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 '화천대유 자문' 1심 공소기각…"위법 수사"
입력 2026.06.11 14:19
수정 2026.06.11 14:19
"공소 제기 법률 정한 바 위반해 무효"
"검찰청법상 검사 수사개시 범위 아냐"
권순일 전 대법관.ⓒ뉴시스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순일(67·사법연수원 14기) 전 대법관이 1심에서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김대규 부장판사는 이날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대법관에 대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인 2021년 1∼8월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업자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있으며 법률문서 작성 등 변호 활동을 한 혐의로 2024년 8월 기소됐다.
이 기간 화천대유로부터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재판부는 "공소 제기는 법률이 정한 바를 위반해 무효"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권 전 대법관에게 적용된 변호사법 위반죄는 검찰청법상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 경우 적법하게 수사 중인 다른 사건과 직접 관련 있으면서 검사가 인지한 범죄여야만 수사개시권이 인정되나, 이번 사건은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변호사법 위반 사건은 검사가 인지한 게 아니라 2020년 9월께 제출된 고발장에 포함된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피의자를 신문하는 등 수사를 개시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검찰은 2022년 1월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한 후 이듬해 9월 다시 넘겨받았는데, 재판부는 재이송 조치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사법경찰관에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거나 불송치를 결정할 일차적 수사종결권이 있지만 당시 경찰이 이를 행사하지 않았는데도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검찰이 위법하게 수사를 개시한 후 사법경찰에 사건이 이송됐으나, 경찰은 검찰의 수사 개시를 전제로 몇 가지 조사했을 뿐 적법한 수사 개시 행위에 착수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경찰의 일차적 수사종결권 행사가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사건을 재이송받아 수사한 것은, 종전의 위법한 수사 상태가 계속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권 전 대법관은 선고 이후 "법을 법대로 선언한 용기 있는 재판부에 감사하다"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을 왜곡하고 증거를 조작해 죄를 만들어내는 행태를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포렌식하고, 가족에 대해 통신조회하고, 5년간 한 사람의 인권을 유린하는 게 법치 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