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돌아 다시 제자리…라이즈·스테이씨·있지가 찾은 자기 색 [D:가요 뷰]
입력 2026.06.18 15:46
수정 2026.06.18 15:47
파격 변신보다 익숙한 팀 컬러에 반응…라이즈·스테이씨 신보, 있지 수록곡 역주행이 보여준 흐름
아이돌 그룹에게 변화는 필수다. 데뷔 초 각인한 이미지만 반복할 수는 없고, 일정한 궤도에 오른 뒤에는 새로운 사운드와 콘셉트로 확장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문제는 그 변화가 팀의 고유한 색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다. 최근 라이즈(RIIZE), 스테이씨(STAYC), 있지(ITZY)의 흐름은 파격적인 변신보다 자신들이 가장 잘해온 문법을 현재 감각을 살릴 때 대중의 반응이 따라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라이즈 ⓒSM엔터테인먼트
18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라이즈는 지난 15일 두 번째 미니앨범 ‘II’를 발매하고 타이틀곡 ‘두 유어 댄스’(Do your dance)로 컴백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해 11월 싱글 ‘페임’(Fame) 이후 약 7개월 만의 신보다. ‘두 유어 댄스’는 힙합 비트와 일렉트로닉 팝 사운드가 결합된 업템포 댄스곡으로, ‘헤드, 힙스, 숄더스, 토즈’(Head, hips, shoulders, toes)라는 반복되는 후렴구를 앞세운다. 어렵게 해석해야 하는 메시지보다 몸으로 먼저 반응하게 만드는 리듬과 포인트 안무가 중심에 놓인다.
라이즈가 데뷔 초부터 대중에게 각인시킨 이미지는 청춘의 감정과 리듬감 있는 팝 사운드였다. ‘겟 어 기타’(Get A Guitar)는 기타 리프를 중심으로 풋풋하고 자유로운 에너지를 보여줬고, ‘러브 119’(Love 119)는 첫사랑의 감정을 대중적인 멜로디로 풀어냈다. ‘붐 붐 베이스’(Boom Boom Bass) 역시 베이스 라인과 퍼포먼스를 결합하며 라이즈 특유의 밝고 리드미컬한 팀 색을 확장했다. 무대 위 자연스러운 움직임, 청춘의 순간을 포착하는 정서, 세련된 팝 사운드가 라이즈의 핵심 방향성이었다.
그런 점에서 ‘페임’은 다른 결의 시도였다. 레이지 힙합 기반의 어두운 무드와 진짜 감정의 가치를 묻는 메시지는 라이즈의 음악적 확장을 보여줬지만, 대중에게 각인된 밝고 자유로운 이미지와는 온도 차가 있었다. 새로운 시도 자체는 의미 있었지만, 라이즈의 장점이 드러나는 곡은 아니었다. 정규 1집 이후 더 넓은 대중 접점을 기대하던 팬덤 안에서 시기와 방향을 두고 반응이 엇갈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두 유어 댄스’는 다시 라이즈가 잘해온 영역을 꺼낸다. 자유분방한 에너지와 자신감을 앞세우고, 반복되는 후렴과 포인트 안무로 무대를 먼저 각인시키려 한다. 낯선 변신보다 팀의 장점을 현재의 댄스 팝 감각으로 갱신했다.
스테이씨 ⓒ하이업엔터테인먼트
스테이씨 역시 자기 색을 다시 선명하게 꺼낸 사례다. 스테이씨는 지난 16일 새 앨범 ‘2:LOVE’를 발매한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세련된 신스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팝 댄스 장르로, 스테이씨 특유의 에너제틱한 보컬과 역동적인 멜로디 라인이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사랑 자체를 즐기겠다는 당찬 메시지는 경쾌한 리듬과 맞물려 스테이씨가 잘해온 밝고 주체적인 에너지를 내세운다.
스테이씨는 데뷔 초부터 ‘틴프레시’라는 독자적인 색을 구축해온 팀이다. ‘에이셉’(ASAP), ‘색안경’(STEREOTYPE), ‘런투유’(RUN2U), ‘테디 베어’(Teddy Bear), ‘버블’(Bubble) 등에서 보여준 통통 튀는 멜로디와 건강한 에너지, 멤버들의 또렷한 보컬 톤은 스테이씨를 다른 걸그룹과 구분 짓는 핵심이었다. 밝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사랑스럽지만 수동적이지 않은 태도도 스테이씨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버블’ 이후 스테이씨는 한층 세련되고 도회적인 콘셉트로 방향을 넓혔다. ‘치키 아이씨 땡’(Cheeky Icy Thang)과 ‘베베’(BEBE)는 사운드와 비주얼 면에서 성숙한 변화를 보여주려는 선택이었다. 팀 색을 확장하려는 시도였지만, 대중이 기대했던 스테이씨 특유의 경쾌함과 직관적인 매력이 이전만큼 강하게 전달되지는 않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스테이씨만의 통통 튀는 에너지와 보컬 중심의 청량감이 다소 옅어졌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런 흐름 속에서 ‘2 L0VE’는 다시 스테이씨가 가장 잘해온 결을 꺼내는 곡으로 읽힌다. 세련된 신스 사운드를 바탕으로 하지만, 핵심은 사랑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 직진 에너지와 밝은 보컬, 역동적인 멜로디다.
있지 ⓒJYP엔터테인먼트
있지의 ‘댓츠 어 노 노’(THAT’S A NO NO) 역주행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있지는 데뷔 초 ‘달라달라’, ‘아이씨’(ICY), ‘워너비’(WANNABE) 등을 통해 당당한 자기 확신,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를 팀 색으로 각인시켰다. 강한 안무와 직선적인 가사, 멤버들의 시원한 에너지가 맞물리며 있지는 한동안 자기 확신형 걸그룹의 대표주자로 자리했다.
그러나 이후 활동에서는 팀 색을 두고 엇갈린 반응도 있었다. ‘로꼬’(LOCO), ‘체셔’(Cheshire), ‘케이크’(CAKE) 등은 각각 다른 방향의 변주를 시도했지만, 데뷔 초 있지가 보여준 직선적인 메시지와 퍼포먼스 쾌감이 이전만큼 확실하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밝고 통통 튀는 감각과 강한 콘셉트 사이에서 팀의 방향성이 다소 분산됐다는 인상도 생겼다.
이런 가운데 2020년 발매한 미니 2집 ‘잇츠 미’(IT’z ME)의 수록곡 ‘댓츠 어 노 노’가 뒤늦게 반응을 얻은 점은 흥미롭다. 이 곡은 최근 엑스(X, 옛 트위터), 틱톡, 유튜브 릴스 등에서 곡 후반부 퍼포먼스 구간이 편집돼 확산되며 다시 상승세를 탔다.
‘댓츠 어 노 노’는 최신곡도, 타이틀곡도 아니지만 있지 특유의 거침없는 태도와 강한 퍼포먼스 에너지를 담고 있다. 지금의 숏폼 환경에서 다시 반응한 것은 있지가 처음 사랑받았던 문법, 즉 당당하고 직관적인 팀 색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라이즈, 스테이씨, 있지의 사례는 서로 다른 세대와 성별, 장르에 놓여 있지만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아이돌에게 필요한 변화는 어디까지인가. 새로운 시도는 분명 필요하다. 같은 콘셉트와 사운드만 반복해서는 팀의 성장을 증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변화가 팀의 핵심 정체성과 끊어질 때, 대중은 오히려 혼란을 느낀다. 반대로 이미 알고 있던 팀의 장점이 더 선명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돌아올 때, 반응은 빠르게 살아난다.
최근 아이돌 시장은 숏폼과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더 빠르게 움직인다. 대중은 긴 서사를 기다리기보다 짧은 영상 속 몇 초의 인상으로 팀을 판단한다. 이 환경에서는 낯선 변신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팀 컬러가 더 강한 무기가 된다. 라이즈의 청춘 감각과 퍼포먼스형 팝, 스테이씨의 틴프레시와 밝은 보컬 에너지, 있지의 당당한 퍼포먼스는 모두 짧은 클립 안에서도 바로 전달되는 색이다. 파격 변신이 늘 답은 아니다. 아이돌에게 오래 가는 힘은 자신들이 왜 사랑받았는지를 잊지 않는 데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