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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주 기준 시총 1위 SK하이닉스…삼성 설계 인력까지 겨누나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6.22 13:04
수정 2026.06.22 15:35

하이닉스, 22일 오후 장중 삼성전자 시가총액 처음 넘어서

현재 설계 등 핵심 직무 세 자릿수 채용 중, 학력 제한도 없애

AI 메모리 주도권 경쟁, 주가 넘어 인력시장으로 확산

SK하이닉스가 22일 장중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며 국내 1위로 올라섰다. 다만 우선주(약 183조원)를 합산한 금액으로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앞선다. ⓒ데일리안 AI 이미지

SK하이닉스가 장중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며 국내 증시 대장주 경쟁을 뒤흔든 가운데, 반도체 업계 인재 쟁탈전도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주도권 경쟁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 경쟁과 주가 흐름을 넘어 핵심 설계 인력 확보전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신입 수시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하고 설계 등 주요 직무에서 세 자릿수 규모 선발에 나섰다. 기존 채용 공고에 명시하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등 학력 요건을 없애고, 지원자의 직무 역량과 경험,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학력 제한 폐지 자체보다 채용 직무와 규모다. SK하이닉스가 수시채용에서 설계 직무를 포함한 주요 분야를 세 자릿수로 뽑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반도체 설계는 회로 구조와 제품 성능, 전력 효율, 발열 제어 등 제품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분야다. 단기간에 인력을 대체하기 어렵고, 실무 경험이 쌓일수록 희소성이 커진다.


이번 채용은 HBM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대역폭을 높이는 메모리지만, AI 가속기용 제품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전력 효율과 발열, 인터페이스, 패키징 안정성까지 함께 맞춰야 한다. 제품 세대가 올라갈수록 설계와 검증 인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앞서서도 HBM과 D램 설계 인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2023년 말 경력 채용에서는 D램 및 HBM의 회로·인터페이스·모듈 설계와 패키지 개발 인력을 모집했고, 경력 기준을 기존 5년 이상에서 2년 이상으로 낮추기도 했다.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해 HBM 관련 개발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도 이번 채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도체 설계 인력 풀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세 자릿수 규모 채용은 자연스럽게 경쟁사 인력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삼성전자 출신 지원자에게 지원 기간이 별도로 남았다는 취지의 이야기까지 오르내리며, 저연차 설계 인력 이동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을 포함한 임금·성과급 합의를 마무리하며 조직 안정에 나선 상태다.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과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도 앞서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고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당부한 바 있다. HBM 경쟁력 회복과 비메모리 사업 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핵심 인력 이탈 방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보상 구조의 차이도 인력 이동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DS부문은 같은 반도체 조직 안에서도 메모리와 시스템LSI, 파운드리 등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성과급 체감이 달라질 수 있다. 메모리 업황이 회복되더라도 비메모리 사업의 적자가 이어질 경우 조직별 보상 기대감에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사업 구조가 메모리에 집중돼 있어 HBM과 서버용 D램 호황이 전사 실적과 임직원 보상 기대감으로 곧바로 연결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삼성전자 내 비메모리 또는 설계 인력 입장에서는 같은 반도체 업황 호조 속에서도 어느 조직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보상 체감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이날 장중 벌어진 시가총액(보통주 기준) 역전도 인재 경쟁의 무게를 키우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22일 오후 12시40분 기준 SK하이닉스의 보통주 시가총액은 2090조원으로, 삼성전자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 2088조원을 소폭 웃돌았다. HBM을 앞세운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세가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다만 우선주까지 포함한 기업 전체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앞선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보통주 2068조9000억원과 우선주 183조3000억원을 합산한 2252조2000억원이다.


그럼에도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 격차가 좁혀진 것은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주도권이 주가와 인재 시장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앞세워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키웠고, 메모리 업황 회복의 수혜도 주가에 빠르게 반영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회복세에도 스마트폰, 가전,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다양한 사업의 손익이 함께 반영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업 집중도와 보상 기대감이 저연차 설계 인력의 이동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경력이 길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의 실무 경험을 쌓은 인력은 신입보다 즉시 투입 가능성이 높고, 고경력자보다 이동 부담은 작다. SK하이닉스가 학력 제한을 없애고 지원자 풀을 넓힌 것도 이런 실무형 인재를 폭넓게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업계의 인재 확보 경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반도체 업황 회복기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와 시스템LSI, 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 영역에서 경력 채용을 확대하며 인력 확보 경쟁을 벌였다. 당시에는 반도체 사업 전반의 인력 수요가 컸다면, 최근에는 HBM과 AI 메모리, 고객 맞춤형 제품 개발에 필요한 설계·검증 인력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점이 다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경쟁은 장비와 공정 투자만으로 끝나는 싸움이 아니라 고객 요구를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설계 인력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의 싸움"이라며 "성과가 나는 사업의 보상이 조직 전체에 어떻게 배분되느냐도 인력 이동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하이닉스가 시총 순위를 맹추격해오면서,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싸움은 향후 핵심 인력에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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