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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생중계서 “한 번 더 할까요?”…가요제 MC, ‘청량 비주얼’만으론 안 된다 [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8.11 10:47
수정 2026.08.11 10:47

진행 멈추자 스태프 무대 올라 큐시트 정리…SBS “일부 착오”

“한 번 더 할까요?”


지난 9일 ‘2026 SBS 가요대전 Summer’에서 출연진 소개 멘트가 꼬이며 진행이 멈추자 MC 시온이 웃으며 말했다. 잠시 정적이 이어졌고, 스태프가 무대에 올라 시온이 들고 있던 큐시트를 다시 정리했다. 이후 MC들은 같은 소개 멘트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2026 SBS 가요대전 Summer’ MC 시온, 이안, 성찬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SBS는 10일 “9일 진행된 ‘2026 SBS 가요대전 Summer’는 사전 녹화 방송이며, 진행 중 일부 착오가 있어 제작진 확인 후 정상적으로 진행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장면은 국내 ‘SBSKPOP X INKIGAYO’ 유튜브 유료 멤버십 회원 등을 대상으로 한 생중계에 그대로 송출됐다. 향후 별도의 편집 방송이 나가더라도 팬들은 이미 비용을 지불하고 진행 혼선을 지켜보게 됐다.


이번 행사의 MC는 라이즈(RIIZE) 성찬과 엔시티 위시(NCT WISH) 시온, 하츠투하츠(Hearts2Hearts) 이안으로 모두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SBS는 MC 선정 기준에 대해 “팬들의 기대, 진행 경력, 가요대전 무대와 어울리는 에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전 녹화 현장도 실시간으로 판매되는 콘텐츠가 된 만큼 MC의 진행과 제작진의 대응 역시 완성된 상품의 품질로 평가받아야 한다. 성찬은 2021년 3월부터 약 1년간 SBS ‘인기가요’ 고정 MC를 맡았던 경험이 있지만, 시온과 이안은 스페셜 MC 경험으로 큰 행사를 이끌어야 했다. 큐시트를 다시 정리한 뒤에도 시온이 “이제 즐기러 가볼까요”라고 말하며 진행석을 벗어나려 하자 성찬이 “시온 씨 잠깐만요”라고 불러 세운 뒤 남은 멘트를 이어갔다. 급히 흐름을 수습했지만 전체 진행은 한동안 어수선했다.


화제성이 큰 신인을 진행석에 곧바로 세운 뒤 미숙함을 지적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 MBC ‘가요대제전’은 약 10년간 진행을 맡았던 윤아의 뒤를 이어 올데이프로젝트(ALLDAY PROJECT) 애니를 MC로 기용했다.


애니는 데뷔 첫해부터 ‘신세계가(家) 외손녀’로 알려지며 큰 관심을 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대형 가요제 진행에서는 시선을 대본에 두는 시간이 길고 다른 MC와 주고받는 반응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선한 얼굴이 주는 화제성은 컸지만, 장시간 공연을 이끌 안정감까지 확보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신인이나 아이돌이 가요제 MC를 맡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아이돌만으로 구성된 진행진이 프로그램의 경쟁력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성한빈,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명재현, 라이즈 소희로 이뤄진 일명 ‘샤인멍또캣’ 조합은 1년 넘게 엠넷(Mnet)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을 함께 진행했다. 매주 방송을 거치며 서로의 멘트를 받아주고 출연 가수의 긴장을 풀어주는 호흡을 쌓았고, MC 조합 자체가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2025 SBS 가요대전 Summer’ MC 도영, 안유진, 연준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엔시티 127 도영·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연준·아이브(IVE) 안유진 역시 모두 ‘인기가요’ 고정 MC를 약 1년 이상 맡은 뒤 2024년 여름과 연말, 2025년 여름까지 같은 조합으로 세 차례 ‘가요대전’을 진행했다. 각자의 진행 경험에 반복해서 맞춘 호흡까지 더해지면서 대형 무대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줄 수 있었다.


스페셜 MC를 몇 차례 맡는 것과 매주 정해진 파트너와 생방송을 진행하는 경험은 다르다. 고정 MC는 대본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출연진의 답변에 반응하고, 예정된 순서가 늦어질 때 시간을 채우며, 파트너가 멘트를 놓쳤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방법을 반복해서 익힌다. 대형 행사는 이렇게 쌓은 순발력과 호흡이 한꺼번에 요구되는 자리다.


문제는 방송사가 고정 MC를 장기간 확보하기도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한 음악방송 관계자는 “고정 MC는 개인의 진행 능력뿐 아니라 함께 서는 출연자들과의 조합도 중요해 여러 후보를 놓고 오랫동안 검토하는 편”이라며 “최근 아이돌은 월드투어 등 해외 일정이 많고 소속사에도 다양한 제안이 들어온다. 방송사가 원하는 인물을 정한다고 바로 섭외되는 구조가 아니어서 출연진을 확정하기까지 일정과 조건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섭외의 어려움은 새로운 아이돌에게 진행 기회를 주는 과정에서도 고려해야 할 현실이다. 그러나 유료 생중계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대형 무대가 새로운 MC 조합의 첫 시험대가 돼서는 안 된다. 신인을 기용하더라도 경험 있는 진행자나 검증된 파트너를 함께 배치하고, 꼼꼼하게 리허설해야 한다.


‘샤인멍또캣’처럼 신인 아이돌도 매주 방송을 거치며 프로그램의 얼굴로 성장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인지도와 비주얼이 아무리 뛰어나도 서로의 공백을 메울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대형 생중계의 진행을 맡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무대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국내외 팬들이 비용을 내고 지켜보는 만큼, MC 선정과 리허설도 출연진 섭외나 무대 연출과 같은 콘텐츠 품질 관리의 영역이 됐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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