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 장동혁의 속내를 꿰뚫고 있다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6.05.14 07:00
수정 2026.05.14 07:00
'보수 텃밭' 부산서도 국민의힘 비판론
'尹 비상계엄' 두둔한 장동혁 행보 도마
"당대표는 사심 없어야"…깊이 새겨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2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건물에서 열린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 지역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장 대표와 송 원내대표가 지선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시스
"당대표란 자리는 그라믄 안 되는 거다. 사심이 없어야지."
부산역에서 잡아탄 택시 안에서 귀에 익은 말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한 국민의힘 원로와의 식사 자리에서 들었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간도, 장소도 달랐지만 가리키는 지점은 같았다. 당시 원로와의 대화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재보궐선거 출마설과 공천 여부가 정치권에서 거론되던 무렵이었고, 부산에서 만난 택시기사의 이야기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의 개소식 직후였다. 이 중심에는 한 전 대표가 있었다.
한 전 대표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단단히 미움을 샀다는 사실은 이제 부산 시민들의 눈에도 훤히 비치는 모양이다. 한 전 대표와 관련한 사안에서만큼은 장 대표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단 의미다. 당 안팎의 해석을 넘어 거리의 시민들마저 그 감정을 읽어내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때로 택시기사는 기자에게 핵심 취재원이자 가장 생생한 민심의 전달자다. 수많은 승객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듣는 만큼 지역 여론의 흐름에도 밝다. 한마디 질문을 던지면 열 마디 답이 돌아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산에서 만난 택시기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치 현안을 묻자 부산역에서 북구로 가는 30분 내내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졌고,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든 국민의힘 지지자든 먼저 나온 것은 보수정당을 향한 비판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두고는 탄식 섞인 한숨과 거친 언사도 뒤따랐다. 전통적 보수 텃밭이라 불리던 부산에서조차 민심의 균열은 생각보다 깊었다.
그런데 장 대표의 행보는 이 밑바닥 민심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취임 이후 장 대표에게서는 보통 시민들이 공유하는 상식과 감각을 읽기 어려웠다. 시민들은 계엄의 상처를 말하고, 보수정당의 변화 필요성을 말하는데 당 지도부는 여전히 강성 지지층의 시선 안에 머무는 듯했기 때문이다. 원내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하고, 최근에는 부산 북갑 무공천 주장까지 들고나선 배경도 결국 이 민심과의 괴리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선거 시계가 본격적으로 돌아가는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여당의 자충수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일부 회복되고, 한때 희망을 잃었던 지역에서도 승리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으나, 이 흐름을 온전히 장 대표의 몫으로 돌릴 수 있을까. 오히려 현장 후보들이 강성 이미지를 희석하고, 과거 합리적 보수정당의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 몸부림친 결과가 더 큰 지분을 차지한다고 봐야 한다.
정치는 결국 민심을 읽는 일이다. 특히 당대표의 자리는 사적인 감정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반감으로 움직여서는 안 되는 자리다. 사심이 당 전체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면, 그 피해는 특정 정치인에게서 그치지 않는다. 선거를 치르는 후보들, 그리고 당을 지켜온 지지층 전체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
매번, 매 순간이 골든타임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늦지 않았을지 모른다. 진정한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국민의힘과 민심 사이에 크게 벌어진 괴리도 조금씩 봉합될 수 있다. 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20일 남짓이다. 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도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