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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으로 세탁된 10대의 혐오, 거름망 없는 사회가 자초한 ‘강제 규제’ 부메랑 [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8.11 14:19
수정 2026.08.11 14:20

초등학생까지 내려온 일베 용어에 교육 현장에서도 우왕좌왕

‘스텔스 혐오’와 ‘마녀사냥’의 외줄타기에 미디어 혼란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폭식 투장’ 참가자 대다수 불기소 처분이 ‘학습 효과’ 제공

#2026년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일부 학생들이 광주일고의 연고지와 역사적 상처를 자극하기 위해 5·18 조롱 문구인 "스타벅스 가야지"를 응원 구호로 악용했다.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6개월간 전국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린 뒤, 배재고 학생들이 광주일고를 방문해 사과하고 5·18 묘역을 참배하는 후속 조치가 이어진 끝에 사태는 마무리를 지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지인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 현장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된다. 매년 서거일 무렵 일부 청소년과 20대 청년들이 부엉이 바위를 배경으로 극우 커뮤니티(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 표식을 남기거나 부엉이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5·18 조롱 응원으로 물의를 빚은 배재고 야구부가 지난 7월 6일 광주광역시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하는 모습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최근 대한민국의 많은 논쟁거리를 던졌던 두 사건은 공간과 대상을 달리하지만 구조는 유사하다. 역사적 맥락과 고인에 대한 모독이 상대방의 반응을 유도하는 오락거리로 세탁됐다는 점이다. 대상의 고통이나 역사적 무게는 거세되고, 오직 상대를 자극하는 ‘드립’의 기능만 남은 도덕적 불감증의 단면이다.


초등학교까지 내려온 일베 용어…‘밈’으로 세탁된 10대의 혐오


음지에서 자라난 비하 문법은 초등학교 교실까지 침투해 아이들의 언어 습관도 오염시키고 있다.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교감 김모(남·66) 씨는 “쉬는 시간이나 급식실에서 아이들이 특정 정치인을 비하하는 용어나 ‘삼일한’ ‘홍어’ 같은 젠더·지역 비하 단어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주고받는 모습을 목격한다”며 “예전에는 고학년, 그 중에서도 극히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쓰이던 일베 문법이 이제는 저학년 교실까지 무차별적으로 내려와 아이들의 일상 대화를 지배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감은 단어의 의미조차 모른 채 혐오를 오락으로 소비하는 아이들의 태도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아이들을 불러 왜 그런 나쁜 말을 쓰냐고 지적해 보면 단어가 가진 역사적 비극이나 차별적 맥락을 알고 쓰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대부분 ‘유튜브 숏폼에서 다들 쓰는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냐’ ‘그냥 친구 놀리는 재미있는 유행어일 뿐이다’라며 오히려 억울해 한다”며 “어릴 때 습관처럼 굳어진 혐오 놀이는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도덕적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초등 단계에서 지도하려 해도 이미 유튜브나 숏폼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언어 습관을 바로잡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6학년 최모(12) 군 역시 “반 친구들이 대부분 유튜브 숏폼에 나오는 드립을 쓴다”며 “유튜브에서 나온 단어를 모르면 친구들 대화에 끼기 힘들고 재미없는 애 취급을 받는다”며 “친구가 ‘킹받아’ 하는 반응을 보는 게 재밌어서 쓰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현직 교사 1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의 극우화된 혐오 표현 중 전·현직 대통령 비하(‘부엉’ ‘노무노무’ ‘문재앙’ 등)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중국 및 특정 정치 성향 비하(‘짱깨’ ‘좌빨’), 젠더 비하(‘삼일한’), 지역 및 소수자 비하가 뒤를 이었다. 대전의 한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모(15) 군은 “또래 남학생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삼일한’ ‘운지’ 같은 표현을 유행어처럼 사용하고 있다”며 “친구들끼리 일베 용어를 얼마나 잘 쓰는지로 등급을 나누기도 하고, 깊은 생각 없이 재미로 소비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학교 현장은 당연히 지도 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연말·연초에 교사 17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교사 10명 중 8명이 학생들의 극우 혐오 표현을 목격하지만, 75.2%가 지도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7월 5일 방송된 '스트레이트'의 '조롱과 혐오...'위험 수위' 10대 문화' 편 ⓒMBC

지난 7월 5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역시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베 용어가 일종의 ‘놀이 문화’이자 ‘또래 간 서열’로 고착화된 실태를 다뤘다. 방송에 등장한 청소년들은 혐오 표현의 역사적 비극이나 의미는 배제한 채, 단지 친구들의 반응을 유도하거나 또래 집단 내 대화에 끼기 위해 일베 문법을 주고받고 있었다. 알고리즘을 타고 퍼진 혐오가 아이들의 소통 수단이 되면서 교실 내 단속이나 지도도 무색해진 실정이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혐오와 차별이 교실에서 자라지 않도록 민주시민교육 확대를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교사가 민주주의와 역사, 인권 교육을 당당하게 펼칠 수 있도록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법 개정에 앞장서라”고 요구했다.


서울교사노조 측도 “교사들은 혐오 표현을 둘러싼 갈등을 지도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수업과 생활지도를 둘러싼 민원 부담으로 적극적인 교육적 개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교육 당국이 혐오 표현 예방·지도에 대한 학교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교사의 정당한 수업과 생활지도가 민원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혐오 문법이 일상 언어로 세탁되는 배경에는 온라인 플랫폼의 수익 구조가 자리한다. 한국다양성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30%가 청소년의 혐오 표현 사용 원인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을 꼽았고, ‘또래 영향’(27%) ‘미디어 노출’(16%)이 뒤를 이었다. 조회수가 금전적 이익으로 연결되는 시스템 속에서 일부 사이버 렉카와 스케치 코미디 채널은 자극적인 혐오 밈을 재가공하고, 알고리즘은 이를 무차별 추천한다. 청소년들은 혐오 표현을 특정 집단에 대한 적의가 아니라, 또래 집단 내에서 상호작용을 위한 오락 도구로 습득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문법이 제도권 미디어로 역유입된다는 점이다. 지난 5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공식 유튜브 ‘자이언츠TV’는 노진혁 선수의 장면에서 성(노)과 ‘무한 박수’를 결합한 자막으로 고인 조롱 밈 의혹을 샀다. 논란 직후 별다른 해명 없이 영상을 수정해 재업로드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한 뒤에야 뒤늦게 사과했다. 과거 TV조선 ‘아내의 맛’의 ‘전라디언’ 자막이나 지상파 예능의 일베 용어 자막 사태와 마찬가지로, 미디어 제작진이 유행어의 출처와 맥락을 검증하지 않은 채 수용하면서 벌어진 전형적인 사전 검증 실종 사례다.


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은 최근 한 라디오에서 “일베식 혐오 표현이 계속 생겨나고 근절되지 않는 건 우리 사회가 조롱과 혐오를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언어가 사람의 존엄을 훼손하고 혐오를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면 경계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그룸 리센느 원이가 유튜브 '돈선태' 채널에 출연해 '무섭노' 논란과 관련해 언급하고 있다. ⓒ유튜브 '돈선태' 채널
사후 땜질하는 미디어, ‘스텔스 혐오’와 ‘마녀사냥’의 외줄타기


“솔직히 커뮤니티에서 불매 운동이나 집단 민원이 터지기 전까지는 현장 제작진 누구도 0.1초짜리 손모양이나 자막 어휘가 문제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합니다. 사고가 터지면 일단 모자이크 처리하고 영상을 내리는 것이 방송가의 유일한 리스크 대응이죠.”


한 방송사 예능 프로듀서의 증언은 콘텐츠 검증 시스템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자이언츠TV’나 TV조선의 예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평범한 영상이나 이미지 속에 특정 집단에 대한 비하 암호를 침투시키는 ‘스텔스 혐오’(Stealth Hate)가 확산하고 있으나, 이를 검증해야 할 미디어와 기업은 게이트키핑 부재 속에서 사후 수습에만 급급한 실정인 셈이다.


SBS 예능 ‘런닝맨’은 2016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를 자막으로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인 ‘권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2019년 방송에서 공권력 고문 사건을 희화화한 ‘탁 찍으니 엌’이라는 문구를 자막에 다시 노출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채널A 예능 ‘도시어부’ 역시 2018년 유사한 인터넷 조롱성 자막을 송출해 논란을 불렀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논란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기업의 광고도 마찬가지다. 2024년 르노코리아의 신차 홍보 숏폼 영상 사태는 스텔스 혐오가 기업 리스크로 직결된 사례다. 출연자가 취한 특정 손동작이 남성 혐오 커뮤니티의 표식이라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신차 발표 프로젝트 전체가 차질을 빚었다. 넥슨 등 주요 게임사들 역시 홍보 애니메이션 내 특정 손가락 모양 삽입 논란으로 제작 영상을 통째로 내리고 외주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혼란을 겪었다.


사태 발생 시 미디어와 기업이 내놓는 해명은 “의도하지 않았다” 혹은 “유행하는 연출인 줄 알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는 제작 현장에 혐오 표현을 사전에 모니터링할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함을 반증한다. 타이트한 제작 일정과 외주화 구조 속에서 사전 검증은 생략되고, 논란이 불거진 이후 영상 삭제와 관련자 해고라는 방식으로 사태를 무마하는 사후 땜질 관행이 고착화됐다.


스텔스 혐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반작용으로, 명확한 근거 없이 특정 인물이나 일상 언어를 ‘일베’로 몰아세우는 과도한 억측과 집단적 마녀사냥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혐오를 가려내겠다는 명분이 자의적인 끼워 맞추기식 공격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최근 경남 거제 출신 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의 사투리 발언 사태가 대표적이다. 일상 대화 중 사용한 “무섭노”라는 표현을 두고 일부 누리꾼이 일베식 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언어학자들이 “경상도 방언의 자연스러운 용법”이라는 반론을 제기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사안의 본질과 무관하게 정치권 인사들까지 개입해 한마디씩 거들며 정쟁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무분별한 낙인은 창작자와 연예계 전반으로 확장돼 왔다. 최근 웹툰 원작 드라마 ‘김부장’이 화제가 되자, 일부 누리꾼은 원작 작가인 박태준의 2015년 작품 ‘외모지상주의’ 속 스톱워치에 찍힌 ‘5분 23초’(노 전 대통령 서거일 연상)나 상점 간판의 ‘Rock Owling’(부엉이 바위 연상)이라는 표기가 고인 비하 암호라며 불거졌던 일베 의혹을 다시 수면 위로 올려 신작 드라마 프로젝트 전체가 ‘일베 낙인’에 시달리게 했다. 드라마 자체의 내용이나 만듦새와는 무관하게 원작자의 과거 논란을 다시 집어내 작품 전체에 프레임을 씌우는 방식이다.


10년 전, 배우 류준열 역시 암벽 등반 사진에 쓴 “엄마 두부 심부름 가는 길”이라는 일상적 문장 때문에 일베 회원으로 몰렸고, 소속사가 악의적 공격에 대해 강경한 법적 대응을 밝힌 후에야 사태가 진정됐다.


미디어의 무검증 체계와 대중의 음모론적 집착은 상호작용한다. 공적 게이트키핑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중이 직접 검증관을 자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의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한 사상 검증과 마녀사냥이 기승을 부리게 된다.


한 방송 관계자는 “미디어가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학술적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세우지 못하면, 진정한 의미의 스텔스 혐오는 걸러내지 못한 채 무고한 창작자나 발언자를 희생양 삼는 마녀사냥만 기승을 부리게 된다”며 “정교하고 객관적인 게이트키핑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표현의 자유 vs 증오 선동…규제와 지도 한계가 자초한 혼란


“조롱과 혐오를 방치하고 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징벌적 손해배상, 과징금 등 필요 조치를 허용하는 것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혐오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5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구 트위터)에 게시한 문장은 온라인 유희에 머물던 혐오 표현 문제를 국가적 제도화 논의의 중심으로 이동시켰다. 이어 6월 4일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일베 등 커뮤니티 내 조롱·혐오성 게시물 유통을 방지하고 처벌하기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일베금지법’을 대표 발의하면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됐다. 대중이 죄책감 없이 소비해 온 혐오 문화가 ‘사이트 폐쇄’와 ‘입법 규제’라는 법적 규제의 명분이 된 셈이다.


강력한 입법 논의가 분출된 배경에는 사법당국의 미온적 대응과 학교 현장의 지도력 상실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폭식 투쟁’ 참가자 대다수는 증거 불충분 및 법적 적용 조항 부재로 불기소 처분됐다. 희생자 비하 글을 올린 일부 인원만 실형을 선고받았을 뿐, 집단적 조롱 행위에 대해 사법당국은 엄격한 법리를 이유로 소극 대응했다. 이러한 처벌의 부재는 혐오 행위자들에게 법적 면죄부라는 학습 효과를 제공했다.


사회적 신뢰망을 해치는 혐오 표현을 방치할 수 없다는 사회적 당위성은 통계로 입증된다. 이미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서 성인 응답자의 80% 이상이 온라인 혐오 표현의 심각성을 지적했고, 청소년의 70% 이상이 혐오 표현 노출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023년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이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등 사회적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


청년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준), 일베폐쇄서포터즈 회원들이 지난해 5월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일베 폐쇄와 커뮤니티 규제 대책 마련 촉구 및 11만 서명부 대통령실 전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해외 선진국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다.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NetzDG)’과 이를 벤치마킹한 오스트리아의 ‘소통플랫폼법(KoPl-G)’은 대형 플랫폼을 대상으로 스토킹, 모욕, 불법촬영물, 폭력 선동, 혐오 콘텐츠의 삭제 의무를 명시하고 위반 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유럽연합(EU) 또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불법 콘텐츠 차단뿐만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 평가와 알고리즘 투명성 보고를 법적 의무로 강제했다. 비록 벌금이나 과징금 같은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없는 선언적 입법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역시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을 통해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혐오 표현을 국가 차원에서 공식 부정하고 억제하기 위한 사회적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 해외 법제화의 본질은 극단적인 사이트 폐쇄가 아니라 ‘플랫폼의 경제적 유인 구조’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 있다. 혐오·조롱 콘텐츠를 방치해 트래픽과 광고 수익을 올리던 플랫폼이 자체적인 제재 시스템을 작동하지 않을 경우, 그 이상의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감수하도록 설계해 플랫폼 스스로 모니터링과 불법 콘텐츠 차단에 나서게 만드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 역시 일일 이용자 100만명 이상 대형 플랫폼에 허위조작정보 신고·처리 절차 마련과 투명성 보고서 공개 의무를 부여하는 등 해외 선진 규제 모델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법원에서 불법성이 확정된 허위·조롱 정보를 반복 유통해 광고·후원 수익을 얻은 정황이 있는 ‘헤비 게재자’를 핵심 제재 대상으로 삼아, 혐오 표현을 수익 창출 도구로 악용하는 알고리즘 생태계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일베금지법’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혐오 표현 억제라는 공익과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간의 정교한 균형이 요구된다. 이훈기 의원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표현의 자유는 다양성을 통해 사회적 건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인데, 지금은 혐오와 조롱이 놀이화되고 유행처럼 번지는데도 사회가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으니 문제의식조차 사라진 상태”라며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발성 표현을 모두 처벌하는 과잉 규제 우려에 대해서는 “단순한 표현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 횟수, 유통 규모, 피해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과 자정이 우선이지만, 이것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로서 법을 발의한 것이다. 향후 대통령령 등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법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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