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일 수밖에 없는 반도체, 반등 조건은
입력 2026.07.14 16:38
수정 2026.07.14 16:39
로베코운용, 하반기 전망 기자간담회
전 세계적 기술주 쏠림 현상에 우려
"이익 정점 통과시 시장 실망할 것
이익 감소 속도·규모가 중요"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국내증시가 급락을 거듭하며 조정 국면을 맞은 가운데 향후 반등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변동성 확대 주범으로 낙인찍힌 상황이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수요와 반도체 이익 성장에 대한 의구심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 투톱'의 역대급 실적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시장은 '정점 통과(peak out)'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단기간에 급속도로 이익이 불어난 만큼 성장세가 어떤 식으로든 꺾일 수밖에 없지만, 그 규모와 속도가 가파르지 않다면 반등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로베코자산운용의 조슈아 크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14일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하반기 글로벌 시장 전망 및 투자 전략'을 주제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대만의 기술(반도체) 관련 부분 덕에 아시아 기업 실적이 엄청나게 좋아졌다"면서도 "우려할 여지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 쏠림 현상이 확인되는 만큼, 관련 후폭풍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로베코운용이 블룸버그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한국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조정률은 95.2%에 달한다. 대만이 8.5%로 2위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 수치다.
역설적이게도 반도체 투톱의 호실적 덕에 국내증시는 역대급 저평가 국면을 맞았다. 주가가 단기 급등하긴 했지만, 이익 성장세를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 9일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6.35배"라며 "금융 위기 시절이던 2008년 10월 26일의 6.82배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전한 바 있다.
크랩 대표는 "시장에선 이익 급증을 '경기 사이클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익이 고점을 찍고 떨어지면 시장은 실망할 것"이라고 짚었다.
반도체 기업 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한 상황에서 시장은 일단 사이클 종료, 즉 정점 통과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로베코자산운용은 14일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하반기 글로벌 시장 전망 및 투자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데일리안
다만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우 역대급 저평가 국면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이익 전망치가 빠르고 크게 꺾이지 않는다면,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크랩 대표는 "이익 감소와 관련해선 '속도'와 '폭'이 중요하다"며 "(속도가 빠르지 않고, 규모도 크지 않다면) 시장 가치가 너무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학습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 장기 계약에 따른 안정적 수요 등을 고려하면 현시점에 정점 통과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크리스 버쿠워 로베코운용 글로벌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반도체 업종이 아직 정점을 통과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성장 흐름이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버쿠워 매니저는 "장기 연장이 이번 사이클의 핵심"이라며 "고객사뿐만 아니라 정부가 전략적 우선순위를 설정해 관련 위험을 인수하는 측면이 있고, 장기 공급계약이 사이클을 연장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