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여 집값 잡겠다던 李…결국 총량규제 ‘손질’, 신뢰 ‘흔들’ [8·13 부동산대책]
입력 2026.08.13 16:11
수정 2026.08.13 16:13
금융위, 총량 관리 목표 1.5%→3%로 2배 확대
실수요자 자금 애로·시장 반발에 결국 ‘후퇴’
일부 숨통 트겠지만, 오락가락 불확실성 가중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임기근 국무조정실장,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금융위원회
가계부채를 엄격히 관리해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던 금융당국이 결국 시장 반발에 한발 물러났다.
총량 목표치를 당초보다 2배 확대한 데 이어 청년 등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 지원도 확대한단 방침이다.
그동안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던 금융 차주들은 일부 숨통을 트겠지만, 오락가락 정책으로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단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3일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6·27대책을 시작으로 9·7대책, 10·15대책, 올해 4·1대책에 이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다섯 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이번 대책은 2026년도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를 당초 설정했던 1.5%에서 3%로 상향 조정한 것이 핵심이다.
4·1대책으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하면서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던 당국은 불과 4개월여 만에 다시 대출 고삐를 풀었다.
당국이 대출 총량 목표치를 재설정한 데는 최근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급격하게 높아진 데 기인한다.
입주를 앞둔 신축 단지의 잔금대출이 막히고,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사업장의 이주비 대출 여력이 축소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볼멘소리가 거세졌다.
금융당국은 3% 총량에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을 모두 포함하되 주택공급 관련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별도 관리’하기로 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금융사에 목표를 부과하고 관리할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시장은 물론 금융권 안팎으로도 ‘땜질식 정책’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출이 막혀 내 집 마련을 포기한 A씨는 “백방으로 알아봐도 한도도 안 나오고 금리가 너무 높아 자포자기하고 매매를 포기했는데, 이제 와 자금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잔금대출이 막혔던 B씨는 “은행도, 차주도 숨통을 조이다가 결국 시장 반발에 밀려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한다”며 “이랬다저랬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대책에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기자본 규제 유예 방안도 담겼다.
당국은 제2의 레고랜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당초 2027년부터 주거사업장 대상 PF 자기자본비율을 5%에서 2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시행 시기를 2029년으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건설업계와 금융권의 애로사항을 고려했단 설명이지만, 시장의 반발에 밀려 재차 원칙을 깼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기로 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 보증 비율은 현행 80%에서 70%로 축소한다.
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소득산정 시 소득상승률 기준을 강화하는 등 일부 규제는 내년부터 시행한다.
전문가들은 일관성 없는 금융 정책이 외려 부동산시장 가격 상승 압력과 금융시장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총량을 늘려주고 규제를 유예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는 규제가 완화되면서 자금 조달에 숨통을 트겠지만, 시장은 ‘정부 정책은 견디면 풀린다’는 학습효과만 얻게 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