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무 7패’ 72년간 깨지 못한 2차전 무승 징크스
입력 2026.06.15 08:48
수정 2026.06.15 08:49
지난 11번의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서 무승
이번 대회 2차전 상대 역시 난적 개최국 멕시코
멕시코전 대비해 훈련에 나선 홍명보호. ⓒ 연합뉴스
체코를 무너뜨린 환희는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홍명보호가 마주한 다음 고개는 한국 축구 역사상 그 누구도 넘지 못했던 ‘통곡의 벽’, 바로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의 심장부에서 개최국 멕시코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른다.
지난 12일 펼쳐진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16년 만에 월드컵 첫 경기 승리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한국은 현재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승점 3을 선점한 만큼, 이번 멕시코전마저 잡아낸다면 마지막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3차전 결과와 상관없이 사실상 32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멕시코전에는 대한민국 축구를 무려 72년 동안 괴롭혀온 ‘2차전 무승’이라는 잔혹한 징크스가 마주 서 있다.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축구는 세계 무대에 처음 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총 11번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단 한 번도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승리를 얻지 못했다. 통산 2차전 성적은 4무 7패. 승률 0%라는 성적표가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작부터 잔인했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첫 참가였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던 태극전사들은 2차전에서 튀르키예를 만나 0-7이라는 기록적인 대패를 당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32년 만에 본선에 복귀한 뒤에도 2차전 징크스는 유령처럼 대표팀을 따라다녔다.
전국을 붉은 함성으로 물들였던 2002년 한일 월드컵도 마찬가지였다.
폴란드와의 1차전에서 역사적인 본선 첫 승(2-0)을 거두며 기세를 올린 거스 히딩크호는 대구에서 열린 미국과의 2차전에서는 고전 끝에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황선홍의 부상 투혼과 이을용의 페널티킥 실축, 그리고 안정환의 극적인 동점 헤더골이 터졌음에도 끝내 경기 결과를 뒤집지 못하며 2차전 무승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원정 첫 16강 대업을 달성했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2차전은 악몽이었다. 1차전에서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곤살로 이과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는 등 1-4로 완패하며 주춤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상대적으로 해볼 만하다고 평가받았던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전반전에만 3골을 내주는 전술적 실패 끝에 2-4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조별리그 탈락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직전 대회였던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가나와의 2차전에서 조규성의 멀티골 혈투 끝에 2-3으로 석패하며 눈물을 흘렸다.
축구대표팀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역대 전적. ⓒ 데일리안 스포츠
반면, 한국은 1차전과 3차전에서는 선전했다. 1차전에서는 통산 3승 3무 5패를 기록하며 강팀들을 상대로 승점을 잘 짜냈고 배수의 진을 쳐야 하는 조별리그 최종 3차전 역시 2002년 포르투갈전(1-0 승), 2018년 독일전(2-0 승), 2022년 포르투갈전(2-1 승) 등 역사적인 명승부를 연출하며 3승 2무 5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오직 중간에 낀 2차전에서만 4무 7패로 얼어붙었던 셈이다.
11전 12기에 도전하는 홍명보호 앞에 나타난 12번째 2차전 상대는 하필이면 개최국 멕시코다. 이번 월드컵이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 공동 개최로 열리는 만큼, 멕시코 홈에서 치러질 이번 경기는 사실상 완벽한 원정 경기나 다름없다.
객관적인 전력 자체도 멕시코가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멕시코는 월드컵 본선 단골손님이자, 토너먼트 진출의 보증수표와 같은 팀이다. 특유의 탄탄한 개인기와 남미 축구 못지 않은 템포 빠른 패스 워크, 그리고 한 박자 빠른 공수 전환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주축 선수들이 포진해 있는 데다, 월드컵 무대에서 한국을 상대로 기분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대표팀 앞을 가로막고 있는 ‘2차전 무승’이라는 징크스는 분명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1차전 체코전에서 얻은 자신감에 멕시코전 맞춤형 전술적 준비가 더해진다면 11전 12기 만에 징크스를 깨지 말란 법도 없다. 홍명보호가 북중미의 뜨거운 열기를 잠재우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오는 19일 오전 10시 멕시코 전장으로 축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