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함정 시장 문 두드리는 K-조선…MRO 넘어 '신조'로 협력축 이동
입력 2026.07.21 06:00
수정 2026.07.21 06:00
한화 필리조선소, MRIV 건조 업체 선정
미국 해군 재건 속 한국 조선사 RFI 회신
특수선 건조로 역할 확대, 현지 규제는 과제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
미국이 해군 재건에 속도를 내면서 한·미 조선 협력의 무게도 함정 유지·보수·정비(MRO)에서 신조 선박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 정부는 한국 조선사들의 전투함·급유함 건조 역량을 확인하고 있으며, 현지에서는 국가 안보 특수선 수주가 현실화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 필리조선소는 미 선박관리업체 토트서비스와 함께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의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업체로 선정됐다. 필리조선소가 선박 건조를 맡고 토트서비스는 일정과 비용 등 사업 전반을 관리한다. 첫 선박은 2030년 인도될 예정이다.
MRIV는 미사일 비행 시험 때 궤적을 추적하고 원격으로 측정 자료를 수집하며 통신 및 시험 결과 분석을 지원하는 선박이다. 직접 전투에 투입되는 군함은 아니지만 미국이 추진하는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을 지원하는 국가 안보 선박이라는 점에서 기존 상선이나 훈련선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
필리조선소는 앞서 미국 해사청이 발주한 국가 안보 다목적선박(NSMV) 5척을 수주해 현재 3척을 인도했다. 평시에는 미국 해양대 학생들의 훈련선으로 활용되지만, 재난 발생 시에는 구호 물자 수송과 인도적 지원 임무에 투입된다.
한화는 NSMV 사업에서 확보한 생산라인과 공급망을 MRIV 건조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상선과 훈련선 중심이었던 필리조선소의 건조 범위가 국가 안보 특수선까지 넓어진 것이다. 한화는 연간 2척 미만인 필리조선소의 생산능력을 장기적으로 최대 20척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한·미 조선 협력은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를 중심으로 구체화됐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사 최초로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소속 건화물선 ‘월리 쉬라’의 정기 수리를 맡아 지난해 3월 인도했다. 약 7개월 동안 선체와 추진계통 등 정비 작업을 진행했고 이후 급유함 ‘유콘’ 정비도 수행했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해 미 7함대 소속 4만1000톤급 화물·탄약운반선 ‘앨런 셰퍼드’의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미 해군 MRO 시장에 진입했다. 정비 대상은 구축함이나 호위함 같은 전투함이 아닌 군수지원함이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이를 통해 미 해군이 요구하는 품질과 공정관리 능력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특수선 신조와 전투함 건조 역량 조사까지 이어지면서 협력 범위가 한 단계 넓어지고 있다. 미 국방부와 해군은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전투함 관련 정보요청(RFI)을 보내 설계 인력과 건조 실적, 연간 생산능력 등을 확인했 다. 중형급 급유함 RFI에는 삼성중공업도 회신했다. RFI는 본격적인 발주에 앞서 가격과 납기, 생산능력 등을 파악하는 사전 절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5일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 미 육군전쟁대학에서 열린 국방혁신회의에서 “우리는 해군을 재건해야한다”며 한국 등 해외 기업과의 조선 협력을 직접 언급했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도 미국 현지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한화는 미국 조선소를 직접 보유한 강점을 앞세우고 있으며,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와 함정 건조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제너럴다이내믹스 나스코와 군수지원함 개념설계와 생산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 미 해군 함정을 직접 건조하려면 외국 조선소에서 군함과 주요 선체 구조물을 건조하는 것을 제한하는 미국 법규를 넘어야 한다. RFI도 실제 사업 추진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아직 RFI를 통해 건조 역량을 확인하는 단계여서 실제 발주까지는 법 개정과 예산 확보, 건조 방식 확정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많다”면서도 “미국이 한국 조선사들의 납기와 생산력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