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사업 본궤도 올리는 삼성... "연구개발 넘어 상용화"
입력 2026.07.22 12:32
수정 2026.07.22 12:32
대표이사 직속 RX사업추진실 출범
제조 현장서 기술 검증한 뒤 가정용까지 확장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등 전문인력도 합류
다가올 CES 2027 무대서 전략 공개 가능성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휴보'. ⓒ레인보우로보틱스 홈페이지
삼성전자가 대표이사 직속 로봇 전담 조직을 출범시키며 미래 로봇 사업을 연구개발에서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린다. 세계 각지의 생산시설에서 제조용 로봇을 먼저 검증하고, 이를 범용 휴머노이드와 가정용 로봇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노태문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속으로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신설하고 중장기 로봇 사업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RX사업추진실은 로봇 핵심 기술 개발과 디자인, 상품기획, 사업화 등을 통합적으로 맡는다. 2024년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미래로봇추진단을 꾸린 데 이어 전사에 흩어진 역량을 하나로 모아 실행력을 높이려는 조치다.
업계에서는 새 조직의 첫 성과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7'에서 공개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올해 CES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LG전자, 중국 업체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LG전자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클로이드'를 공개하며 로봇 사업 방향을 구체화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별도의 휴머노이드 전시를 선보이지 않았다. 이후 글로벌 경쟁사의 기술 수준과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로봇 사업의 의사결정과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 조직을 출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구상하는 로봇 사업은 제조 현장에서 출발한다. 자동화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공정에 로봇을 먼저 투입해 자재 운반과 조립, 검사 등의 작업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학습시켜 작업 정확도와 범용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성격이 다른 생산 공장을 전 세계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의 강점으로 꼽힌다. 하나의 공정에 특화된 로봇이 아닌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려면 폭넓은 제조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국내외 모든 생산시설을 인공지능(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제조용 로봇을 통해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인 뒤 외부 기업에 공급하고,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와 가정용 시장까지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기술을 그룹 내부에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사업 확대의 기반이다. 삼성은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센서, AI 반도체, 모터 등 로봇의 주요 밸류체인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 세탁기와 청소기 등 가전에 적용해 온 모터와 구동 기술은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에서 쌓은 AI·사용자인터페이스 기술도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 접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서울 우면동 서울R&D캠퍼스를 로봇 연구개발의 중심지로 삼고 관련 인력을 모을 계획이다. 경북 구미사업장에는 실제 제조 현장에서 로봇의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시키는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연구거점도 연계한다. 지역별 로봇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활용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외부 전문가 영입도 본격화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관련 전략을 담당했던 이동건 삼성전자 부사장이 로보틱스전략팀장을 맡아 사업 로드맵을 수립한다. 자율로봇 시스템 전문가인 김현진 서울대 교수와 로봇 손·조작 기술을 연구해 온 김의겸 아주대 교수도 합류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조직과 인프라, 인재 확보에 동시에 나서면서 국내 대기업의 휴머노이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혜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RX사업추진실 설립의 핵심은 분산돼 있던 로봇 역량을 일원화해 삼성의 로봇 사업 의지를 시장에 다시금 각인시키고, 관련 의사결정 속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로보틱스 분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