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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심용환, 하영 증조부 논란에 "일부 사실로 친일파 규정하는 건 위험"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8.11 16:44
수정 2026.08.11 19:23

"하영의 잘못은 가족사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진실한 반성이 없었다는 점"

배우 하영 증조부의 친일 행적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역사학자 심용환이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심용환은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갑자기 어떤 여배우의 증조부 문제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더불어 역사학계가 그의 증조부가 '친일 맞음'이라고 규정했다는 기사까지 떳다. 이 논쟁은 그 어떤 합리적인 중재를 통해 해결되지는 않을 듯하고 결국 시간이 해결할 문제가 될 것이"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할 말은 해야겠다"라고 하영의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하영ⓒ데일리안 DB

그는 먼저 안상호의 고종 독살설에 대해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풍문에 불과했고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간주된다. 역사학계에서는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냉정히 말해 10년간 일본에 아무런 저항을 않던 고종을 갑자기 일본이 독살할 이유 자체가 없다. 따라서 당시 주치의라고 해서 그를 친일파로 모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하영의 증조부에 대해 "하영의 증조부가 당시 엘리트였고, 대정친목회 등 친일파들이 많이 참여했던 단체에 소속된 것, 그리고 일본이 시정 홍보를 할 때 그의 집안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만년의 그가 존경받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친일 부역 행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특정 단체에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를 '친일파'라고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종독살설을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대중이 많기 때문에 이미 증조부는 독살의 주체가 됐고 어떤 학자의 발언 하나를 두고 언론이 '역사학계'라고 단정지음으로 이제 하영은 친일파의 후손이 돼버렸다"고 우려 표했다. 그러면서 "'그냥, 방송 나왔다가 의사 집안 자랑해서 괘씸죄로 걸린 것 아니에요?' 아마 이 말이 진실에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일단 논란이 시작되면 갈등은 너무나 빨리 극단으로 치닫고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모두가 나 몰라라 한다"고 지적하며 "하영의 증조부는 젊은 날 의친왕의 총애를 받았던 뛰어난 의학 엘리트였다. 또한 어느 정도의 사회적 책임을 좌시하지도 않았다고 보인다. 물론 그의 구체적인 친일 부역 행위가 밝혀진다면 그는 친일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밝혀진 다음에나 할 이야기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영의 잘못이라면 그러한 가족사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진실한 반성이 없었다는 점"이라며 "'밖에 알려진 것과는 달라요', '저는 제 힘으로 성공했어요', '물려 받은 거 별거 없어요’' 뭐 이런 식의 친일파 후손들의 역사 인식에서 멀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상의 좋은 것만 기억하고 자랑을 일삼은 우리의 일상과도 별다를 바 없기도 하다"라고 하영의 잘못 역시 함께 언급했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쉽게 누군가를 '친일파'라고 단정해버리며 과거사에 있었던 너무나 많은 이들이 친일파가 될 것이고, 결국 친일 부역의 기준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비판하고 기억해야 하는지 그 기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더구나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역사학계 자체에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뉴라이트에 시달려 왔고 그들의 역사 왜곡으로 인해 너무나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라는 학문과 진실 모두를 오롯이 이 싸움에 바치면서 스스로 선과 악의 단순한 판별자가 되면 그 결과는 역사학 자체의 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디까지를 후손으로 보아야 할지에 대해 보다 명쾌한 기준을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연좌가 잘못되었듯 조상의 공이 자신의 공은 아닐 터. 어디까지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고 그로 인해 어떤 권리와 책무를 누려야 되는지에 대해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만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영은 지난 7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증조부에 대해 "일본에서 양의학을 공부한 뒤 한양에서 서양의학 전문의원을 개원했으며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고 설명해 논란을 빚었다. 안상호가 1916년 친일 단체로 분류되는 대정친목회의 평의원으로 참여했다는 기록 등을 바탕으로 친일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 엔터테인먼트는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실제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하영 역시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다"라고 사과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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