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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대표 ‘영구혁명’ 유혹에 끌리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4.08 08:45
수정 2026.04.08 11:40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내란 청산의 길은 매우 지난한 과정이 될지 모른다. 3년, 5년, 10년이 걸릴지 그 이상 걸릴지 알 수 없다. 국민 여러분께서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내란 청산의 발걸음을 절대 멈추지 않겠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열린 ‘윤석열 탄핵 선고 1년 대국민 보고회’에서 한 말이다. 그가 말하는 ‘국민’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일제히 한 목소리를 내는 국민은 없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물어보고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일까?


정 대표가 말하는 국민은 누구인가


문재인 정부 때의 적폐청산 작업처럼 내란청산 정국도 민주당이 필요로 하는 동안은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건 곧 민주당이 심판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정치적 반대세력이 재기하지 못하도록 단죄와 위협을 계속해가면서 민주당의 원하는 방향으로 국민의 의식을 통일시키게 되면 그게 ‘내란 청산의 완료’가 되는 걸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결과적으로 ‘X맨 행태’였다. 그로인해 자유우파 정치세력이 지리멸렬하고 민주당과 좌파정치세력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하게 됐다. 대통령으로서 냉정하게 정치 상황을 판단했다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을 막무가내로 저지른 것 아닌가.


그가 집권하고 있던 동안 민주당은 정부 및 공공기관의 고위인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기총소사 식으로 난사 했다. 걸핏하면 특검법을 남발하는가 하면 민주당 편의적 입법을 자행하는 방법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었다. 윤 대통령(당시)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국회를 통과해 이송된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고작이었다.


거대 민주당과 주변 정당들의 그 같은 정부 숨통죄기를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 웠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국가긴급권 발동이었을 것인데 문제는 너무 너무 충동적이고 즉흥적이었다는 데 있다.


헌법은 대통령의 계엄선포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여소야대의 국회 의석구도 하에서는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조건을 붙여뒀다. 우선 국회에 대해서는 계엄의 영향이 못 미치게 했다. 게다가 선포 후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고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때는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제한 규정을 더해놨다.


검사 경력 26년이라는 윤 전 대통령이 그걸 몰랐을 리 없다. 알면서도 그랬으니 ‘X맨’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이재명․민주당의 집권 시기를 2년 반이나 앞당겨 준 셈이 됐다. 법적․정치적 생존본능과 대권욕심에 추동 되었을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는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의 상황을 만들어줬으니 ‘X맨’ 말고 달리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더욱이 대통령실과 집권여당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때였다. 여당의 어떤 비호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무모한 모험을 감행한 것은 자폭의 심정이었는지, 거대 야당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지금도 헤아려 지지가 않는다.


변함없는 막말로 강성 리더십 과시


집권 기회를 아슬아슬하게 놓친 데다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까지 겹친데 대해 민주당은 입법 횡포로 대응했다. 절대 다수 의석을 무기로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대선 패배 후 바로 국회에 진입하면서 당 대표직까지 꿰어 찬 이 대표는 민주당의 입법권을 적극 활용해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별칭에 부족함 없는 권세를 과시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당의 주도권은 정 대표에게 옮겨졌다. 그는 당 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강력한 개혁 당 대표가 되겠다. 싸움은 내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시라”라며 싸움꾼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경쟁상대 박찬대 의원을 꺾었다.


그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의해 컷오프 당한 전력이 있다. 막말과 당내 갈등 유발의 책임을 물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막말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당 대표가 된 지금까지도 하고 싶은 말을 참는 법이 없다.


이날도 그는 어김없이 강성 이미지 그대로 ‘내란 청산’의 칼을 다시 꺼내들었다. 하긴 새로 꺼내 든 것이 아니라 기회를 잡아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세력임을 다시 확인 시키려 한 것이었을 수 있다. 그는 이날 보고회에서 ‘내란 청산 완수’의 최소 조건으로 책임자 법적 처벌, 비상계엄 진상규명 등을 제시했다.


“처벌을 제대로 하고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면 국민께서 국민의힘은 위헌정당 심판 대상을 면하기 어렵다고 볼 것이다. 그런(국민의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 등) 정치적인 심판까지 가고 나서 국민들께서 ‘이 정도 했으면 됐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게 내란에 대한 완전한 청산이다.”


그 때까지 자신이 진두지휘를 하겠다는 뜻이겠다. 이 대통령 임기 후에도 내란 청산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고나 다름없다. 결국 그 과업은 자신에게 부여될 것이고 그걸 완수하기 위해서는 차기 대권을 장악해야겠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면 ‘이 정도 했으면 (내란 청산이) 됐다’고 말할 권리를 가진 국민이 누구일지는 분명해 진다. 정 대표 자신과 국민을 등치시키는 화법 아닌가. 정 대표와 민주당이 ‘내란 청산’이란 호재를 버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너무 많이 써먹었다. 정치적으로 말하자면 국력 소모적 정쟁을 정치라고 우기며 경쟁상대 악마화를 이어가는 민주당의 정치하는 방식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지지하겠는가.


검사 한 사람 상대로 여당이 힘 자랑


지금도 너무 많이 왔다. 이 대통령 혐의지우기 입법과 사법부 및 사법제도 틀 바꾸기 입법을 멈출 생각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입법부를 장악한 여당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결성하는가 하면 그 국정조사라는 것도 한창 실시되고 있다.


그냥 대통령과 거대 여당의 권력으로 면죄부를 주면 될 일이다. 법적 정치적 정당성까지 갖추려고 욕심내는 바람에 절차만 복잡하고 길어지는 인상인데, 아닌가?


과욕은 결국 스스로를 해치게 된다. 입법권으로 법을 고칠 수는 있어도 옳고 그름을 바꿀 수는 없다. ‘3대 특검’으로도 부족하다며 ‘2차 종합 특검’을 강행하는 정권이 다음엔 또 어떤 기기묘묘한 꾀를 낼지 오히려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영구혁명을 꿈꾸는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를 결코 부족하지 않게 경험한 국민(정 대표의 국민이 아닌)이 그걸 용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검찰청 폐지를 6개월도 채 안 남긴 시점인데도 검사들을 대거 내란청산 작업에 동원하는 셈법이 눈에 뻔히 보일 정도다. 집권세력의 검찰에 대한 요구는 뭘까?


“내란공범들과 동조자들을 모조리 색출해서 기어이 기소하라. 그러나 이 대통령의 공소는 모두 취소하라”는 게 아닐까? 훗날 그 후유증이 두렵다면 이런식의 압박을 하는 우는 범하지 않으리라 생각되는데 글쎄….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를 담당했던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 검사에게 ‘연어․술파티’를 시인하라고 을러대는 국정조사특위의 모양이 가관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 몇몇은 재작년에 박 검사가 울산 지검 회식 때 술에 취해 아주 해괴한 행동을 했다고 구체적으로 묘사까지 하는 추태를 보였다가 당사자로부터 고소당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9년에 있었다는 그 회식과 관련된 박 검사 음해성 헛소문을 탄핵소추안에 까지 포함시켰다. 이런 무리가 거듭되면 ‘정 대표의 국민’들조차 민주당에 등을 돌리기 십상이다.


언제부터 국회가 수사기관이 되고 법원이 되었는지 황당해서 할 말을 잊게 된다. 입법부가 사법부 영역까지 침해하는 것은 3권분립 원칙을 파괴하는 행위다.


입법권도 헌법 아래서 행사돼야 한다는 것이 헌정주의의 요체다. 독재의 유혹에 넘어갔던 정치 유력자들, 그들의 힘에 무조건 복종했던 부화뇌동자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국내외 현대정치사에서 배울 일이다. 힘자랑은 뒀다가 하고.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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