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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도 벅찬데”…현대차 하청노조, 중노위 재심으로 ‘압박 수위’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8.11 14:27
수정 2026.08.11 14:27

금속노조, 현대차 원청교섭 중노위 재심 신청…울산지노위 판단에 반발

생산·판매·구내식당 등 직접교섭 요구…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 쟁점

정규직 노조 임단협 파업도 진행형…현대차 노사 ‘두 전선’ 부담

지난 10일 금속노조가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의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부분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청·판매 노동자들의 원청 직접교섭 압박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교섭을 요구해온 금속노조가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절차에 돌입하면서다.


현대차로서는 정규직 노조와의 임단협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둘러싼 또 다른 노사 분쟁까지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특히 중노위가 재심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생산 하청뿐 아니라 판매와 구내식당, 보안·미화 등 현대차가 직접 교섭해야 하는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전날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 원청교섭 사건에 대한 울산지노위의 초심 결정을 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21일 중노위에 해당 사건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다.


금속노조의 원청교섭 요구 자체는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 다만 울산지노위가 현대차의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를 인정하면서도 상당수 노동자와 교섭 의제에 대해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자, 금속노조가 중노위 재심으로 사건을 끌고 가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앞서 울산지노위는 현대차가 금속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점은 인정했다. 반면 판매대리점 조합원 전체와 생산·구내식당·보안·미화 부문의 상당수 교섭 의제에 대해서는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부인했다.


금속노조는 이 같은 판단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취지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결과라고 반발하고 있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해당 범위에서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금속노조는 울산지노위가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하청업체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부정한 것은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판매대리점 노동자에 대한 판단도 주요 쟁점이다. 금속노조는 현대차 판매대리점이 현대차의 판매 업무를 위탁받아 사실상 전속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판매사원이 현대차가 부여한 사번을 통해 원청 전산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현대차가 근로조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한다. 판매가격과 판매목표 등도 현대차가 결정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생산 현장에서는 임금과 성과급, 산업안전 등이 쟁점이다. 금속노조는 원청 노사의 임금교섭 결과가 도급비에 반영돼 하청 노동자의 임금과 성과급에 영향을 주는 구조인 만큼 현대차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울산지노위가 생산부문 일부 업무에 대한 판단을 누락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생산관리 외 도장·보전·출고·시험주행 업무에 대한 판단이 결정에서 빠졌으며, 일부 업무는 과거 법원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됐던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중노위 재심의 핵심은 현대차가 하청·판매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어느 정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고 볼 수 있느냐다. 인정 범위에 따라 현대차가 직접 교섭해야 할 노동자와 의제의 범위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노사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중노위가 울산지노위보다 원청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금속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추가적인 직접교섭을 요구할 명분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초심 판단이 유지되면 직접교섭이 가능한 의제와 대상은 상당 부분 제한될 수 있다.


문제는 현대차가 이미 정규직 노조와의 올해 임단협에서도 진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 정년 연장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노조의 부분파업도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중순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해 3일씩 3주째 부분 파업을 진행했으며, 이로 인한 현대차의 생산 차질 규모는 4만2000여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맞닥뜨린 노사 전선도 복잡해지고 있다. 내부에서는 정규직 노조와 올해 임단협을 놓고 생산 차질을 감수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고, 외부에서는 하청·판매 노동자들이 원청인 현대차를 직접 교섭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중노위 재심까지 나서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아 역시 노사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아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중노위 조정중지 결정을 거쳐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정년 연장, 노동시간 단축 등을 놓고 사측과 교섭을 이어가고 있어 협상 결과에 따라 현대차그룹 전체의 노사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생산 차질 측면에서는 정규직 노조의 파업이 가장 큰 변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청교섭 문제가 더 복잡한 노무 이슈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노위와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완성차 업체가 기존에 직접적인 교섭 상대방으로 여기지 않았던 하청·판매 노동자까지 상대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는 매년 임단협과 파업 가능성을 주요 경영 변수로 관리해왔지만 원청교섭 문제는 교섭 상대와 의제 자체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며 “원청의 사용자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한 판정이 쌓이기 전까지 노사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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