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저, 'YG DNA'로 정면 돌파…힙합으로 완성한 성공적 2막 [D:PICK]
입력 2026.06.19 08:37
수정 2026.06.19 08:37
흔히 아이디어를 쥐어짜내 만든 변신은 힘이 없다. 하지만 스스로의 뿌리를 자각하고 본능을 깨운 변화는 판을 흔든다. 연습생 시절부터 몸에 밴 음악, YG를 꿈꾸며 그려왔던 스타일을 6년 만에 전곡으로 밀어붙인 트레저가 그 증거다. 지난 1일 발매한 네 번째 미니앨범 '뉴 웨이브'(NEW WAV)는 그 변화가 옳았음을 보여준 결정적 분기점이 됐다.
'직진', '옐로우' 등 대중적인 이지리스닝과 에너제틱한 팝 사운드로 사랑받던 트레저가 이번엔 거친 날것의 힙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데뷔 첫 밀리언셀러 달성과 함께 국내외 주요 차트를 휩쓸며 가장 찬란한 커리어 하이를 써 내려가고 있다.
트레저ⓒYG엔터테인먼트
요즘 가요계는 소위 '쇼츠용 챌린지'나 귀를 자극하는 단발성 후크가 지배한 지 오래다. 음악의 무게감보다 숏폼에서의 파급력이 우선시되는 시장에서 전곡을 힙합 트랙으로 채우는 트레저의 선택은 짐짓 무모해 보일 만큼 과감했다. 심지어 대규모 월드투어 '2025-26 트레저 투어 펄스 온'(2025-26 TREASURE TOUR PULSE ON)을 끝마치고 단 이틀 만에 베일을 벗은 앨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배포를 실감하게 한다. 투어 틈틈이 밤을 새워가며 칼을 갈아온 시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행보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앨범은 발매에 앞서 지난달 30일 기준 선주문량 100만 장을 돌파하며 밀리언셀러 청신호를 켰다. 한국의 한터차트와 써클차트, 일본의 오리콘과 빌보드 재팬까지 양국 주간 음반 차트를 모두 석권한 4관왕에 올랐으며, 아이튠즈 앨범 차트 13개 지역 1위와 음악방송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음반 판매 외 지표에서도 상승세는 뚜렷했다. 타이틀곡 '이프 아이'(IF I) 뮤직비디오는 공개 11일 만에 1억 뷰를 돌파했고, 컴백 이후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800만 명을 넘어섰다. 스포티파이 월간 리스너 역시 약 50만 명 증가했다. 팬덤 내 소비를 넘어 글로벌 음악 시장 전반에서 트레저를 향한 관심이 확대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앨범명 '뉴 웨이브'에는 트레저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겼다. 힙합 신에서 흔히 쓰이는 'WAV'라는 단어를 빌려와 지금 자신들의 음악적 자아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는 이름을 직접 만들었다. 긴 설명 대신 본연의 모습으로 답하겠다는 태도가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연습생 시절부터 가장 즐겨왔던 장르를 전곡에 걸쳐 펼쳐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YG 특유의 정통 힙합 DNA를 트레저의 시선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타이틀곡 '이프 아이'는 이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곡이다. 타인의 시선과 의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이 곡은 최근 힙합 신에서 가장 뜨거운 장르인 레이지(Rage)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미니멀하고 타이트한 비트 위로 멤버들의 래핑이 쏟아지는 구성은 챌린지와 후크 중심의 곡들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더 묵직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멤버들 모두 선호하던 스타일이었지만 직접 시도해 본 적 없던 영역이었다. 이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앨범의 방향성이 얼마나 분명했는지 알 수 있다. 억지로 쪼개 만든 숏폼용 중독성이 아니라, 묵직한 기세와 날카로운 라이브 실력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힘이 이 곡의 진짜 무기다.
실제로 '이프 아이'가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차지한 직후 이어진 앙코르 라이브 무대는 트레저가 원래도 공연형 아이돌로 불리는 팀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음원으로 들을 때보다 무대 위에서 더욱 살아나는 곡이라는 점에서, '이프 아이'는 트레저의 강점이 응축된 트랙이라 할 만하다.
트레저ⓒYG엔터테인먼트
후속 활동곡으로는 최현석, 하루토, 요시가 의기투합한 '난리나'(NALLY-NA)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YG 특유의 정통 힙합 바이브에 EDM 요소를 결합해 세 멤버의 폭발적인 래핑과 개성을 극대화한 곡으로, 강렬한 드롭과 반복적인 후크가 무대를 장악하는 힘을 지녔다.
이외에도 운명 같은 사랑에 빠르게 빠져드는 순간을 그린 '줌줌'(ZOOM ZOOM), 클래식한 사운드와 힙합의 웅장함을 결합해 사랑에 눈먼 위태로운 감정을 표현한 '데인저'(DANGER)까지, 네 곡 모두 서로 다른 감정과 에너지를 품고 있다. 하지만 힙합이라는 하나의 축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앨범 전체에 일관된 결을 부여한다.
트레저는 태생부터 YG의 탄탄한 인프라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출발했다. 2018년 서바이벌 프로그램 'YG보석함'을 통해 화려하게 눈도장을 찍은 이들은 예기치 못한 데뷔 연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특수 상황이 맞물리며 관객의 함성이 사라진 무대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대형 신인이라는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관객과 직접 호흡할 수 없다는 시대적 핸디캡을 안고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트레저는 영리하게 내실을 다졌다. 데뷔 1년 만에 앨범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며 존재감을 각인했고, 2023년에는 일본 첫 팬미팅 투어로 도쿄돔에 입성하며 K팝 아티스트 최초라는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데뷔 이후 꾸준히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음악적 영역을 넓혀온 것은 이 팀의 가장 큰 자산이다.
거창한 수사가 필요 없을 만큼, 지금 트레저가 보여주는 성적과 무대는 지난 6년간 쌓아온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제 관심은 트레저가 이 흐름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뉴 웨이브'는 트레저가 가장 트레저다운 방식으로 써 내려가기 시작한 새로운 장의 첫 문장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