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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무르며, 함께 기록하는 서점 ‘오드쓰북’ [공간을 기억하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6.19 15:10
수정 2026.06.19 15:11

[책방지기의 이야기㊵] 서울 중구 오드쓰북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점 오드쓰북ⓒ오드쓰북

◆ “오래 머무르며 경험 확장”…오드쓰북의 뚜렷한 가치


서울 중구에 오드쓰북은 예약제 공간으로 운영하는 프라이빗 서점이다. 1층 ‘기록의 방’과 2층 ‘비밀의 서재’로 나눠진 오드쓰북에서는 한 공간당 한 팀의 방문자만 머무를 수 있다. ‘기록의 방’에서는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고, ‘비밀의 서재’에서는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쉴 수 있게 꾸몄다.


서울 신당동에서 첫 자취를 시작한 김혜원 대표가 꿈꾸던 공간이었다. 서울 상경 후 첫 자취를 오드쓰북이 위치한 신당동에서 시작했다는 그는 “신당동이 일명 ‘힙당동’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오래된 노포와 맛집이 많아 최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동네이지만, 의외로 천천히 머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오드쓰북이 그 아쉬움을 채워주길 바랐다. “신당동이 단순히 소비하고 떠나는 공간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문화적 놀거리가 더해져 더 매력적인 동네가 됐으면 했다”는 김 대표는 그 바람을 담아 오드쓰북을 기획했다. 이에 대해선 “그래서 평소 ‘기록’이 취미이던 나만의 개성을 담아 오드쓰북을 시작하게 됐다. 골목에 새로운 콘텐츠를 더하고, 책을 중심으로 사람과 골목, 취향과 커뮤니티를 연결해 나가며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1층 ‘기록의 방’과 2층 ‘비밀의 서재’ⓒ오드쓰북

오드쓰북을 찾는 독자들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큐레이션에 특히 신경 썼다. 김 대표에 따르면 1층 기록의 방에서는 매달 하나의 키워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책들을 큐레이션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중심의 구성이 아닌, 하나의 주제를 여러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에세이, 소설, 인문서 등을 함께 배치해 곱씹으며 오드쓰북의 책을 즐기길 바랐다.


여러 시선을 함께 나누고 기록하기도 하는 장도 마련했다. 현재 오드쓰북에서는 주 2회 자유 독서모임과 월 1회 지정 독서 모임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정 독서 모임은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각자의 관점을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김 대표는 “매번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며 깊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필사 모임, 원데이 클래스 등 ‘기록’과 ‘자기 표현’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다.


‘느슨한’ 연결을 통해 ‘함께’ 읽는 의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김 대표는 고민 노트에 글을 남기면, 다른 방문객이 답변을 남길 수 있는, 오드쓰북만의 독특한 시도를 설명하며 “누군가는 위로를 얻는 모습을 볼 때 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 서점 바깥에서 다져갈 연대


공간을 대관 하거나 자체 제작한 굿즈를 통해 더 다양한 관심사를 아우를 계획이다. 책 판매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힘들어 고민 끝에 생각한 방안이지만, 이것이 오드쓰북의 개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400여명의 회원이 함께하는 각종 모임은 기본, ‘기록’을 주제로 한 자체 제작 상품과 콘텐츠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온라인 스토어 운영도 준비하며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방 안에서 시작된 경험이 공간 밖에서도 이어지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였다.


김 대표는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방문객들이 남긴 기록들이 쌓이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고민 노트에 남겨진 글에 다른 방문객이 답변을 남기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모습을 볼 때 서점 그 이상의 의미를 느꼈다는 그는 “독서 모임에서 처음 만난 분들이 이후에도 꾸준히 관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볼 때도 공간을 운영하는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드쓰북

신당동 골목을 넘어,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서점들과 연대하고 싶다는 목표도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오드쓰북의 운영 방식을 하나의 모델로 발전시켜, 지역 특성을 담은 골목 서점 기반의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각 지역의 이야기와 문화를 담은 책방들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만큼은 큰 목표 없이, 자유롭게 오드쓰북을 즐겨주길 바랐다. 김 대표는 “오드쓰북을 방문하신다면 꼭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잠시 쉬어간다는 마음으로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 책 한 권을 읽어도 좋고, 고민노트에 짧은 글을 남겨도 좋고,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평소에는 놓치고 지나갔던 생각들을 마주하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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