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세기의 담판' 속 숨죽인 청와대…경제·안보 파장 촉각
입력 2026.05.15 04:00
수정 2026.05.15 04:00
관세·기술·대만·중동 전쟁 등 논의
회담 당일 공동성명·기자회견 없어
시진핑, 트럼프 면전 서 대만 문제 경고
靑, 일단 공식 입장 안 내고 예의주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의 명소 톈탄공원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톈탄공원은 명나라 영락제가 건설한 황실 제단으로 세계문화유적이기도 하다. ⓒ뉴시스
'세기의 담판'이라고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가운데 청와대는 회담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중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이지만, 미국·이란 전쟁과 미중 무역·관세 갈등 등 주요 현안이 우리 경제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15일에도 미중 정상 간 만남이 이어지는 만큼, 일단 청와대는 미중 정상회담 관련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정상 만남 일정이 완전히 종료되기 전 섣부른 메시지를 내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 등에 따르면, 미중 정상은 무역, 기술 통제, 대만, 미국·이란 전쟁 등 핵심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반도 문제 등 주요 국제 및 지역 현안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은 약 2시간 15분 동안 이어져 지난해 10월 말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열린 미중 정상회담 때보다 35분이나 길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공동 기자회견 등 가시적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시 주석은 이날 미중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100년 만의 대변화가 가속화하고 세계가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며 "중미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넘어 대국 관계의 새 패러다임을 열 수 있느냐, 글로벌 도전에 함께 대응해 세계에 더 많은 안정성을 불어넣을 수 있느냐, 양국 국민의 복지와 인류의 앞날과 운명을 위해 함께 양국 관계의 아름다운 미래를 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것들은 역사적 질문, 세계적 질문, 인민의 질문이라고 할 수 있으며, 나와 당신이 대국 지도자로서 함께 시대의 답안을 써가야 한다"고 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의 부상을 우려해 견제에 나서면서 결국 두 강대국이 충돌하게 된다는 국제관계 이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귀하와 나는 꽤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 왔다"며 "우리 두 나라의 역사를 통틀어 대통령과 주석 사이에 이렇게 길게 이어진 관계는 전례가 없었다. 나에게는 영광"이라고 했다.
또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하며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쨌든 그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우리가 언제 문제를 겪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신속히 해결해왔다"며 "우리는 환상적인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모두발언은 화기애애했지만, 핵심 사안에 대한 이견은 뚜렷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전반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양국이 충돌하거나 심지어 분쟁으로 치달아 중미 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톈탄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만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15일엔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집무실·관저가 있는 '중국 권력의 심장부' 중난하이(중남해)를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곳에서 시 주석과 양자 회담 및 티타임 후 오찬 회동을 갖고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한 것은 집권 1기였던 2017년 11월 이후 약 9년 만이다.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10월 말 부산 APEC 정상회의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청와대는 미중 정상회담의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전쟁 장기화 상황 속 미중 갈등까지 지속될 경우 우리의 외교·통상 전략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3일 한국을 찾은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청와대에서 만나 "미중 양국이 안정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의 발전과 번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허 부총리를 만난 이후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을 만나선 한미 관세 협상에 따른 원활한 대미 투자를 위해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