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도 몰랐던 '자평 보고서' 파장…장동혁 부재에도 내홍 어디까지
입력 2026.06.22 23:00
수정 2026.06.23 00:14
정점식, 절차 문제에 '아쉬움' 드러내
"소통 부재" 지적 속 '투톱' 충돌 관측도
당권파 "큰 사안 아닌데, 과하게 반응"
'張 사퇴론' 두고 감정의 골 깊어진 듯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정점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6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과로로 입원했다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의료진 소견에 따라 당분간 치료에 집중할 방침이다. 달아올랐던 사퇴 여론도 잠잠해지면서 '숨 고르기'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른바 '6·3 지방선거 자평 보고서'가 분란에 불을 붙인 모양새다. 정점식 원내대표의 입장 표명으로 논란 확산은 차단됐지만, 현재 갈등 양상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동혁 대표는 22일 의료진 권고에 따라 퇴원하지 않고 치료를 받고 있다고 당대표 비서실장인 박준태 의원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장 대표는 지난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응급실을 찾았다가 의료진 요청에 따라 입원했다. 나흘째 치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장 대표의 몸 상태는 올해 초 단식 당시와 비슷하거나 악화된 상황이라고 한다.
박 의원은 "장 대표가 금주 내에는 무조건 복귀하겠다고 말했지만, 진행 경과를 조금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며 "의료진은 조금 더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장 대표의 복귀 시점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당초 이날 오후 퇴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장 대표의 건강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탓에 복귀 시점을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는 올해 초 쌍특검(통일교·공천헌금) 관철을 위한 단식 투쟁 이후 지방선거 지역 유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태 현장 대응 등 강행군을 펼쳤다. 당권파 일부에선 "장 대표가 이번 기회에 푹 쉬어야 한다"라는 분위기다. 장 대표가 일시적으로 휴식에 들어가면서, 과열된 당내 신경전도 일부 해소된 모양새다.
그동안 장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분출됐다. 참석자 다수가 장 대표 사퇴 압박에 나섰고, 비서실장인 박 의원은 사퇴론을 펼치는 초·재선 모임인 '대안과미래' 해체 요구로 맞서는 등 대립은 심화됐다. 이튿날(18일)까지 의원총회 여진은 이어졌는데, 친한(친한동훈)계 우재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재차 주장하거나 초선부터 중진까지 모인 경기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퇴 촉구 기자회견까지 준비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당대표 사퇴론과 불가론으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당내 중진 의원 일부에서도 신중론이 고개를 들었다. 장 대표가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양측의 의견 대립만 심화되고 있는 탓에 중재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18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부족한 리더십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갈 것이냐, 책임을 지라는 쪽으로 갈 것이냐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여기에 대해선 좀 더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사퇴하라' '물러설 수 없다' 두 가지 논쟁만 이어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근본 문제는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며 지도부에 '쇄신안' 마련을 주문했다.
장 대표의 입원과 동시에 비당권파의 사퇴 요구가 사그라지면서 과열은 일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지난 주말 돌연 당에서 지방선거와 비교해 당선자가 증가했다는 내용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6·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 분석'이라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분란이 발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받은 성적표와 이번 지방선거를 비교한 자료인데, 표면적으론 당선자 수 비교 등 객관적 자료가 담겼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정점식 원내대표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제는 객관적 수치를 넘어 지방선거 결과를 '선방'했다고 평가하거나, 장 대표의 56차례 지원 유세를 두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라는 내용 등 당내 여론 및 민심과 배치되는 주관적인 표현이 들어가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객관적으로 지난 선거와 비교해서 기계적·정량적으로 선거 결과를 분석한 자료"라면서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해당 자료에 장 대표를 치켜세우는 내용이 들어간 것을 겨냥해서도 "주관적인 표현이 일부 들어가 있긴 하지만, 분석 과정에서 표현된 단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자화자찬이라고 비판하는데, 당대표 개인에 대한 표현이 아닌 선대위 모든 관계자에게 부여된 단어"라고 설명했다.
당내 일부에선 이른바 '지방선거 자평 보고서'를 두고 현실감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해당 자료는 정 원내대표가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쟁점으로 부상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보고서임에도 지도부 안에서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절차적 문제에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장 대표와 정 원내대표가 앞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선거소청 문제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탓에 이번 '자평 보고서' 논란 역시 당내 투톱 간 알력다툼의 연장선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내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희용 사무총장이 해당 자료에 대해 어떤 평가나 보고가 아닌, 이전에 있었던 수치를 전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기 때문에 특별한 의도를 담았다고 보기 어려워졌다"면서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내용인 만큼, 사전에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번엔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당권파 일부에선 해당 보고서를 문제 삼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히 역대 지방선거를 비교한 자료에 불과한데도 평가와 절차를 비판하며 목소리를 키우는 것은 정치적 의도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분석한 자료가 큰 사안도 아닌데도 문제를 삼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라면서 "지방선거 백서를 낸 것도 아니지 않느냐. 지방선거 결과 관련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한 건데, 왜곡한 것도 아님에도 과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가 선출된 이후 힘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선 '지방선거 자평 보고서' 논란이 확산될 여지는 적다고 보는 분위기다. 다만 작은 사안임에도 양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장 대표 거취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 사태를 지혜롭게 해결하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면서 "모두 눈앞에 이익을 쫓기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