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춘추관 직접 등판…'외교 성과 보고' 명분 뒤 정면돌파
입력 2026.06.19 23:00
수정 2026.06.19 23:10
지지율 하락에 몸 낮추며 국정 주도권 확보 의지
트럼프가 韓 북핵 의제 주도자로 인정한 그림 부각
선관위 개혁 위한 '원포인트 개헌' 깜짝 제안하기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유럽·G7 순방 결과 브리핑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 앞에 섰다. 표면은 8박 10일 유럽 순방 결과 보고였지만, 실제 메시지는 외교 성과보다 한 발 나아갔다.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설 △국정 지지율 하락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한반도 북핵 외교까지 대통령이 참모 대독 없이 직접 풀어낸 네 갈래는 하반기 국정 주도권을 세게 쥐겠다는 정치적 정면돌파 시도로 읽힌다.
지지율 하락·당청 갈등 정면돌파
이 대통령은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6·3 지방선거 이후 가팔라진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국민의 평가"라며 자세를 낮췄다. 이 대통령은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뭘 가지고 싸우는 거냐, 너네들의 다툼이 우리 삶과 무슨 상관 있느냐는 게 국민들 마음 아니겠나"라며 "국민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가 날 만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당청 갈등설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보시기에 엄청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잘되기 위한 과정"이라며 "당청 관계는 하나이면서도 남이고, 남이면서도 또 하나인 관계"라고 정리했다. 당내 경쟁에 대해서는 "원수 싸우듯이 하지 마시라. 모욕하고 헐뜯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 공격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의도와 다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무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쓴다. 지금 대통령은 수석 당원에 불과하다. 귀국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당무 이야기를 꺼낸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박 평론가는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다면 친청(친정청래)계가 가만있겠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며 "8월 전당대회까지 친명·친청 간 경쟁은 불가피한 만큼, 대통령이 거리를 두는 것이 정권에도 당에도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정청래 대표가 지난 18일 귀국 영접에 90도 인사로 나선 데 대해서는 "봉합 신호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유럽·G7 순방 결과 브리핑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시스
"트럼프, 나에게 방법 물었다"…외교 주도권 부각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다.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고, 이 대통령에게 직접 해법을 구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될 때가 됐다'고 먼저 말했다"며 "이제는 북·미 대화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저한테 방법이 뭐냐 물어봤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현실적으로 보유하기 이전 단계에서 뭔가 가능한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못해서 아쉽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다른 나라를 대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접근하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추가 핵물질 개발·해외 반출·ICBM 개발 중단 방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북핵 의제의 주도자로 인정한 그림을 부각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유럽·G7 순방 결과 브리핑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다만 현실의 벽은 높다. 이 대통령 본인도 "북한과의 모든 소통 수단은 단절돼 있고, 비상전화 통신선까지 다 차단된 상태"라고 인정했다.
박은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단계적 비핵화는 과거보다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지만, 문제는 방법보다 출발점"이라며 "북한은 이미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규정하고 핵 포기 불가 입장을 명문화한 상황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북·미 협상 자체가 성사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미국 역시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단계적 비핵화 접근에 신중할 수밖에 없어, 실질적 진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포인트 개헌이라도"…개헌 정국 시동까지
이 대통령의 정면돌파는 선관위 개혁 의제로도 확장됐다.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황당하다"며 "헌법이 너무 명징하게 (선관위를) 독립기관으로 해놓았기 때문에 감시·통제·견제를 위한 법 제도를 만들면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여야 간 의견 일치가 된다면 선관위에 관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한이 있더라도"라고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단순 선관위 견제를 넘어 개헌 정국 시동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 잡은 것 자체가 메시지"라며 "외교 성과 보고를 넘어 하반기 국정 운영의 좌표를 본인 입으로 정리한 자리로 봐야 한다. 청와대 안팎의 후속 흐름이 어떻게 정렬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