 했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고령자를 위한 독서 접촉면을 키우려는 노력이 너무 부족하고 방치돼 있다”며 “대체로 독서습관이 없는 고령자들은 책에 대한 필요성 인식, 책의 재미와 즐거움에 대한 체감도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흥미진진한 다양한 책의 형태와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직접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찾아가는 고령자 독서복지 서비스(시민 자원활동 연계), 접근성을 고려한 공공도서관 1층 라운지의 고령자 서비스와 전화로 책 읽어주기 서비스, 요양원과 양로원 독서 프로그램, 어르신을 위한 책 선물/책 선택 지원 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꼽았다. 이것이 곧 삶의 질이 높은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며 문체부와 보건복지부, 지자체가 함께 해야 할 일이라고 짚었다.
이는 ‘책 읽는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어른 독자층이 탄탄해지면, 자연스럽게 어린이, 청소년들도 책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 대표는 “지금의 우리나라는 독서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고령자뿐 아니라 미래의 고령자인 10대 초반부터 독서의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면서 “가정이나 지역사회, 노인정, 체육시설, 도서관, 서점 등에서 함께 독서 모임을 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그림책처럼 짧은 글부터 모여서 함께 읽은 다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미리 읽고 와야 하는 부담이 없으니 실천 가능하다. 이런 사회활동은 책 읽기만이 아니라 만남과 소통, 교류 촉진을 통해 정서적 유대와 안전망, 친구를 만들어 고령자의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와 같은 책 모임을 다양한 공간에서 지원하는 노력이 공공 및 민간 영역에서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