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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은 에이스, 손흥민은 7번’ 축구 등번호의 의미와 이야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6.09 08:39
수정 2026.06.09 08:39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등번호 처음 등장

손흥민 3회 연속 7번, 이태석은 아버지 번호 계승

손흥민은 3회 연속 '7번'을 달고 뛴다. ⓒ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

축구 선수 등에 새겨진 숫자는 단순한 식별 기호가 아니다. 간단하게 선수의 포지션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선수의 정체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사실 스포츠 역사에서 등번호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메이저리그(MLB)의 뉴욕 양키스(1929년)다. 이후 타 종목으로 등번호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축구에서는 1950년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첫 등장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등번호 배정 기준은 전술에 의거했다. 당시 세계 축구를 호령하던 헝가리 대표팀의 주 포메이션이었던 ‘WW 포메이션(2-3-2-3)’을 기반으로, 그라운드 후방에서 전방으로, 우측에서 좌측 순서로 번호가 매겨졌다.


따라서 최후방을 지키는 골키퍼가 1번을 받았고, 그 앞을 지키던 두 명의 풀백 중 라이트 풀백이 2번, 레프트 풀백이 3번을 가져갔다. 현대의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던 하프백 라인에는 순서대로 4, 5, 6번이 부여됐다. 이 하프백들이 훗날 전술 변화에 따라 뒤로 물러나면서 센터백 개념이 정립됐고, 기존의 2, 3번 풀백들은 측면으로 이동해 지금의 사이드백이 됐다. 4, 5, 6번 중 전술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남은 선수가 생기면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번호가 4~6번 사이에 포진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격진 역시 우측부터 차례대로 번호가 매겨졌다. 아웃사이드 라이트(7번), 라이트 인사이드 포워드(8번), 센터 포워드(9번), 레프트 인사이드 포워드(10번), 아웃사이드 레프트(11번) 순이었다. 이 중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움직임을 가져가던 인사이드 포워드는 10번, 그리고 최전방에는 9번이 해결사로 자리잡았다.


이와 같은 등번호 체계는 현대 축구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에이스의 상징인 10번(공격형 미드필더), 7번(오른발잡이 윙어), 타깃맨의 대명사 9번(센터 포워드), 11번(왼발잡이 윙어), 8번(중앙 미드필더)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선수들이 직접 번호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유도가 높아졌지만, 국제대회(A매치)에서 만큼은 여전히 이 클래식한 규칙이 강하게 작용된다.


특히 1978년 월드컵 이후 마련된 배번 규정에 따라 1번은 무조건 골키퍼만 달 수 있다. 또한 월드컵 본선에서는 기본적으로 1번부터 26번까지의 번호만 허용된다. A매치 규정상 주전 멤버임을 증명하고 선수 본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1번부터 11번까지의 '한 자릿수 및 클래식 번호'에 대한 선호도는 절대적이다. 12번부터는 사실상 백업 멤버의 번호로 인식되며, 12번이 주로 후보 골키퍼의 몫이 되는 이유도 베스트11 바로 다음 번호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메시는 에이스의 상징 '10번'을 달고 있다. ⓒ AP=뉴시스

최근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가슴을 가장 설레게 하는 번호는 단연 10번과 7번이다.


축구에서 '10번'은 곧 팀의 에이스이자 플레이메이커를 의미한다. 이 위대한 공식의 시작은 '축구 황제' 펠레였다. 펠레 이후 디에고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로 이어지는 이른바 '펠·마·메'라는 역대 최고 선수(GOAT) 후보들이 모두 10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미셸 플라티니, 로타어 마테우스, 로베르토 바조, 지네딘 지단, 호나우지뉴, 루카 모드리치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들이 이 번호를 거쳤으며, 현세대에서도 네이마르와 킬리안 음바페 같은 최고의 스타들이 클럽에서 10번을 달고 에이스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이번 북중미월드컵 홍명보호에서 10번 주인공은 이재성이다.


과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7번은 데이비드 베컴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불세출의 스타들을 거치며 10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슈퍼스타'의 상징으로 도약했다.


특히 명문 구단들의 7번 계보는 그 자체로 역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지 베스트-에릭 칸토나-베컴-호날두', 레알 마드리드의 '라울 곤살레스-호날두'로 이어지는 라인이 유명하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역시 박지성에서 손흥민으로 7번의 주인이 이어지며 ‘넘버원 에이스’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일반적으로 수비수의 번호인 5번을 공격형 미드필더의 상징으로 바꾼 것은 레알 마드리드 시절의 지네딘 지단이었다. 최근 레알 마드리드는 '신성' 주드 벨링엄에게 5번을 주며 지단의 에이스 계보를 잇게 했고, 벨링엄은 환상적인 활약으로 이에 부응했다.


이태석은 아버지 이을용에 이어 '13번'을 계승했다.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역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달고 뛸 등번호가 최종 확정됐다.


에이스 손흥민은 예상대로 7번을 달고 북중미 그라운드를 누빈다. 자신의 첫 월드컵이었던 2014 브라질 대회 당시 9번을 달았던 손흥민은 이후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에 이어 이번 북중미 대회까지 3회 연속 '넘버 7'으로 나선다.


한국 축구에서 18번은 스트라이커의 자존심이 담긴 번호다. 과거 대한민국 대표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떨친 황선홍 감독이 대표팀 초년 시절 달기 시작해 상징이 됐고, 이동국 등 걸출한 골잡이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18번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골잡이 오현규에게 돌아갔다.


수비수 이태석도 주목할 만하다. 이태석은 이번 대회에서 13번을 부여받았다. 이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아버지 이을용 전 감독이 대표팀 시절 악착같은 투지로 달고 뛰었던 번호다. 이후 김재성, 구자철, 손준호 등 대표팀의 살림꾼들이 거쳐 간 이 번호를 아들 이태석이 물려받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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