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제약사' 유한양행, 신약 R&D 방향 다각화
입력 2026.06.22 15:09
수정 2026.06.22 18:46
영업이익률 5% 미만… R&D 비용 외부로 넘긴다
종근당·제일약품과 다른 '외부 자본형' 분사 실험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유한양행
유한양행이 핵심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별도 법인 '뉴코(NewCo)'로 분리한다.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으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본사의 재무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신약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복수의 벤처캐피탈(VC) 등 외부 투자자와 '1호 뉴코' 법인 설립 조건을 두고 논의 중이다. 외부 자본 유치가 관건인 만큼 협상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어떤 신약 후보물질을 떼어낼지 등 구체적 윤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뉴코는 제약사와 외부 투자사가 함께 신약 후보물질을 키우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자금이 부족한 바이오텍들이 개발비를 외부에서 끌어오기 위해 써온 방식이다. 유한양행은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신약 후보물질을 제공한다. VC 등 투자사는 임상시험 등 치료제 개발 과정에 필요한 현금을 댄다. 투자받은 돈으로 약을 키우는 셈이다.
뉴코 도입은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실제로 지난해 유한양행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연구개발비는 연간 영업이익의 2.3배다. 미국 얀센 바이오테크에 기술수출한 폐암악 ‘렉라자’ 로열티로도 필요한 투자 자금을 모두 상쇄하기는 어렵다. R&D 비용 부담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이뮨온시아 사례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자회사 실적을 배제한 별도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보다 60억원 가량 많았다.
통상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후기 임상 절차는 1건당 2000~3000억원이 소요된다. 현재 유한양행이 뉴코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은 10건 안팎이다. 단순 계산으로 필요한 자금은 조 단위에 달한다. 적기에 필요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게 필요한 셈이다.
그렇다고 신약 개발을 멈출 수도 없다. 신약 후보물질 개발이 제약사의 미래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뉴코는 비용 부담을 본사 밖으로 덜어내기 위한 카드다. 임상비를 외부 자본으로 충당해 장부에 비용이 잡히지 않는 만큼 수익성이 덜 줄어든다. 투자 회수 방법으로는 기술수출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치료제 상업화 등 4개 안을 열어뒀다.
R&D를 자회사로 떼어내는 게 유한양행이 처음은 아니다. 제일약품은 지난 2020년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세워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자큐보'를 키웠다. 자큐보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코스닥 상장까지 이뤘다. 종근당도 지난해 신약개발 자회사 아첼라를 세우고 신약 후보물질 3종의 임상 개발을 넘겼다. 종근당의 경우 임상비가 빠지면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곧바로 개선됐다.
다만 앞선 사례와 유한양행이 추진 중인 뉴코는 결이 다르다. 제일약품의 온코닉, 종근당의 아첼라는 모회사가 지분 100%를 쥔 자회사 형태다. 반면 유한양행의 뉴코는 외부 투자자의 자본을 처음부터 끌어들인다. 미국 화이자가 베인캐피털과 함께 세운 세레벨테라퓨틱스가 대표적인 '외부 자본형' 모델이다. 국내 제약사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뉴코는 설립 주체와 계약 조건이 정해져 법인 설립 절차를 밟아야 확정되는데 아직 그 이전 단계"라며 "현재 여러 투자자와 여러 조건을 두고 논의 중인 사안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