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리·李대통령 붙여도 안돼"…국민의힘, 오세훈에 자신감
입력 2025.12.11 04:00
수정 2025.12.11 04:00
李대통령, '정원오 띄우기'…"잘 하나 봐"
'오세훈 때리기' 시각도…野 "선거개입"
일각 "與, 얼마나 급했으면"…대세 지장無
오히려 '당심 70% 룰' 등 내부 문제가 관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여당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며 '오세훈 때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사실상 '정원오 띄우기'에 나서면서 차기 시장 구도가 요동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의힘은 오히려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경쟁력이 충분한데다 민주당 내부 갈등이 공천 경쟁으로 옮겨갈 경우 반사이익까지 누릴 수 있단 시각이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지속된 강경 일변도 전략과 '당심 70% 반영'으로 대표되는 지선 경선 룰로 인한 여론 반감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오 시장의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당 차원의 전향적인 태세 전환이 필요하단 관측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10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공개 칭찬에 대해 "과거에 (성남)시장 시절에 만날 때나 도지사, 대표 하실 때 만날 때마다 내가 잘한 정책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대통령이 되셔서 그렇게 공개적으로 해 주시니까 좀 깜놀했다"며 "나는 별명이 '순한맛 이재명'"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성동구 여론조사 구정 만족도 관련 기사의 제목 및 사진과 함께 "정 구청장이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나의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듯"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정치권에서 이 대통령이 차기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정 구청장을 낙점했다고 보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정 구청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좋아하는 친명 당원들에겐 강력한 시그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냥 분위기만 형성돼 있는데 직접 등판해 손 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움직임이 사실상 '오세훈 때리기'의 일환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오 시장의 사업인 서울시의 종묘 앞 세운4구역재개발을 비롯해 광화문 감사의 정원, 한강버스 안정성 등 사업을 문제 삼았던 것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명백한 선거개입이고, 관권선거라고 볼 여지가 너무 많다"며 "이 대통령이 특정인을 상대로 띄워주기식 메시지를 직접 냈다는 것은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정 구청장이 잠재적인 서울시장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출장기자단 간담회에서 "그분(정 구청장)은 내가 일찌감치 일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던 것처럼 지금 내가 지적한 이런 식견의 측면에서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입장을 보인다고 평가하고 싶다"며, 정 구청장을 향해 이례적인 칭찬을 건네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월 4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 본청을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정 구청장의 깜짝 등장은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에선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정 구청장이 전국민적 인지도를 가진 오세훈 시장에 맞설 만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정원오 띄우기'에 나선 것이 민주당 지지층이 아닌 중도·보수층에 영향력을 가져오긴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원오 (구청장) 얘기를 하면서 박원순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때는 정치적 체급이 크고 이미지가 좋았던 안철수 의원이 지지 선언을 했던게 크게 작용했던 것"이라며 "지금 이재명 (대통령)과 그때 안철수의 이미지는 정반대라고 봐야하는데, 이 대통령이 띄운다고 진짜 정 구청장이 대세로 뜰수 있다고 생각하는지가 의문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저렇게 대놓고 하나 싶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 내부에선 민주당에서 벌어질 '공천 경쟁'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박주민·박홍근 의원은 공식적으로 차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 내에선 서영교·전현희 의원을 비롯해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까지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낼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각자 다른 정치적 셈법을 가진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는 만큼, 같은 당적을 갖고 있더라도 갈등과 잡음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에서 활동 중인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민주당에선 쉬쉬하고 있지만 명청(이재명 대통령-정청래 대표)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데 이게 서울시장 선거에도 벌써 반영되는 모양새"라며 "지난 (2022년) 지선에서도 서울시장 공천을 놓고 민주당 내에서 송영길(전 대표)과 박주민(의원) 사이에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가 참패했단 걸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서울시장 선거의 장애물은 내부에 있단 평가도 나온다. 특히 당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이 꺼낸 기존 지선 공천에 50%를 반영하던 당원투표 비중을 70%로 확대하는 개정안이 대표적인 우려 지점으로 꼽힌다. 해당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공천 과정에서 민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오세훈 시장은 지난 7일 간담회에서 "민심보다 당심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당심 70%, 민심 30%가 잘못된 길, 지방선거 필패의 길이란 식의 칼럼이나 논평을 자주 해주고 계시니 플레이어로서 제가 그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고자 한다"고 말하며 재차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원오(구청장)가 나오든 다른 의원이 나오든 당심 70%를 밀어 붙이면 되는 선거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당내 분란만 생길 수밖에 없는 룰을 밀어붙이는 의도가 분명한 만큼, 잘못된 전략은 과감하게 뒤로 하고 민심에 맞출 수 있는 분명한 전략으로 가야 지금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